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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지원 등에 업은 美 반도체 기업들, 메가팹 건설로 韓 맹추격

헤럴드경제 박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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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지원 등에 업은 美 반도체 기업들, 메가팹 건설로 韓 맹추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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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두차례 연기된 오하이오 메가팹 건설 재개
마이크론, HBM 생산하는 뉴욕주 메가팹 착공식
“韓 기업, 미국 관세 대응 위해 美로 옮기는 게 나을 수도”
인텔 오하이오주 뉴올버니 메가팹 전경 [유튜브 채널 ‘Lukateake’ 캡처]

인텔 오하이오주 뉴올버니 메가팹 전경 [유튜브 채널 ‘Lukateake’ 캡처]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 정부로부터 관세를 볼모로 한 투자 압박을 받고 있는 가운데 기술 측면에서도 미 반도체 기업들로부터 거센 추격을 받고 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서 한국 기업들이 세계에서 시장 우위를 점하고 있는 메모리까지 인텔, 마이크론 등 미 기업들은 자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맹렬히 좆는 모양새다.

마이크론이 뉴욕주 클레이에 건설할 1000억달러 규모의 메가팹 조감도 [마이크론 제공]

마이크론이 뉴욕주 클레이에 건설할 1000억달러 규모의 메가팹 조감도 [마이크론 제공]



20일 업계에 따르면, 인텔은 미국 오하이오주 뉴올버니 지역에 약 280억달러(약 41조원)에서 최대 1000억달러(약 147조원)를 들여 8개의 팹(반도체 공장) 건설을 재개한 것으로 보인다. 가동 목표 시점은 2031년이다. 인텔이 미국의 중흥을 이끈 공업지대에서 낙후된 슬럼으로 변한 도시들을 반도체 중심지로 탈바꿈하겠다며 선언한 ‘실리콘 하트랜드(silicon heartland)’가 다시 탄력을 받게 됐다는 분석이다.

오하이오 메가팹은 수요 불확실성과 인텔의 경영난으로 2025년 가동을 목표로 2022년 팹 건설에 들어갔으나 두 차례 계획이 미뤄진 바 있다. 하지만 최근 메가팹을 시공하는 벡텔이 오하이오주의 반도체 공장 건설 관련 채용 공고를 내고 토목 엔지니어, 건설 장비 감독관, 전기 기술자를 모집한 것으로 알려져 건설이 재개된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특히 인텔은 현재 기준의 최선단 공정인 18A 공정(1.8나노급)을 넘어 14A(1.4나노급) 공정을 적용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텔은 지난해 10월 삼성전자·TSMC보다 앞서 2나노 공정을 적용한 제품 양산에 들어간 바 있다.

이달 초 미국에서 열린 CES 2026에서는 18A 공정을 활용한 차세대 노트북용 프로세서 ‘팬서레이크’를 공식 출시하고, 삼성·LG·레노버 등 파트너사에 이를 공급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2나노 공정을 활용, 대량 양산에 들어간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인텔의 18A 공정 수율은 약 60%로, 현재로선 약 50%대인 삼성전자를 앞선 것으로 추정된다.

인텔은 14나노 공정에서도 자신감을 보였다. 인텔의 립부 탄 최고경영자(CEO)는 CES 2026에서 “18A 공정에서는 2025년 말까지 약속했던 것 이상의 성과를 냈다고 생각한다”며 “이제 18A 공정을 기반으로 한 실제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14A로 본격적으로 진입하고 있다”며 “고객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수율과 IP 포트폴리오 측면에서 14A 공정의 비약적인 발전을 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때 직원의 15%에 해당하는 1만5000명 해고 계획을 발표하는 등 경영난에 허덕이던 인텔이 이처럼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던 데에는 미 정부의 지원이 컸다. 미 정부는 인텔에 약 89억달러(약 12조3000억원)를 투자하며 보조금을 지원했고, 엔비디아는 인텔에 약 50억달러(약 7조원)를 투자하며 지분 확보와 기술 협력으로 힘을 실어줬다.



마이크론도 미국 정부의 지원으로 최근 뉴욕주 메가팹 착공식을 가졌다. 마이크론은 2030년 양산을 목표로 약 1000억달러를 들여 4개의 팹을 짓는다. 주요 제품은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최첨단 D램이다.

마이크론도 미국 정부로부터 반도체지원법(칩스법)에 따라 약 61억달러(8조8000억원)의 보조금을 지원받았다. 마이크론은 뉴욕팹 건설 발표 당시 “앞으로 10년간 미국산 최첨단 D램 생산량을 전 세계 생산량의 40%까지 늘리려는 전략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마이크론의 HBM 점유율은 21%로 SK하이닉스(57%). 삼성전자(22%)에 이은 3위다. 현재의 페이스대로라면 조만간 삼성을 앞설 수 있는 상황이다.

이와 달리 우리 반도체 기업들은 국내에서는 용인 반도체 클로스터 이전 주장에 시달리고 있고, 미국으로부터는 관세 압력이 현실화되는 등 사면초가에 처해있다. 김형준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장(서울대 명예교수)은 “한국 정부에서는 여야합의 불발로 보조금을 주지 못하는 상황에다가 미국 관세 문제가 계속 불거지면 오히려 한국 기업이 미국으로 가는 게 나을 수도 있다”며 “기업들이 압박을 심하게 느끼면 한국에 짓고 있는 팹을 줄여서라도 미국으로 옮기는 결정을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