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 쿠키뉴스 자료사진 |
금융당국이 보험사가 미래를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가정해 보험부채를 줄이는 관행에 제동을 건다. 손해율 비율과 사업비 등을 보다 보수적으로 계산하도록 기준을 명확히 하고, 내부통제와 감독도 함께 강화한다.
금융위원회는 20일 금융감독원 등 유관기관과 함께 보험부채를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계리가정 수립 원칙과 관리·감독 전반을 아우르는 종합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지급여력제도(K-ICS) 도입 이후 보험부채 산정 과정에서 보험사별 가정 차이가 커졌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미래 사고가 적게 날 것이라고 가정하거나, 향후 보험료 인상을 전제로 계산할 경우 보험부채는 줄고 단기 실적은 개선된다. 금융당국은 이러한 낙관적 가정이 당장은 실적에 드러나지 않더라도 위험을 미래로 미뤄 장기적으로는 보험사 건전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당국은 보험부채 산정의 기본 원칙으로 장래 현금흐름을 중립적으로 추정하는 ‘최선추정(Best Estimate)’ 방식을 명확히 했다. 중립성·보수성·비교가능성 등 세 가지 세부 원칙도 제시하고, 이를 실효성 있게 이행하기 위해 내부통제 강화와 시장 규율 확대를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손해율(보험료 대비 사고로 지급한 금액의 비율) 가정에 대한 기준이 강화된다. 경험 통계가 충분하지 않은 신규 담보에 대해서는 유사 담보의 손해율을 그대로 적용하는 방식을 제한하고, 보수적 손해율(90%)과 상위 담보의 실제 손해율 가운데 더 높은 값을 적용하도록 했다.
그동안 갱신형 보험상품은 일정 목표 손해율을 설정한 뒤, 갱신 시 보험료 인상을 통해 손해율이 개선될 것을 전제로 보험부채를 계산해 왔다. 실제 손해율이 악화되더라도 장래에는 목표 수준으로 낮아질 것이라고 가정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보험부채가 실제보다 낮게 평가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비실손 갱신형 상품의 목표 손해율을 보수적 손해율과 실제 손해율 중 더 높은 값으로 설정하도록 기준을 변경했다. 실손보험은 보험료 조정 한도 등을 고려해 목표 손해율을 100%로 설정하도록 한 기존 기준을 유지한다.
최종 손해율 적용 방식도 손질된다. 지금까지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통계 부족 등을 이유로 모든 담보에 동일한 손해율을 일괄 적용하거나, 손해율 변동 폭을 임의로 제한하는 사례가 있었다. 앞으로는 실제 통계량을 기준으로 담보별 적용 시점을 정하고, 불리한 손해율 변동을 인위적으로 축소하는 행위는 금지된다.
손해율 산출 단위 역시 세분화된다. 경험 통계가 충분함에도 여러 담보를 묶어 계산하거나 보험사마다 기준이 달라 비교가 어려웠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사업비 가정은 보다 현실적으로 바뀐다. 일부 보험사가 사업비에 물가상승률을 반영하지 않아 보험부채가 낮게 산정된다는 지적에 따라, 앞으로는 원칙적으로 물가상승률을 반영하도록 했다. 여러 상품과 부서에 공통으로 발생하는 비용은 보험계약 전 기간에 나눠 인식하도록 기준을 통일한다.
계리가정에 대한 내부통제도 강화된다. 보험사는 손해율·사업비 산출에 사용한 경험통계와 산출·보정 방법, 산출 결과, 관련 의사결정 체계 등을 모두 문서로 남겨야 한다. 연도 중 가정을 변경할 경우에는 변경 사유와 재무적 영향을 이사회 산하 위험관리위원회에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보험사들이 계리가정 현황과 내부통제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매년 제출하도록 하고, 이를 통해 보험사 간 가정 차이를 비교·분석할 계획이다. 주요 담보별 손해율 가정에 대한 공시 항목도 확대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손해율과 사업비 가이드라인은 세부 실무 기준을 1분기 중 배포해 2분기 결산부터 적용할 예정”이라며 “내부통제 강화와 감독체계 정비도 관련 규정 개정을 거쳐 2분기 중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