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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환율은 과도한 유동성 때문?…한은 "사실과 달라, 바로 잡아야"

아시아경제 김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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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환율은 과도한 유동성 때문?…한은 "사실과 달라, 바로 잡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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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이틀 연속 블로그에 '환율' 글 올려
이번엔 '최근 유동성 및 환율 상황에 대한 오해와 사실'

GDP 대비 통화량 비율, 국가 간 차이는 금융구조 차이 때문
최근 안정세…통화량 증가율도 과거 대비 낮아
"최근 환율 상승, 시장심리·수급여건 영향"
시장에 원화가 과도하게 풀려 원·달러 환율이 최근 상승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한국은행이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이런 논리가 자칫 사실처럼 확대 재생산돼 오히려 원화 가치 하락을 촉발하고 있다며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한은은 20일 자체 블로그에 '최근 유동성 및 환율 상황에 대한 오해와 사실'이라는 글을 올리고 이같이 밝혔다. 전날 윤경수 한은 국제국장이 "시장에 달러는 충분하지만 투자자들이 달러를 팔지 않고 사려고만 해서 환율이 오르고 있다"고 밝힌 데 이어, 이틀 연속 블로그에 환율에 대한 세간의 오해를 바로잡기 위한 글을 게재한 것이다.

작성자인 이굳건 한은 통화정책국 과장 등은 질문에 답하는 방식으로 과도한 원화 유동성 증가가 환율을 끌어올렸다는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통화량 증가율 과도하게 높다? "주요 10개국 중간 정도, 美보다 낮아"

한은은 우선 '통화량(M2) 증가율이 최근 들어 과도하게 높아졌다'는 지적에 대해 일축했다. 통화량 증가율은 2020~2021년 중 코로나19 대응으로 11~12% 수준까지 높아졌다가 최근에는 4~5%대에서 등락하고 있다. 2024년 이후 다소 반등했지만 과거 평균에 비해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은은 짚었다. 주요 10개국과 비교해도 최근의 M2 증가율은 중간 정도에 해당한다. 또 일각에서는 우리나라의 증가율이 미국보다 높다고 주장하지만, 미국은 주요 10개국 중 가장 크게 변동한 국가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양적완화와 긴축에 따라 증가율이 최고 27%에서 최저 -5%까지 오르내리는 등 변동성이 컸다는 설명이다.

한은이 지난해 RP(환매조건부채권) 매입을 통해 488조원 규모의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했다는 주장에 대해서 "RP 매입액을 단순히 누적해 매입 규모를 크게 과장한 것으로, RP 거래의 메커니즘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비롯한 오해"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RP 매입은 만기가 2주 정도로, 만기가 지나면 자동으로 반대거래가 일어나 자금이 회수되는 구조다. 한은은 '가령 10만원씩 일주일 만기로 대출을 받았다가 상환하는 일을 1년 동안 반복하면 지갑에는 520만원(10만원X52주)이 아니라 10만원이 있었던 것과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화안정증권 발행과 RP 매각 등 한은의 공개시장운영은 오히려 시중 유동성(지급준비금)을 대규모로 흡수하는 기조라고도 덧붙였다.

GDP 대비 통화량 비율 최근 안정세…"금융구조 차이로 국가 간 단순 비교 부적절"

국내총생산(GDP) 대비 통화량 비율도 최근 안정됐다고 평가했다. 이 비율은 2022년 4분기 이후에는 소폭 하락한 후 횡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가계부채가 축소 흐름을 이어가고, 기업대출도 둔화한 영향이다. 한은은 장기적으로는 상승한 것이 사실이지만 금융산업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국내 은행 부문이 꾸준히 커졌고, 이들이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금융지원을 강화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런 국가 간 금융구조의 차이 때문에 GDP 대비 통화량 비율을 국가별로 단순 비교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점도 짚었다. 구체적으로 보면 통화량은 경제주체들이 예금취급기관에 예치한 현금성 자산이기 때문에 은행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은 GDP 대비 통화량 비율이 높고, 자본시장 의존도가 높은 미국은 우리나라의 절반 정도로 낮은 경향을 보인다.


한은은 통화량이 늘어 물가가 오르고 환율 상승까지 이어졌다는 '구매력평가설' 이론에 기반한 주장도 통계적인 근거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구매력평가설은 국내 물가가 상대적으로 높아지면 국내 재화에 대한 수요가 해외로 전환되고 이 과정에서 달러화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원·달러 환율이 상승한다는 논리다.

한은은 2005년 이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한미 통화량 증가율 차이와 원·달러 환율 상승률 간 상관관계가 0.10%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한은은 "일부에서 특정 기간의 데이터만을 이용해 연관성을 강조하고 있는데 장기간의 관계에서는 상관관계가 거의 나타나지 않고, 최근 들어서는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그런데도 실제 데이터에 기반하지 않은 주장이 시장에서 여러 경로를 통해 확산하고 실제 환율 상승 기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우려했다.

통화량 증가가 아니라면 환율 왜 올랐나…"시장심리·수급 불균형 결과"
한은은 최근의 환율 상승은 통화량 증가가 아니라 시장심리, 수급 여건에 크게 영향을 받은 결과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해 1~11월 중 경상수지 흑자는 1018억달러였지만 거주자의 증권투자는 이를 큰 폭 상회하는 1294억달러로 증가하면서 환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다. 들어오는 달러보다 나가는 달러가 더 많았다는 것이다. 이런 흐름은 올해 들어서도 지속되고 있다.


한은은 "과도한 유동성 증가 주장은 객관적 사실과 맞지 않고, 아울러 최근의 환율 상황은 경제 펀더멘털에서도 다소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그간 정부와 함께 다양한 시장 안정화 조치를 시행해왔고, 그 효과는 시차를 두고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도 시장 상황을 예의 주시하면서 기대와 수급 쏠림을 완화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 환율 안정을 위해 금리 인상 등 통화정책으로 직접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일축했다. 한은은 "환율을 직접적인 목표로 삼아 통화정책을 운영하지 않고, 환율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간접적으로 고려하고 있다"며 "만일 환율을 목표로 통화정책을 수행하게 되면 경기에 대한 부작용이 커져 여러 경제주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오히려 환율 안정도 저해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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