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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실적 줄어드나…금융당국, 계리가정 관리 칼질

이데일리 최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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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실적 줄어드나…금융당국, 계리가정 관리 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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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손해율·사업비 가정 편차 커지자 감독체계 정비
낙관적 가정 차단하고 문서화·공시 강화로 건전성 점검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보험사가 보험상품의 미래 손익을 계산할 때 사용하는 ‘계리가정’을 더 엄격하게 관리하는 감독 기준이 마련된다. 보험부채를 실제보다 낮게 평가해 단기 실적을 부풀리는 관행을 막고, 보험사의 장기 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원과 함께 보험업권 계리감독 선진화 방안을 마련했다고 20일 밝혔다.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새 지급여력제도(K-ICS) 도입 이후 보험사마다 손해율·사업비 가정이 크게 달라지면서, 보험부채 평가의 신뢰성이 흔들린다는 지적이 이어진 데 따른 것이다.

IFRS17 체계에서는 보험사가 미래에 지급할 보험금을 예상해 현재 가치로 계산한다. 이 과정에서 손해율을 낮게 잡거나 비용 증가를 과소평가하면 보험부채가 줄어들고, 당장 실적은 좋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실제 손해가 늘어나면 보험부채가 급증해 건전성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

금융위는 이런 문제를 막기 위해 계리가정의 기본 원칙으로 ‘현실에 근거한 중립적 추정’을 제시했다. 충분한 통계가 있으면 실제 데이터를 반영하고, 통계가 부족한 경우에는 보수적으로 계산하라는 것이다. 또 보험사 간 가정 차이가 드러나도록 비교 가능성도 강화했다.

손해율 가정과 관련해서는 특히 기준이 까다로워졌다. 새로 출시된 담보처럼 통계가 부족한 경우에는 임의로 낮은 손해율을 적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보수적인 기준과 상위 담보의 실제 손해율 중 더 높은 값을 사용하도록 했다. 보험료를 올리면 손해율이 자동으로 개선된다고 가정하는 방식도 제한된다.

손해율을 한꺼번에 묶어 계산하던 관행도 손본다. 앞으로는 연령·성별·담보 특성 등에 따라 손해율을 더 세분화해 산출하고, 실제 손해율이 나빠졌는데 이를 축소해 반영하는 행위는 금지된다.


사업비 가정 역시 현실화된다. 보험사는 장래에 발생할 비용을 계산할 때 물가 상승을 원칙적으로 반영해야 하고, 여러 상품에 공통으로 드는 간접비는 보험계약 전체 기간에 걸쳐 나눠 반영하도록 했다. 비용을 앞당겨 처리해 보험부채를 낮추는 관행을 막겠다는 취지다.

또 보험사가 손해율이나 비용 가정을 어떻게 계산했는지 전 과정을 문서로 남기도록 의무화했다. 연중 가정을 바꿀 경우에는 변경 이유와 재무 영향까지 이사회에 보고해야 한다. 계리 부서 내부 판단만으로 가정을 조정하기 어렵게 만드는 장치다.

감독당국은 보험사가 매년 ‘계리가정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해 주요 가정과 변경 내역을 정기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다. 주요 담보별 손해율 가정도 공시해, 소비자와 투자자가 보험사 간 차이를 비교할 수 있도록 한다.

이번 기준은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적용된다. 금융위는 “보험부채 평가를 보다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만들어 단기 실적 위주의 경영을 바로잡고, 보험산업 전반의 신뢰를 높이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