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3구 70대 이상 28%…‘징벌적 세금’ 우려
전문가 “일시 효과 있어도 장기효과는 미지수”
전문가 “일시 효과 있어도 장기효과는 미지수”
#.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고 있는 버스운전사 A씨는 약 30년 전 한 주공아파트에 입주해 반 평생을 살았다. 그 사이 수십억원 이상 가격이 올라 주변 부러움을 샀지만 걱정이 크다. 보유세가 늘어나는 건 월급으로 버텨왔는데, 은퇴가 겨우 수년 남았다. 게다가 양도소득세마저 인상되면 팔지도 못한다. A씨는 “나이 들어 터전을 바꾸는 것도 어려운데, 이사 가야 하나 싶다”면서 “여기저기 들쑤시며 투기를 한 것도 아니고, 집값 오른 게 국민 탓이냐”고 호소했다.
#. 대기업에서 은퇴 후 중견기업으로 자리를 옮긴 60대 B씨는 지난해 강남구 아파트 한 채를 자녀에게 증여하고 경기도로 거처를 옮겼다. 시세는 30억원 수준. 증여세만 10억원 이상 냈지만, 향후 늘어날 수 있는 양도소득세와 보유세를 고려해 선제적으로 움직였다. 자녀가 사회생활을 일찍 한 덕이 컸다.
정부가 주택 세제 개편을 시사하면서 부동산 소유자들 사이에선 불안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보유세와 양도소득세(양도세)가 이중으로 오를 시, 서울에서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60대 이상의 은퇴 소유자들이 직격탄을 맞을 거란 지적이 나온다. 서울에 터를 잡고 삶을 꾸려온 이들로선 투기하지 않고 오래 거주한 것에 대해 벌금을 맞는 셈이다.
#. 대기업에서 은퇴 후 중견기업으로 자리를 옮긴 60대 B씨는 지난해 강남구 아파트 한 채를 자녀에게 증여하고 경기도로 거처를 옮겼다. 시세는 30억원 수준. 증여세만 10억원 이상 냈지만, 향후 늘어날 수 있는 양도소득세와 보유세를 고려해 선제적으로 움직였다. 자녀가 사회생활을 일찍 한 덕이 컸다.
정부가 주택 세제 개편을 시사하면서 부동산 소유자들 사이에선 불안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보유세와 양도소득세(양도세)가 이중으로 오를 시, 서울에서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60대 이상의 은퇴 소유자들이 직격탄을 맞을 거란 지적이 나온다. 서울에 터를 잡고 삶을 꾸려온 이들로선 투기하지 않고 오래 거주한 것에 대해 벌금을 맞는 셈이다.
▶서울 자가, 50대 이상이 70% 가까이 소유=20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소유자(2024년 기준) 60세 이상이 38.7%를 차지하고 있다. 은퇴 직전 연령대인 50대도 26.2%로 집계돼, 사실상 열 채 중 7채는 50대 이상이 소유한 셈이다.
고가주택 밀집 지역일수록, 가격에 따른 진입장벽이 높아 고령 소유자가 많았다. 법원 등기정보광장 부동산등기 소유현황 집계 결과, 지난달 강남구에 부동산 소유자 중 70세 이상이 27.4%를 차지했다. 서초구(27.8%)와 송파구(27.4%)도 70세 이상 소유자 비중이 30%에 육박했다.
이에 따라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밝힌대로 고가 1주택자에 대해 보유세와 양도세 과세표준 구간을 세분화하면, 집값이 오르기 전인 수십년 전부터 생활하던 고령 생활자들이 주변으로 밀려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선 이번 정부가 장기보유 특별공제율을 낮춰 양도세를 인상함과 동시에 공시지가 현실화율 등으로 보유세도 함께 높일 것으로 본다. 이 안이 현실화하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건 40%에 육박하는 은퇴자들이다. 고령 소유자의 경우 고정 수입이 없는 경우가 대다수기 때문에, 경제활동을 하는 타 연령대 대비 세금 부담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송파구에 거주하는 한 60대는 “반 평생 살아온 이 동네서 지금도 사실상 ‘서울세’를 내고 살아가는 셈”이라며 “세금이 오르면 터전에서 쫓겨날 위기”라고 전했다.
▶“파느니 물려주겠다” 급증…전문가 ‘매물잠김 현상’ 우려도=다주택자를 겨냥했던 정부의 화살이 ‘똘똘한 한 채’로 향하면서 “매매하느니 물려주겠다”는 이들도 늘어날 전망이다. 실제 법원 등기정보광장 통계(잠정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부동산 증여 목적 소유권 이전 등기 신청은 2047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2년 5월 이후 최고치다. 특히 송파구(11월 137건→12월 280건), 서초구(146건→180건), 용산구(73건→111건) 등 이른바 고가 주택이 몰려있는 ‘한강벨트’ 주변에서 증여 흐름이 더 가팔랐다. 다만 보유세 인상이 현실화하면 증여를 받는 자녀 역시 부담이 되는 건 마찬가지다.
때문에 이 같은 세제 개편이 ‘똘똘한 한 채’ 가 불러온 서울 집값 상승세를 일시적으로 억제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정부가 세제 개편에 앞서 일종의 유예기간을 두면, 이때 이른바 ‘주택 다운사이징’을 원하는 고령 다주택자들이 장기특공을 받기 위해 처분하는 매물이 나올 것”이라며 “‘똘똘한 한 채’가 흔들리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장기적으론, 앞서 규제와 맞물려 보여줬던 학습효과로 ‘매물 잠김현상’이 심화해 주택 가격만 더 밀어 올릴 거란 전문가 우려도 나온다. 실제 국토연구원이 지난 2024년 발간한 ‘부동산시장 정책에 대한 시장 참여자 정책 대응 행태 분석 및 평가방안 연구’에 따르면 다주택자 양도세율이 1% 증가할수록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0.206%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동현 우리은행 WM영업전략부 팀장은 “10억~25억대 보유자들은 파는 순간 세금이 많이 나가 상급지로 갈 수 없기 때문에 ‘파는 순간 급이 내려간다’는 마인드로 더욱 안 팔 것”이라며 “다시 원상회복 될 거라는 기대감으로 안 팔고 버티기에 들어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홍승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