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의 한 배달대행업체에서 배달 노동자가 출발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
정부가 프리랜서·플랫폼 노동자 등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권리 밖 노동자’의 보호를 위한 입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오는 5월1일 노동절에 맞춰 입법을 끝내겠다는 것이 목표다.
고용노동부는 일하는사람기본법과 ‘근로자 추정제’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 등의 입법 절차를 노동절(5월1일)에 맞춰 완료하는게 목표라고 20일 밝혔다. 정부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협의를 거쳐 지난달 24일 일하는사람기본법 제정안과 근로기준법 등 5개 개별법 개정안을 의원 입법 형태로 발의한 상태다. 노동시간·퇴직금·최저임금 등 최소한의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권리 밖 노동자’는 최소 57만명(2025년 경제활동인구조사 특수고용노동자)에서 최대 862만명(2023년 사업소득세 원천징수 대상자) 사이로 추산된다. 전체 임금근로자(약 2241만명) 중 최대 40% 가까이 차지하는 셈이다.
새로 도입되는 ‘근로자 추정제’
노동부는 우선 근로자 추정제를 통해 ‘가짜 3.3’ 노동자를 근기법의 테두리 안으로 끌어안겠다는 구상이다. 가짜3.3 노동자는 서류상으론 근로계약서가 아닌 위탁·용역 계약 등을 체결하고 사업소득세 3.3%를 떼는 개인사업자이지만, 실제 일하는 방식은 사실상 노동자인 사람을 말한다. 이들은 근기법상 노동자처럼 일하고서도 임금이나 퇴직금 등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사례가 많아, 이후 민사소송 과정에서 노동자성을 다투게 된다. 근로자 추정제는 민사 소송에서 권리 밖 노동자를 근기법상 노동자로 추정하고, 이들에게 노무를 제공받은 사업주에게 이를 반증할 책임을 지우겠다는 것이다. 김수진 노동부 근로기준정책과장은 “사업주로부터 자신의 노동자성을 입증할 자료를 받지 못해 프리랜서로 잘못 분류됐던 노동자들의 노동자성 입증이 한결 쉬워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근로자 추정제를 통해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권리 밖 노동자는 일하는사람기본법을 통해 보호한다. 기본법은 인격을 존중하고 평등하게 대우를 받으면서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 공정한 계약 체결 및 적정 보수 등을 보장받는 등 8개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 이를 보장하기 위한 사업주와 정부·지자체의 의무 등을 규정했다. 또 노동위원회에 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해 계약 체결 관련 등 경제적 분쟁에 대한 조정 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했다.
법안 두고 노사 모두 논란
노동계에선 ‘권리 밖 노동자’ 보호 입법을 두고 실효성이 떨어지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기호 민주노총 법률원장은 “근기법상 노동자 정의 조항을 바꾸지 않는 한 노동자가 법적으로 다툼을 벌이는 경우에만 추정제가 적용되는 것이다. 사용자가 자발적으로 이들을 노동자로 대우하는 것은 아닌 만큼, 다수의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근로자 추정제가 민사 소송 중심으로 적용되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하은성 노무사(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는 “민사 소송 변호사 수임료만 300만원가량 드는 상황에서, 노동청 진정 사건에 추정제가 적용되지 않는다면 권리 밖 노동자를 보호하겠다는 법 취지가 온전히 구현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노동청 진정이나 노동위원회 구제신청 등에는 추정제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게 노동부가 밝힌 입법 의도다. 노동부 고위 관계자는 “행정 처분이나 형사 처벌로 이어질 수 있는 행정 절차나 형사 소송에서는 추정제를 적용하는 것이 법리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박은정 방통대 교수(법학)는 “현재도 노동위 시정명령으로 이어질 수 있는 남녀고용평등법 상 차별적 처우에 대해서는 입증 책임을 전환해 사업주에게 차별적 처우가 없었다는 사실을 밝히도록 하고 있다”며 “노동위 구제신청 절차에도 노동자 추정제를 적용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일하는사람기본법에 대해서도 처벌 조항이 없고, 지나치게 추상적이라는 반응이다. 윤지영 변호사(직장갑질119 대표)는 “권리 밖 노동자들이 겪는 문제는 ‘권리 선언’ 차원이 아니라 이미 있는 법이 적용되지 않아 발생하는 것”이라며 “사업주가 지켜야 할 구체적 의무나 이를 강제할 처벌 등 강행규정도 없어 현실에서 작동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국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어 “노동법 보호의 공백을 메우고 모든 일하는 사람을 권리 보장의 대상으로 포괄하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도 “근로자성 판단이 분쟁 이후에만 한정되지 않고, 노동관계 전반에서 폭넓게 적용될 수 있도록 보완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영계는 입법 자체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났다. 황용현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정책본부장은 “근로자 추정제는 노무수령자에 대해 과도하게 책임을 부과해 자유계약의 원칙을 지나치게 제약하는 것”이라며 “자영업자에 대한 보호는 원칙적으로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 금지 등 기존의 경제법적 보호 절차를 더 엄격히 적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남지현 기자 southj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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