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파이낸셜뉴스 언론사 이미지

"‘경도’ 조심하라"… 놀이 가장한 포교·범죄 통로 '우려'

파이낸셜뉴스 김예지
원문보기

"‘경도’ 조심하라"… 놀이 가장한 포교·범죄 통로 '우려'

서울맑음 / -3.9 °
오픈모임 구조 속 범죄·특정 종교단체 포교 악용 가능성 제기
오인 신고 잇따를 경우 공권력 낭비·치안 혼선 가능성


'경찰과 도둑' 모집 게시글 이미지.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크리스마스이브인 지난해 12월 24일 서울 강서구 서울식물원 잔디밭에서 열린 '경찰과 도둑' 놀이에서 경찰 역할을 맡은 사람들이 형광 팔찌를 차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과 도둑' 모집 게시글 이미지.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크리스마스이브인 지난해 12월 24일 서울 강서구 서울식물원 잔디밭에서 열린 '경찰과 도둑' 놀이에서 경찰 역할을 맡은 사람들이 형광 팔찌를 차고 있다.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경도' 조심하세요. OOO(종교단체) 많다고 합니다. 가끔은 본인 빼고 다 OOO인 경우도 있다고 하네요."
최근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경찰과 도둑(일명 경도)' 놀이가 불특정 다수가 섞이는 구조적 특성 탓에 특정 종교단체 포교와 각종 범죄, 공권력 낭비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단순한 놀이로 치부하기에는 시민 불안과 치안 혼선이 적지 않다는 우려다.

20일 파이낸셜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과 도둑'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참가자를 모집한 뒤 공원이나 하천 인근, 운동장 등 공공장소에서 오프라인 방식으로 진행된다. 모임 참가자 중 '경찰'과 '도둑' 역할을 정한 뒤 경찰이 도둑을 잡아 감옥에 가두고, 다른 도둑이 감옥을 터치해 구출하는 술래잡기형 놀이로 20~30대는 물론 중장년층까지 참여하는 양상이다.

본인을 '현직 경찰관'이라고 지칭하는 시민이 모임을 주최하는 사례도 확인됐으며 당근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서울 강남·송파·성동을 비롯해 경기 분당·고양·용인, 인천 계양, 광주 광산, 경북 포항 등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모집 글이 다수 발견됐다.

그러나 취지와는 달리, 우려의 목소리도 상당하다. 놀이가 '오픈모임' 형태로 운영되는데다, 개별적 형태이기 때문에 범죄나 포교 등 악용되더라도 규제할 방법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도 조심하라"는 경고 글과 함께 "급작스럽게 유행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것은 항상 위험하다"는 반응이 온라인에 잇따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서울 송파구 주민 직장인 조모씨(34)는 "저녁에 공원에서 여러 명이 소리를 지르며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고 순간적으로 무슨 일이 난 건가 싶었다"며 "장난인지 실제 위험한 상황인지 알 수 없어 불안한 마음에 자리를 피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서초구에 거주하는 주부 이모씨(51)도 "혹시라도 자녀가 이런 모임에 참여했다가 종교단체 포교나 범죄에 노출될까 봐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놀이와 범죄의 경계가 흐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단체 채팅방에는 "경도 때 가방 훔쳐가신 분 자수 바란다. 진짜 도둑이 있을 줄은 몰랐다"며 놀이 도중 분실·도난이 발생했다는 취지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치안 혼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수십명이 단체로 뛰어다니며 추격하는 장면은 주변 시민에게 범죄 상황으로 오인돼 신고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지난 2일 밤 서울 마포구 한강공원에서는 '경찰과 도둑' 놀이 장면을 범죄로 오해한 시민 신고로 경찰이 출동했다. 현장 확인 결과 범죄 혐의점은 없었으며 놀이 중인 것으로 파악돼 상황은 종료됐다. 하지만 경찰 출동이 반복되며 공권력이 불필요하게 소모되고 긴급한 사건 대응에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공공장소에서 이뤄지는 추격 놀이 자체가 구조적 위험을 안고 있다고 경고한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사적 놀이가 관련 없는 다수에게 피해를 주는 순간 명백한 문제가 된다"며 "오인 신고로 경찰이 출동할 경우 시민들은 큰 불안을 느낄 수 있고 예상치 못한 물리적 충돌이나 불상사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게임 참여자들 스스로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의 경계를 인식하고 장소 선정이나 사전 고지 등 최소한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염건웅 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부 교수는 "사이비 종교의 경우 심리적 틈을 파고들어 친근한 방식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며 "이런 놀이 문화가 악용될 수 있다는 점 자체를 인식하고 성숙한 시민 의식 속에서 규칙과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

Copyrightⓒ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