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찬우 기자 = 저가 수출을 앞세워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흔들어온 중국 자동차 업체들의 전략에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을 시작으로 각국의 관세와 규제, 정치적 리스크가 높아지면서 중국 완성차 업체들은 수출 확대에만 의존하기보다 '현지 생산'을 병행하는 방향으로 전략의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20일 HMG경영연구원이 발표한 '2026년 글로벌 자동차시장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완성차 업체들은 기존의 저가 수출 전략에 더해 유럽·남미·동남아 등 글로벌 현지 생산 거점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다층화하고 있다.
2026년을 전후로 중국 자동차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내수 중심의 확장 전략은 한계에 부딪혔다. 중국 정부의 보조금 축소와 경쟁 심화로 수익성이 압박받는 상황에서 글로벌 시장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가 됐다.
중국 전기차가 유럽·동남아·남미 현지 생산라인에서 조립되고 있는 모습을 표현한 이미지. [AI 일러스트=이찬우 기자] |
20일 HMG경영연구원이 발표한 '2026년 글로벌 자동차시장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완성차 업체들은 기존의 저가 수출 전략에 더해 유럽·남미·동남아 등 글로벌 현지 생산 거점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다층화하고 있다.
2026년을 전후로 중국 자동차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내수 중심의 확장 전략은 한계에 부딪혔다. 중국 정부의 보조금 축소와 경쟁 심화로 수익성이 압박받는 상황에서 글로벌 시장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가 됐다.
다만 문제는 기존 방식이었다. 중국산 완성차를 그대로 수출하는 모델은 각국의 고율 관세와 반중 정서, 안전·환경 규제라는 삼중의 벽에 가로막혔다.
이 같은 제약 속에서 중국 업체들이 택한 해법은 생산 거점을 해외로 옮기는 것이다. BYD, 지리, 상하이차(SAIC) 등 주요 완성차 그룹은 이미 유럽과 남미, 동남아를 중심으로 현지 공장 설립 또는 인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단순 조립 수준을 넘어 배터리와 핵심 부품까지 포함하는 수직계열화 모델도 확산되는 추세다. 이는 관세 회피를 넘어 '현지 기업'으로 인식되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된다.
이 변화의 핵심은 단기적인 비용 절감이 아니라 지속성에 있다. 현지 생산은 초기 투자 부담이 크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가격 변동성과 정책 리스크를 낮추고 공급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특히 전기차 시장에서 배터리 원가와 물류 비용이 가격 경쟁력을 좌우하는 구조를 감안하면, 현지 생산은 중국차가 가진 원가 우위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수단으로 꼽힌다.
더 주목할 점은 중국차의 현지화 전략이 단순한 '공장 이전'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부 업체들은 현지 디자인 센터와 연구개발 조직을 함께 구축하며, 시장별 맞춤형 모델 개발에 나서고 있다. 유럽에서는 주행 감각과 안전 기준을, 동남아와 남미에서는 내구성과 가격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식이다. 이는 중국차가 '값싼 대안'에서 벗어나 글로벌 시장의 실질적인 선택지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같은 흐름은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경쟁 구도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기존 완성차 업체들이 관세와 규제를 방어막 삼아 중국차와 경쟁해 왔다면, 현지 생산이 본격화될 경우 이러한 장벽은 상당 부분 약화될 수밖에 없다. 경쟁의 무대가 국경을 넘어 시장 내부로 이동하면서, 완성차 업체 간 경쟁은 가격뿐 아니라 브랜드와 상품성, 공급망 안정성까지 포괄하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부품 산업 역시 변화의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 중국 완성차 업체들이 해외 생산 거점에 배터리와 주요 전장 부품까지 함께 가져가는 구조가 확대될 경우, 글로벌 부품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기존 부품사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동시에 중국계 공급망과 경쟁이 본격화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이처럼 올해는 중국 자동차 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외부 변수'를 넘어 경쟁의 밀도를 끌어올리는 핵심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하는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중국 완성차 업체들의 현지 생산 전략이 향후 한국 시장으로까지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 자동차 산업 기반과 인프라가 이미 구축돼 있고 수입차 시장 비중도 꾸준히 확대되고 있어 전략적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정치·외교적 변수와 여론, 시장 규모 등을 감안할 때 단기간에 현실화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며, 중장기적 시나리오 차원에서 거론되는 수준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양진수 현대자동차그룹 HMG경영연구원 모빌리티산업연구실장은 "중국 업체들의 글로벌 진출 전략이 올해를 기점으로 한 단계 더 고도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과거에는 중국 내 원가 경쟁력을 앞세운 수출 확대가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관세와 무역 장벽을 고려한 현지 생산 전략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chanw@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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