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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중대 인권침해 사건에 기판력 적용은 위헌’ 헌재서 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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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중대 인권침해 사건에 기판력 적용은 위헌’ 헌재서 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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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8월29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재일교포 간첩조작사건’ 공소보류처분을 직권으로 취소해달라는 진정서를 들고 있는 김병진씨. 최정규 변호사 제공

2025년 8월29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재일교포 간첩조작사건’ 공소보류처분을 직권으로 취소해달라는 진정서를 들고 있는 김병진씨. 최정규 변호사 제공


한번 확정판결 받은 사안에 대해 다시 법적으로 다투지 못하도록 하는 기판력을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에까지 적용하는 건 위헌이라는 헌법소원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본격 심리에 나선다. 기판력을 과거사 사건에 적용하는 게 위헌인지를 가리는 헌재의 첫 판단이 나올 전망이다.



20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헌법재판소는 기판력의 범위를 규정한 민사소송법 제216조와 제218조가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기본법에서 정한 진실 규명 사건 중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에 적용되는 건 위헌이라는 헌법소원 사건을 지난 13일 정식 심판에 회부하기로 결정했다. 기판력은 한번 확정판결 받은 사안에 대해 다시 다툴 수 없도록 정한 원칙이다.



보안사 고문 피해자 김병진씨는 지난달 26일 헌법재판소에 기판력 범위를 정한 민사소송법 조항이 과거사정리법의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에 적용되는 건 위헌이라고 헌법소원을 냈다. 1983년 대학원에 다니던 김씨는 국군보안사령부(보안사) 소속 수사관들에게 끌려가 보안사에 구금돼 전기 고문 등 가혹 행위를 당했고, 보안사에서 2년 동안 군무원으로 강제 근무했다. 보안사는 김씨가 사직한 뒤에도 수차례 소재와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그의 가족들에게 여러 차례 연락했고, 김씨가 보안사의 인권 침해 행태를 고발하는 책을 내자 외무부는 김씨 여권 발급을 제한하기도 했다. 김씨는 2005년 보안사의 불법행위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입었다며 국가를 상대로 1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그러나 당시 법원은 보안사의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됐으며, 여권 발급 제한 등 불법행위에 대한 증명이 부족하다는 이유 등으로 김씨에게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후 김씨는 2009년과 2024년 두 차례 과거사정리위원회로부터 국가가 김씨에게 한 불법행위에 대해 사과하고 김씨의 피해와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한 적절한 조처가 필요하다는 진실규명 결정을 받았다. 진화위에서는 외무부가 김씨에게 여권 발급을 금지 조처한 점이 인정됐고, 2018년엔 민법상 소멸시효 주장을 과거사정리법의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에 적용하는 건 위헌이라는 헌재 결정이 나오기도 했다. 이런헤 바뀐 사정을 바탕으로 김씨는 국가의 불법행위 등에 대해 다시 한번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으나, 서울중앙지법 민사20부는 지난달 19일 확정판결의 기판력이 미친다며 해당 부분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김씨가 기판력의 범위를 정한 민사소송법의 위헌 여부를 심판해달라고 제청한 신청 역시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각하했다. 재판 당사자는 재판의 전제가 되는 법률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하면 법원에 위헌법률제청 심판을 신청할 수 있다. 김씨는 과거사정리법의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에 기판력을 적용하는 건 국가배상청구권 등을 침해해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김씨가 기판력을 규정한 민사소송법 조항이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게 아니라 해당 조항이 특정 사건에 적용되지 않는 걸로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하기 때문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이 부적합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법령의 해석·적용 권한은 법원에 전속된 것이고, ‘법률’의 위헌 여부가 재판의 전제로 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씨 소송을 대리하는 최정규 변호사는 “국가배상청구권은 재판청구권과 별개로 헌법상(29조) 보장된 기본권”이라며 “기판력 제도가 일반 소송에서 활용되지만 국가배상청구권의 특수성을 고려했을 때 일정 경우 제한돼야 하는 게 아닌지 문제를 제기했다”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빨리 문제 제기(소송)한 사람은 기판력으로 아무것도 못 하는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기판력을 국가배상소송에 그대로 적용하는 게 타당한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나영 기자 ny379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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