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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지휘·책임은 직원처럼… 방송 프리랜서의 허상

아시아투데이 설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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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지휘·책임은 직원처럼… 방송 프리랜서의 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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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종편 6개사 감독… 200명 넘는 인력 고용 전환 추진
연차·산재·초과근무 보호 없는 제작 인력 실태 수면 위로

서울 시내버스 노동조합이 무기한 전면파업에 돌입한 13일 오전 서울 지하철 3,4호선 충무로역이 출근길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연합뉴스

서울 시내버스 노동조합이 무기한 전면파업에 돌입한 13일 오전 서울 지하철 3,4호선 충무로역이 출근길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연합뉴스



아시아투데이 설소영 기자 = '프리랜서'라는 가면 뒤에 숨겨졌던 방송 제작 현장의 고용 현실이 결국 드러났다. 유연성이라는 명분 아래 법의 보호를 피해 온 인력 운용 관행에 정부가 칼을 뺐다. 출퇴근하고, 지휘를 받고, 고정급을 받으면서도 노동자가 아니라던 구조는 더 이상 설명이 되지 않았다. 근로감독 결과, 방송사가 수십 년간 유지해 온 '책임 없는 고용'이 제동에 걸렸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7월부터 연말까지 지상파 방송사와 종합편성채널을 대상으로 실시한 근로감독 결과를 20일 발표했다. 감독 대상은 KBS와 SBS 등 지상파 2곳과 채널A·JTBC·TV조선·MBN 등 종합편성채널 4곳이다. 앞서 MBC에 대해서는 특별근로감독이 선행됐다.

이번 감독은 고(故) 오요안나 사망 사건을 계기로 방송업계 전반의 노동 실태를 점검하기 위해 확대 실시됐다. 앞서 MBC 특별감독에서는 시사·보도국 프리랜서 35명 중 25명이 실질적 근로자로 인정된 바 있다.

방송업계는 그동안 PD, FD, 영상 편집, CG, VJ, 작가 등 핵심 제작 인력을 프리랜서 계약 형태로 운영해 왔다. 형식상 자율 계약이었지만, 실제 현장은 달랐다. 출퇴근 시간과 근무 장소는 고정돼 있었고, 제작 회의 참석은 상시 의무였다. 업무 내용과 일정은 정규직 PD와 팀장의 지휘·감독 아래 이뤄졌다.

현장 증언도 이를 뒷받침한다. 서울의 한 방송사에서 FD로 일한 A씨는 "계약서는 프리랜서였지만 출근 시간은 정규직과 같았고, 야근이나 편성 변경도 팀장 지시를 따랐다"며 "휴가를 쓰려면 결재를 받아야 했다"고 말했다. VJ로 근무했던 B씨 역시 "사실상 전속이었지만 다른 일을 병행하면 문제 삼았다"며 "방송국에 상시로 묶여 있으면서도 보호는 없었다"고 토로했다.

근로감독 결과 지상파 방송사에서는 총 85명의 프리랜서가 실질적 근로자로 확인됐다. KBS는 18개 직종 프리랜서 212명 중 7개 직종 58명, SBS는 14개 직종 175명 중 2개 직종 27명의 근로자성이 인정됐다. 대상 직종은 PD, FD, 영상 편집, CG, VJ, 막내 작가, 자료조사 등이었다.


이들은 모두 정규직 PD 등으로부터 구체적이고 지속적인 지휘·감독을 받았고, 근무 시간과 장소가 고정돼 있으며 매월 고정급을 지급받는 등 독립된 사업자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됐다. 특히 KBS의 경우, 2021년 감독 당시 근로자 전환 대상이었던 막내 작가 일부를 여전히 프리랜서로 채용해 온 사실도 이번에 드러났다.

종합편성채널 4곳에서는 프리랜서 276명 중 131명이 근로자로 전환될 예정이다. 방송사별로 보면 채널A가 42명으로 가장 많았고, TV조선 23명, JTBC 17명 순이었다. MBN은 이른바 '프리랜서 제로' 정책에 따라 대상자 전원을 기간제 근로자로 계약하기로 했다. 이들은 이달 말까지 본사 직접 고용, 자회사 고용, 파견 계약 등 방송사별 여건에 따라 근로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직종별 판단에서는 차이도 나타났다. CG 직군의 경우 KBS에서는 근로자성이 인정된 반면, SBS에서는 작업 건당 보수 지급과 근무 시간 자율성 등을 이유로 근로자성이 부정됐다. 노동부는 형식적 계약이 아닌 실질적 근무 형태를 기준으로 판단했으며, 업무 지휘·감독 여부, 출퇴근 관리, 전속성, 고정급 지급 여부, 업무 대체 가능성 등을 주요 판단 요소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임금 체불과 조직문화 문제도 함께 확인됐다. KBS에서는 영상 편집과 뉴스 준비 업무를 수행한 기간제 노동자 22명에게 복리후생비 1670만 원이 지급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 시정 지시가 내려졌다. 주요 방송사 전반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과 성희롱 피해 신고 절차가 미흡한 점도 확인돼,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 징계 강화를 골자로 한 개선 지침 마련이 권고됐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유연한 인력 운용이라는 명분 아래 프리랜서 제도가 오·남용돼 온 측면이 크다"며 "이번 감독을 계기로 방송업계의 불합리한 인력 구조와 조직문화를 근본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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