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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인사이드아웃] 한전·한수원 1조4000억원 분쟁, 왜 영국에서 중재? “국내로 가져와야”

조선비즈 세종=이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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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인사이드아웃] 한전·한수원 1조4000억원 분쟁, 왜 영국에서 중재? “국내로 가져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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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1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산업통상부 공공기관(자원·수출 분야) 업무보고를 주재하고 있다. /산업통상부 제공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1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산업통상부 공공기관(자원·수출 분야) 업무보고를 주재하고 있다. /산업통상부 제공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이 1조4000억원대 상사(商事) 분쟁을 벌이고 있다. 발단은 한국형 원전 수출 1호 사업인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이다. 한전이 발주하고 한수원이 건설했는데, 설계 변경과 공사 지연으로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 이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에 대한 협의가 결렬되자 한수원이 한전을 상대로 “1조4000억원을 달라”며 중재(仲裁) 신청을 낸 것이다.

그런데 상사 중재는 한국이 아닌 영국에서 진행되고 있다. 한전과 한수원은 모두 우리 공기업이고 모회사·자회사 관계인데 왜 이렇게 납득하기 힘든 상황이 발생했을까?

이에 대해 정부는 “바라카 원전 사업 계약서에 상사 중재는 영국에서 한다는 조항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해당 계약은 UAE 원자력공사(ENEC)와 한전·한수원 간에 맺어진 것이다. 여기에 ‘상사 중재를 하는 경우에는 런던국제중재법원(LCIA)에서 영국법에 따른다’는 취지의 조항이 포함돼 있다고 한다.

결국 한전과 한수원은 영국에서 상사 중재를 하게 됐다. 두 회사는 각각 로펌을 선임했고 관련 비용으로 최소 368억원이 소요될 전망이다. 한전이 한수원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어 중재 결과가 어떻게 나오더라도 내부 정산과 마찬가지인데 상당한 시간과 재원을 소모하게 되는 셈이다.

이에 따라 원전 수출 사업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부는 한전·한수원 중재 사건을 국내로 가져오려고 하고 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지난 8일 공공기관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영국에서 상사 중재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을) 국민이 절대 납득하지 못한다”며 “중재 사건을 국내 대한상사중재원(KCAB)으로 옮겨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한전과 한수원은 해당 중재 사건을 국내로 가져올지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밝히지 않고 있다. 열흘 넘게 “내부 검토 중”이라는 말만 하고 있다. 두 회사는 작년 10월 기후에너지환경부 산하로 이관되면서 산업부의 직접 감독을 받지 않게 됐다. 다만 기후부는 국내 원전 건설·운영 정책만 담당하기 때문에 해외 원전 사업 관련 분쟁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정부 관계자는 “중재 이전을 강제할 수단이 없는 건 맞다”면서도 “두 회사가 따를 만한 의견을 제시하겠다”고 했다.


법조계에서는 “한전·한수원 중재 사건을 국내로 가져와도 관련 비용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두 회사가 이미 선임한 로펌을 그대로 유지한 상태로 중재를 진행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국제중재 사건 전문인 한 법조인은 “중재 기관에 내야 하는 수억원 정도의 비용이 외국 기관에 나가지 않고 국내 기관에 들어가는 정도의 효과만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세종=이주형 기자(1stofl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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