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에 부착된 카드 대출 관련 광고물. 연합뉴스 |
금융거래 이력이 부족해 중·저신용 점수가 부여되는 ‘씬파일러(Thin-Filer)’가 1239만명(24.6%)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신용점수 900점 이상 고신용자는 2247만명(42.7%)으로 집계됐다. 신용점수의 상향 평준화로 은행권 저금리 혜택을 누리는 고신용자와 연 15% 안팎의 고금리를 떠안는 신용부재층으로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
신용평가회사인 코리아크레딧뷰로(KCB)가 20일 ‘신용평가체계 개편 태스크포스(TF) 킥오프 회의’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25년 기준 신용평가 대상 5030만명 가운데 신용거래정보가 부족한 이들은 1239만명에 달했다.
이들은 3년 이내에 신용카드를 사용한 실적이 없거나 대출 거래를 하지 않은 이들이다. 신용정보 이력을 살펴볼 자료(파일)가 얇다고 해서 씬파일러라고 불린다. 오래된 신용거래 이력이나 체크카드 실적 등에 근거해 평균 710점의 비교적 낮은 점수를 부여받고 있다.
금융회사는 대출 실행과 카드 개설 등 금융거래 시 신용점수를 참고해 승인 여부와 한도, 금리를 정한다. 이 때문에 씬파일러는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으로 밀려나 연 15% 수준의 고금리를 감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씬파일러의 구성을 살펴보면, 고령층(61살 이상)이 31.3%로 가장 많았고, 청년(18~34살)도 26.8%를 차지했다. 주부(여성이면서 직업이 없는 30~60살)는 21.9%, 외국인은 10.0%다.
한편으로는 신용점수 인플레이션도 심화하고 있다. 900∼1000점 고신용자에 전체의 42.7%(2247만명)가 몰려있다. 800~899점은 13.1%(660만명)로 확 줄었다가, 700~799점에서는 다시 26.6%(1340만명)로 늘어난다. 이후 600~699점은 9.6%(482만명), 300~599점은 2.1%(104만명), 1~299점은 3.9%(196만명)로 집계됐다.
특히 50점 구간으로 끊어봐도, 950~1000점인 초고신용자가 28.6%(1436만명)로 가장 많았다. 이 비중은 현행 평가모델을 처음 도입한 2018년 2월(16.9%)에 견줘 11.7%포인트 증가했다. 이들은 은행권 등 제1금융권에서 5% 안팎의 저금리 혜택을 집중적으로 누리는 집단이다.
한쪽에서는 2천만명이 넘는 고신용자가 은행권 저금리 혜택을 누리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1천만명이 넘는 국민이 금융 이력 부족으로 연 15% 안팎의 고금리를 부담하는 금리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금융위원회는 신용평가체계 개편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는 구상이다. 비금융·대안정보를 활용해 씬파일러의 위험도를 정교하게 평가하고, 신용평가모델의 변별력을 높여 금리 산정의 합리성을 제고하겠다는 취지다.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신용평가는 단순히 연체율을 수치화하는데 그쳐서는 안 된다”며 “정교하고 과학적인 신용평가체계를 통해 보이지 않는 잠재력을 발굴해 금융 문턱을 낮춰 튼튼한 사회안전망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태호 기자 eco@hani.co.kr
[한겨레 후원하기] 시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겨울밤 밝히는 민주주의 불빛 ▶스토리 보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