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호 기자]
이탈리아 패션 디자이너 발렌티노 가라바니가 2026년 1월 19일(현지시간) 로마 자택에서 별세했다. 향년 93세.
발렌티노는 오트 쿠튀르의 미학을 확립하고, '발렌티노 레드'로 대표되는 독자적 스타일을 남겼다. 보그는 그를 '국제적 취향의 중재자'라 칭했다. 그의 삶과 작업을 담은 2008년 다큐멘터리의 제목은 '발렌티노: 마지막 황제'였다.
영화에 매혹된 소년
이탈리아 패션 디자이너 발렌티노 가라바니가 2026년 1월 19일(현지시간) 로마 자택에서 별세했다. 향년 93세.
발렌티노는 오트 쿠튀르의 미학을 확립하고, '발렌티노 레드'로 대표되는 독자적 스타일을 남겼다. 보그는 그를 '국제적 취향의 중재자'라 칭했다. 그의 삶과 작업을 담은 2008년 다큐멘터리의 제목은 '발렌티노: 마지막 황제'였다.
영화에 매혹된 소년
발렌티노 가라바니의 본명은 발렌티노 클레멘테 루도비코 가라바니다. 1932년 5월 11일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주 보게라에서 태어났다.
그는 어린 시절 영화 속 화려한 의상에 매료돼 패션 디자이너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는 "은막 속 스타들의 완벽한 모습에 열광했다"고 회고한 바 있다.
17세에 파리로 건너가 에콜 데 보자르와 샹브르 생디칼 드 라 쿠튀르 파리지엔에서 수학했다. 1950년대 장 데세(Jean Dessès)와 기 라로슈(Guy Laroche) 밑에서 경험을 쌓으며 쿠튀르의 기초를 다졌다.
발렌티노 레드의 탄생
1959년 로마 콘도티 거리에 자신의 이름을 건 패션 하우스 메종 발렌티노를 설립했다.
1960년 건축학도였던 잔카를로 잔메티를 만나 평생의 비즈니스 파트너 관계를 맺었다. 잔메티는 학업을 중단하고 발렌티노의 사업 파트너가 됐으며, 창립 첫해 파산 위기에서 브랜드를 구해냈다.
발렌티노의 트레이드마크는 단연 '발렌티노 레드'로 불리는 선명한 주홍색이었다. 깨끗한 라인에 레이스, 러플, 자수 등 여성스러운 디테일을 더한 그의 디자인은 첫 컬렉션부터 주목받았다.
아이콘들이 선택한 디자이너
발렌티노는 "나는 여성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안다. 그들은 아름다워지기를 원한다"고 말한 바 있다.
재클린 케네디는 1964년경 발렌티노 디자인을 처음 접하고 즉시 6벌의 오트 쿠튀르 드레스를 구입했으며, 존 F. 케네디 대통령 서거 후 애도 기간 내내 그의 옷을 입었다. 1968년 아리스토텔레스 오나시스와의 결혼식에서도 발렌티노의 레이스 드레스를 착용해 화제가 됐다.
오드리 헵번, 엘리자베스 테일러, 소피아 로렌, 다이애나 왕세자비 등 당대 아이콘들이 그의 고객이었다.
줄리아 로버츠가 2001년 제7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입었던 빈티지 흑백 드레스, 케이트 블란쳇이 2005년 제7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입었던 버터 옐로우 드레스 등은 레드카펫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으로 꼽힌다.
글로벌 명품으로 성장
1969년 밀라노에 첫 프레타포르테(기성복) 매장을 오픈한 발렌티노는 1970년대 미국 진출에 성공하며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했다. 앤디 워홀, 다이애나 브릴랜드 등 뉴욕의 엘리트 문화계 인사들과 교류하며 영향력을 확대했다.
1998년 발렌티노 컴퍼니를 약 3억 달러에 매각했으며, 2021년 기준 브랜드 매출은 13억6000만 달러에 달했다.
2008년 1월 파리에서 마지막 여성복 컬렉션을 선보이며 은퇴를 선언했다. 45년간의 디자이너 생활을 마감하는 쇼의 피날레에서는 모든 모델이 '발렌티노 레드' 드레스를 입고 등장했다. 이 무대에는 나오미 캠벨, 지젤 번천, 클라우디아 쉬퍼, 나디아 아우어만 등 슈퍼모델들이 다시 무대에 섰다.
"국제적 취향의 중재자, 마지막 황제"
보그(Vogue)는 그를 "국제적 취향의 중재자"로, NPR은 "로마에서 교황과 맞먹는 인기를 누렸던 인물"로 평가했다.
2006년에는 디자이너로서는 최초로 프랑스 레종 도뇌르 기사 작위를 받았다. 2008년에는 그의 삶과 작업 세계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발렌티노: 마지막 황제'가 제작됐다.
'패션계의 마지막 황제' 발렌티노는 자신만의 색을 '모든 여성들이 원하는 취향'으로 남기고, 2026년 1월 19일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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