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아시아투데이 언론사 이미지

'보수의 종말', 재집권 1년 트럼프가 다시 쓰는 미국과 세계

아시아투데이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원문보기

'보수의 종말', 재집권 1년 트럼프가 다시 쓰는 미국과 세계

속보
이민성호, 한일전 0-1 패배…U23 아시안컵 결승 좌절


관세와 '돈로' 독트린의 실험..."내 도덕성이 유일한 통제"
관료주의 해체부터 마두로 축출까지, 제약 없는 권력의 365일
FT "미국 민주주의, 1인 통치 실험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월 20일(현지시간) 자신의 취임식을 기념해 미국 워싱턴 D.C.에서 '사령관 무도회(Commander in Chief Ball)'에서 의장용 검을 들어 보이고 있다./로이터·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월 20일(현지시간) 자신의 취임식을 기념해 미국 워싱턴 D.C.에서 '사령관 무도회(Commander in Chief Ball)'에서 의장용 검을 들어 보이고 있다./로이터·연합



아시아투데이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 20일(현지시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 복귀해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지 정확히 1년이 되는 날이다. 지난 1년은 워싱턴의 관료주의를 해체하고, 국제 질서를 재편하며, 행정권을 극한으로 밀어붙인 시간이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2.0의 첫 365일'이 연방 관료 조직의 재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독립성에 대한 공격, 이민 단속의 폭력적 강화, 보건·과학 정책의 전면적 전환, 그리고 생활비 위기 속 지속되는 인플레이션으로 특징지어졌다고 평가했다.

FT는 트럼프 2기의 대외정책이 '고립'이 아니라 '개입'으로 기울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100개국 이상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고, 이란 공습,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축출, 그린란드 장악 위협 등 개입주의 노선을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로이터통신도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1년이 '충격과 공포의 정책 대공세'라고 규정하며, 그가 2년 차에 접어들면서 점점 더 제약이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AP통신은 '충격적인 공약'의 이행 여부를 점검하면서 트럼프 2기 1년이 '규범과 견제 장치의 시험'이라며 "일부 구상이 이제 현실이 됐다"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4월 2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57개 경제주체(56개국·지역+유럽연합)별 상호 관세율이 적힌 차트를 들어 보이고 있다./AP·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4월 2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57개 경제주체(56개국·지역+유럽연합)별 상호 관세율이 적힌 차트를 들어 보이고 있다./AP·연합



◇ 트럼프 '타코' 관세, 예측불허 압박과 실효관세 급등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4월 2일 '해방의 날(liberation day)'을 선포하면서 동맹과 적국을 가리지 않고 관세 위협을 가했다. FT는 이러한 트럼프의 예측 불가능한 정책 스타일을 '타코(Taco·Trump Always Chickens Out·트럼프는 언제나 꽁무니를 뺀다)'라고 명명했다. 위협만 하고 실제로는 물러선다는 의미였으나 데이터는 그가 방아쇠를 당겼음을 보여준다.

미국 예일대 예산연구소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의 관세 장벽은 대공황 시절 수준으로 높아졌다. 지난해 말 기준 미국의 평균 실효 관세율은 16.8%로 1930년대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로 인해 관세 수입은 폭증했다. FT는 관세 수입이 지난해 1월 73억달러에서 12월 279억달러로 급증했다고 전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관세가 성공적인 수입원임이 입증되었기 때문에 트럼프가 관세로 돌아섰다"고 분석했다.


13일(현지시간) 찍은 미국 뉴욕 5번가의 삭스 백화점 내부 모습./AFP·연합

13일(현지시간) 찍은 미국 뉴욕 5번가의 삭스 백화점 내부 모습./AFP·연합



◇ 체감 물가의 반격, '5달러 오레오'가 보여주는 생활비 위기

그러나 거시경제의 수치와 서민의 삶은 괴리돼 있다. FT는 "식료품 물가는 12월 0.7% 상승해 2022년 이후 가장 가파른 월간 상승폭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더타임스는 소고기(16%)·커피(거의 20%) 등 주요 식료품 가격이 상승했다고 전했다.

미국 뉴욕의 한 유권자는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오레오 과자에 여전히 5달러를 내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 체감 악화는 여론조사에서 뚜렷해졌다. AP통신과 시카고대 여론연구센터(NORC) 여론조사에 따르면 공화당원 중 트럼프 대통령이 생활비 문제 해결에 '많이' 도움이 됐다고 답한 비율은 16%에 불과했다.


FT는 인플레이션이 하락했음에도 3% 바로 아래에서 고착됐고, 고용도 '채용도 해고도 적은' 정체 국면이라고 진단했다.

관세 전쟁과 정책 혼선에도 시장은 반등했다. FT는 미국 뉴욕증시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가 사상 최고치에 근접해 있다면서도 트럼프 2기 집권 기간 상승이 다른 최근 대통령들보다 느렸다고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9월 1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전문직 비자(H-1B)' 수수료를 1인당 10만달러(1억4100만원)로 인상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한 후 이를 들어보이고 있다./로이터·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9월 1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전문직 비자(H-1B)' 수수료를 1인당 10만달러(1억4100만원)로 인상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한 후 이를 들어보이고 있다./로이터·연합



◇ 행정명령 홍수, 1인 통치와 권력 확장

트럼프 2기의 가장 큰 특징은 의회와 사법부의 견제를 무력화한 '행정명령 통치'다. FT는 이를 '1인 통치'라고 규정했다.

더타임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20일 취임 이후 228건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오직 프랭클린 D. 루스벨트·허버트 후버 대통령만이 더 많은 기록을 가지고 있다.

FT는 트럼프 대통령이 1기를 포함해 집권 5년 동안 현대 어떤 대통령보다 훨씬 많은 거의 450건의 행정명령을 발동했다고 집계했다. AP는 그가 지난해 9월 국방부의 명칭을 과거의 전쟁부로 되돌리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사실을 상기했다.

미국 마약단속국(DEA) 요원들이 5일(현지시간)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그의 부인 실리아 플로레스를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에 출두시키기 위해 헬기에서 연행하고 있다./로이터·연합

미국 마약단속국(DEA) 요원들이 5일(현지시간)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그의 부인 실리아 플로레스를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에 출두시키기 위해 헬기에서 연행하고 있다./로이터·연합



◇ 트럼프 "나의 도덕성, 유일한 견제 장치"

제도적 통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은 8일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로이터 인터뷰에서 명확히 드러났다. 그는 '해외에 대한 군사 공격을 감행할 때의 견제 정치'를 묻는 NYT 질문에 제약의 최종 기준이 법이나 조약이 아니라 자신의 도덕성이라고 못 박았다.

로이터는 이를 두고 "그는 제도적 제약보다는 주로 자신의 판단에 의해 제약받는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 대한 형사 수사와 그 경제적 파장에 대해 로이터에 "나는 신경 쓰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등이 2025년 9월 4일(현지시간) 조지아주 한국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으로 출동하고 있다./ICE 영상 캡처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등이 2025년 9월 4일(현지시간) 조지아주 한국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으로 출동하고 있다./ICE 영상 캡처



◇ 급증하는 이민 사망자와 구금, 100만달러 '골드 카드'의 이중성

이민 정책은 가장 극단적인 변화가 일어난 분야다.

더타임스는 2025년 한 해 동안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 중 32명이 사망했으며, 이는 수십 년 만에 가장 치명적인 해 중 하나였다고 전했다. FT는 범죄 기록이 없는 이민자들의 ICE 구금이 급증했다고 지적했다.

더타임스는 추방된 대다수가 멕시코·과테말라·온두라스·베네수엘라·엘살바도르 국적자라고 분석했다.

반면, 돈이 있는 이민자들에게는 미국 이민의 문이 열렸다. 트럼프 행정부는 상무부에 100만 달러를 기부하면 영주 비자를 받을 수 있는 골드 카드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옌스 프레데리크 닐센 그린란드 자치정부 수반이 17일(현지시간) 그린란드 누크의 미국 영사관 앞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그린란드 '매입'에 반대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AP·연합

옌스 프레데리크 닐센 그린란드 자치정부 수반이 17일(현지시간) 그린란드 누크의 미국 영사관 앞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그린란드 '매입'에 반대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AP·연합



◇ '돈로 독트린', 마두로 축출과 그린란드 매입 위협

트럼프 2기의 외교는 '먼로 독트린'에 트럼프의 이름을 합친 '돈로 독트린(Donroe Doctrine)'으로 불린다. FT는 이것이 고립주의를 넘어선 공격적 개입주의라고 규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 마두로 대통령의 관저를 습격해 체포한 후 뉴욕으로 압송한 후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17일 덴마크가 주관하는 그린란드 합동 군사훈련 '북극 인내 작전'에 자국군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유럽 8개국에 대해 오는 2월 1일부터 10%를 추가로 부과한 뒤, 6월 1일부터는 이를 25%로 인상해 그린란드의 '완전하고 총체적인 매입(complete and total purchase)'에 관한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지속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병합하며 파나마 운하를 되찾겠다고 위협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6월 2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근교 메릴랜드주 옥슨힐의 게이로드 내셔널 리조트 앤드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미국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연례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6월 2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근교 메릴랜드주 옥슨힐의 게이로드 내셔널 리조트 앤드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미국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연례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 백신 회의론과 홍역 폭증...보수주의의 종말과 새로운 미국 내셔널리즘 시작

트럼프 재집권 1년 동안 사회 전반에 걸쳐 과학적 합의가 무너지고 정치적 지형이 바뀌었다.

FT는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맡으면서 백신 지침이 급변했고, 그 결과 지난해 홍역 환자가 30년 만에 가장 많은 2242명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NYT 칼럼니스트 로스 다우댓은 트럼프 2기를 보수주의의 종말이자 새로운 미국 내셔널리즘의 시작으로 해석했다.

트럼프 2기 1년은 지지율의 역설 속에 마무리됐다. FT는 "대다수 미국인은 점점 더 불만을 느끼고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트럼프는 그의 지지 기반에서 여전히 인기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로이터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은 41%다.

ⓒ "젊은 파워, 모바일 넘버원 아시아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