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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도를 기다리며' 박서준, 감정을 잘 소비하고 다시 채우고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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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도를 기다리며' 박서준, 감정을 잘 소비하고 다시 채우고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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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준 / 사진=어썸이엔티

박서준 / 사진=어썸이엔티


[스포츠투데이 송오정 기자] 배우 박서준의 말투는 담담하면서 차분하다. 깊은 감정 표현이 힘들었을 법했지만 지금의 박서준은 지나온 시간을 바탕으로 초연했으며, 그리고 비워낼 줄 아는 15년 차 연기자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지난 11일 종영한 JTBC 토일드라마 '경도를 기다리며'(극본 유영아·연출 임현욱)는 20대, 두 번의 연애를 하고 헤어진 이경도와 서지우(원지안)가 불륜 스캔들 기사를 보도한 기자와 스캔들 주인공의 아내로 재회해 짠하고 찐하게 연애하는 로맨스 드라마. 박서준은 연예부 기자 이경도 역으로 분했다.

박서준은 '경도를 기다리며'를 통해 '한 발 더 자라고 좀 더 단단해진 거 같다'란 종영 소감을 전했다. 어떤 점에서 단단해졌다 생각한 걸까. 그는 "물론 모든 작품이 감정을 잘 다뤄야 하지만 작품마다 표현해야 하는 방식이나 생각하는 종류가 많이 다른 거 같다"면서 "이번 작품은 진짜 18년이란 사랑의 역사를 이해하고, 인물의 감정에 대해 좀 더 섬세하게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생각했다. 대본을 통해서 경도를 알아간 것도 있지만 제 생각으로 채워야 하는 부분도 있어서, 경도의 인생을 살아가는 것에 있어 감정 표현이 중요하다란 생각을 많이 했다. 이런 서사를 가질 수 있는 인물이라면 어느 정도의 마음가짐일까 깊이 있게 생각해 보게 됐다"라고 말했다.

최종화에서 그려진 차우식(강기둥)의 사망에 대해 시청자들의 각기 다른 반응이 나왔다. 박서준도 이러한 반응에 "여러 가지 해석이 있을 수 있다"라며 시청자 반응을 수긍했다. 그러면서도 "일단 대본을 보며 작가님이 회수를 많이 하셨다고 생각했다. 12부까지 다 보고 1부를 보면 많이 달라질 거라 생각된다. 1부서부터 나온 말이 차근차근 이해할 수 있도록, '장례식 때나 보자'란 말이 회수된 거라 생각 들었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죽음'과 관련해 "누군가의 죽음은 항상 갑작스럽게 찾아온다 생각된다. 때로는 예고하지 않게 찾아온 상황들이 있지 않나. 그런 상황을 생각해보게 되더라. 지우에게 주는 메시지가 뭘까? 생각해 봤을 때 지금 이 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라는 생각도 들었다. 기다려주지 않는다. 지금 마음에 솔직해지라는 메시지를 준 게 아닌가 생각해 보게 됐다"라고 전했다.

이번 작품에서 박서준은 스무 살부터 30대 후반까지 각기 다른 시간의 흐름을 연기해야 했는데, 그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경도란 캐릭터를 그려냈다. 그는 "제가 스무 살 때랑 지금을 생각해 보면 미묘하게 달라진 부분이 있다고 생각된다. 지금은 그래도 경력이 쌓이고 있는 단계라, 일상생활에서도 관계에 있어서도 생각도 달라지고 표현도 달라진다 생각한다. 그런 부분에 집중해서 '이 나이엔 내가 어땠지?'란 생각을 좀 해보게 됐다"라며 "그런 걸 통해서 저도 스무 살 때 말투가 좀 달랐던 거 같다. 그런 것들 위주로, 저만의 디테일이 될 수 있겠지만 그런 식으로 표현하려고 했다"라고 연기 포인트를 설명했다.


대학생 때의 경도를 그리며 박서준은 자신의 20대를 돌아봤다. 그는 "저의 20대는 요즘에 많이 쓰는 말로 내향인이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더 말수가 없었다. 한 마디 한 마디 생각하며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침묵이 주는 무게가 있다 생각한다. 내가 침묵하려고 침묵한 게 아니라 말을 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사람이라, 거기서 오는 진중함이 좀 더 나이가 들어 보일 수 있다란 생각도 든다"라고 했다.

아무래도 대학생 시절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해 외적인 노력도 필요했을 듯했는데, 박서준은 "평범한 대학생 이미지를 생각하려 했다. 집안과 경제적 상황 등을 고려해서 생각해봐야 해서, 제가 생각한 경도의 포인트는 '한결같음'인데, 평범함을 표현할 때 중요한 게 뭘까 생각하다 보니 제가 대학생 때 입었던 옷이 뭐였는지 생각해 보게 됐다. 용돈을 받을 때니까 옷이 많지 않았을 거 아닌가. 옷을 돌려 입는 것도 좋을 거 같았다"라고 설명했다.

품이 큰 수트만 입은 것도 '한결같음'이란 포인트와 연결된다. 박서준은 "옷 핏이란 건 계속 바뀌는데, 바뀌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옷을 네 벌을 제작했는데 처음에 이미지적으로 소스를 얻은 건 엄청 좋아하는 영화 '조블랙의 사랑'이다. 브래드 피트가 입은 느낌이, 경도가 입으면 옛스러우면서 그런 느낌이 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어서 그걸 소스로 제작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서지우와 첫 만남에서 노안이라고 놀림(?) 받는 장면은 유쾌한 포인트가 됐다. 박서준 역시 "노안이란 대사를 유머코드가 되는 거 같아서. 그런 대사가 너무 재미있었다"면서 "사실 누가 캐스팅 될지 모르는 상태에서 쓰인 대사인데, 하필 상대 배우와 실제 나이 차이가 있던 터라.(웃음) '이거 되게 웃기겠다' 싶었다"라고 너스레 떨었다.

박서준은 유달리 '경도를 기다리며' 속 본인의 연기를 보고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그 순간의 감정이 생각나서 그런 거 같다. 연령대별로 상황이 달랐기 때문에 그 상황에 맞게 표현하는 말투, 호흡 등이 중요했던 거 같다"라고 했다.

이번 작품에서 유독 감정을 깊게 다루는 장면들이 많았던 탓에 조금은 부담도 느꼈다고. 박서준은 "그래도 부담을 이겨내는 법을 터득한 거 같다. 예전엔 인식이 감정을 소모한다 생각했다. 그래서 '이걸 비워낼 때까지 잘 버티자'란 생각이었는데, 이제는 인식을 좀 바꿔서 '이 감정을 잘 소비하고 잘 채워보자' 그렇게 마음을 먹고 그 신을 찍고 다시 채우고 그 다음 장면을 맞이하니 부담이 안 되더라. 오히려 빨리 찍고 싶었다. 다른 작품에서도 집중은 똑같이 하지만, 감정 신을 다루는 것에 자신감이 생긴 거 같다. 예전엔 부담이 먼저됐다면 지금은 시처럼 잘 읊고 싶다란 자신감도 생기고. 대하는 마인드가 달라진 거 같다"라며 현재는 감정 신에 대한 부담도 덜었다고 고백했다.


그랬기 때문일까. 박서준은 "다시 생각해 보게 되는 것들이 있는 거 같다"고 했다. "사랑의 의미란 게 무거운 거구나란 생각을 좀 많이 했다. 저도 최선을 다하는 편이지만, 경도만큼 최선을 다하는 연애는 쉽지 않으니까. '이게 어떤 마음일까' '어떻게 그게 가능할까' 생각해 보니 충분히 가능하겠다란 생각이었다. 대사를 보면서도 그 다양한 사랑의 종류가 있는데 두 인물에겐 이런 종류나 생각해 보게 됐다"라고 했다.

감정 연기가 많았던 만큼 배우로서 힘주고 싶었던 부분이 있었는지 물었다. 오히려 박서준은 힘을 주기보다 "그냥 말을 하고 싶었다"라며 "힘을 준다기보다는 그 나이대에 경도가 하는 것처럼, 감정대로 얘길 하고 싶다였다"라고 밝혔다.

특히 11부의 감정신을 좋아했다면서 "촬영 땐 힘들었다. 전체로 따지만 9테이크를 갔는데 그때마다 했어야 해서. 진짜처럼 말하고 싶었다. 그런 장면이 주인공이 느끼는 감정을 시를 읊조리듯 말하는 거라 생각된다. 연인이 이별을 받아들이는 마음을 현실적으로 잘 표현하고 싶었다. 대본을 볼 때 느낌과 현장에서 느낌이 또 많이 다르다. 공기가 주는 호흡이 주는 걸 잘 받아서 해보고 싶었다. 그런 게 힘을 준다면 주는 것 같다"라고 답했다.

박서준은 비교적 최근까지 시리즈 '경성크리처'와 영화 '더 마블스'와 같은 판타지 장르물로 팬들을 만났다. 이번엔 현실적인 멜로물로 돌아왔는데, 이러한 결정은 하나의 도전이었다. "저라는 인간은 도전을 별로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다. 이게 나중에 어떤 평가를 받을지보다, 이 직업을 함으로써 도전하는 게 저에게 즐거움을 주는 일이다"면서 "이번에 작품을 한 것은 '지금 이 시기에 잘 표현할 수 있다'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서사가 마음에 들었고, 깊이 있게 표현한다면 많은 시청자들께 여러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메시지를 줄 수 있을 것 같았다"라고 밝혔다.

작품 선택에 있어 도전을 꺼리지 않다는 박서준. 그렇다면 아직까지 안 해 본 도전이 있을지 궁금했다. "제 나이에 맞는 걸 해왔다 생각한다. 한동안은 청춘 수식어 많이 달아주셨는데 그 시절은 그게 맞다 생각했다. 곧 40대이니까 그 나이에 맞는 선택을 해야 할 거 같다. 개인적으로 누아르를 한다는 게 어려 보일 것 같다란 생각이 들어 못한 것도 있다. 이제는 조금씩 그런 느낌이 나지 않을까란 생각"이라며 누아르 장르에 대한 욕심도 조심스럽게 드러냈다.

작품을 향한 깊은 애정이 드러나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이번 작품이 어떻게 기억될 것 같냐는 질문이 나왔다.

"제가 '경도를 기다리며' 촬영하면서 이런 깊은 감정을 다루는 게 굉장히 설레기도 했지만 부담도 많이 들고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이 때문에 좋은 이야기 그리고 당신들도 있어봤을 사랑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으려면 잘 표현해야 한다 생각했고요. 과거든 앞으로의 사랑이든 그 의미를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준다면 좋은 작품이 될 거 같아요. 그런 의미로 시청자에게 다가가게 된다면 깊은 여운을 남길 수 있을 거 같네요. 시청자가 그렇게 느끼신다면 더할 나위 없이 '성공했다' 생각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올해 목표요? 올해도 올해지만 향후 몇 년간 쉬지 않고 좋은 소식 알리면 좋겠네요. 대표님이 제일 좋아하실 거 같은데(웃음). 번아웃을 잘 이겨내고 나니 에너지가 좋아졌어요. 건강하게, 좋은 거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마인드가 달라지더라고요. 항상 쫓기는 느낌이었는데 초연해지는 느낌이 있어요. 지금 마인드는 '다 그럴 수 있어' 거든요. 앞으로 그런 마음을 계속 가지며 좋은 작품으로 좋은 작품으로 뵙고 싶어요."

[스포츠투데이 송오정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