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통행료 2만8천원 청구 패소…재판부 "원래 무상이었던 통행로"
사유지 |
(전주=연합뉴스) 정경재 기자 = 애초 관행적으로 무상이었던 길을 통해 다녔던 맹지(盲地)를 산 소유주는 최근 이 길을 사들여 통행료를 내라는 새로운 주인의 요구에 따라 돈을 줘야 할까?
법원은 수십 년 전부터 주민들이 이용하던 길을 매입해 독점적인 사용·수익권을 주장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그 땅의 주인에게 통행료를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했다.
전주지법 남원지원 김정웅 부장판사는 A씨가 맹지(300㎡) 소유주인 B씨를 상대로 낸 통행료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판결 했다고 20일 밝혔다.
이 소송은 1996년 택지개발이 이뤄진 전북 남원시의 한 동네에서 최근 일어난 토지 분쟁에서 비롯됐다.
원고인 A씨는 동네로 통하는 사유 도로(사도)를 비롯해 2017년부터 이 주변에 여러 땅과 주택을 매입한 재력가였다.
반면 B씨는 2024년 7월 경매에서 토지와 다가구주택을 낙찰받아 비교적 최근에 이 동네에 부동산을 마련했다.
그런데 B씨의 땅에는 한 가지 커다란 문제가 있었다.
주변이 A씨의 사유지로 둘러싸인 데다 그의 소유인 사도를 통하지 않고서는 접근조차 불가능한 맹지 중의 맹지였다.
A씨는 이를 알게 되자 "피고 소유의 토지에서 외부로 나가려면 내 땅을 무조건 지나야 하므로 매달 통행료로 2만8천260원을 지급하라"고 소송을 냈다.
이에 B씨는 "원고가 소유한 사도는 종전 소유자가 과거 일반 공중의 통행로로 무상 제공하면서 사용·수익권을 포기한 도로"라면서 "원고는 이를 알면서도 사도의 소유권을 취득했으므로 원주인과 마찬가지로 수익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의 지적도 |
재판부는 양측의 주장을 토대로 한 심리 끝에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고 피고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쟁점인 토지는 1996년 사도가 개설되기 전부터 자연발생적으로 주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하거나 최소한 아무런 제약 없이 다녔던 통행로"라면서 "원고는 종전 소유자가 일반인에게 통행로로 제공했던 사도의 소유권을 2017년 취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고는 사도의 소유권을 취득하기 전부터 해당 토지가 오랫동안 무상으로 인근 주민들을 위한 통행로로 사용됐던 사정을 잘 알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사도 개설자가 아닌 원고는 이 사도에 대해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사용·수익권을 행사할 권리가 없으므로 피고 소유 토지의 유일한 통로인 사도의 사용료를 청구할 수 없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jay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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