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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지시로 업무하는 ‘무늬만 프리랜서’, 근로자로 추정돼 권리 구제 쉬워진다

조선비즈 세종=박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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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지시로 업무하는 ‘무늬만 프리랜서’, 근로자로 추정돼 권리 구제 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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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는 회사의 지시를 받는 근로자이지만 프리랜서로 계약해 일하는 ‘무늬만 프리랜서’들이 앞으로는 ‘근로자’로 추정돼 퇴직금 청구, 해고·징계 무효 확인 등 민사 분쟁 시 권리 구제가 쉬워진다.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노동청에 신고된 사건이 시작조차 못 하고 종결되는 일도 사라질 전망이다.

고용노동부는 20일 이런 내용의 ‘근로자 추정 제도’를 비롯해 ‘일하는 사람의 권리에 관한 기본법’ 제정 등 권리 밖 노동 보호를 위한 패키지 입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 민사소송 때 ‘근로자성’ 입증 책임 노동자→사용자

근로자 추정 제도는 노동자가 사용자를 신고한 사건에서 해당 노동자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될 경우, ‘타인을 위해 직접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이라는 전제 사실이 확인되면 일단 ‘근로자’로 추정하는 것이다. 대신 사용자가 ‘근로자가 아님’을 입증하면 근로자성을 부정할 수 있다.

그동안은 노동자가 직접 자신의 근로자성을 입증해야 했다. 하지만 사용자가 가진 노무 관련 정보·자료에 노동자가 접근하는 데 한계가 있어 입증이 어려웠고, 근로자성이 인정되지 않으면 분쟁 대상 사안을 제대로 다툴 수조차 없었다.

앞으로는 임금·퇴직금·수당 등에 대한 채권적 청구, 해고·징계 등 무효 확인, 계약 위반 등으로 인한 손해배상 등 민사 사건에서 이런 근로자 추정이 가능해진다. 근로기준법·최저임금법·퇴직급여보장법·기간제법·파견법 등이 적용 대상이다.

근로자 추정 제도가 도입되면 달라지는 민사소송 처리 절차. /고용노동부 제공

근로자 추정 제도가 도입되면 달라지는 민사소송 처리 절차. /고용노동부 제공



이를 통해 ‘무늬만 프리랜서’로 알려진 방송 작가, 외주 제작사 PD, 콜센터 근무자 등의 권리 구제 절차가 용이해질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과거 노동부는 기상캐스터 고(故) 오요안나씨에 대해 “괴롭힘은 있었다”면서도 “오씨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아, MBC 관계자들을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 규정을 적용해 처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결론낸 사건이 있다. 이에 대해 노동부 관계자는 “만약 민사소송이 제기돼 MBC 측에서 오씨가 근로자가 아닌 것을 충분히 입증하지 못한다면, 법원은 오씨를 근로자로 추정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근로자 추정 제도 적용은 민사 사건에 한정된다. 대신 노동청 진정과 고소·고발 사건의 경우, 자료 제출 요구권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근로자성 판단 가능성을 높일 방침이다. 감독관이 노무 수령자가 보유한 계약서, 출퇴근 정보 등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거부 시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노동청에 대한 신고에서도 근로자성 증명이 어려워 사건을 시작조차 못하고 종결되는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며 “수사 때도 압수수색까지 하지 않고도 노동자성 쟁점 판단이 가능해진다”고 했다.

서울 시내에서 라이더들이 음식을 배달을 하고 있다. /뉴스1

서울 시내에서 라이더들이 음식을 배달을 하고 있다. /뉴스1



◇ 배달라이더·웹툰작가도 ‘괴롭힘·불리한 처우’ 금지

노동부는 이와 함께 ‘일하는 사람의 권리에 관한 기본법’ 제정도 추진한다. 이는 특수형태근로자(특고),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 등 현행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규정되지 않는 이들의 기본 권리를 보장하도록 명문화한 것이다.


기본법에는 ▲균등 처우 ▲성희롱·괴롭힘의 금지 및 예방 ▲안전과 건강 보호 등 기본적 인권, ▲투명하고 공정한 계약 체결 ▲합리적 이유 없는 계약의 변경 또는 해지 제한 ▲보수 지급 등 경제적 권리, ▲사회보험 등 사회보장적 권리를 규정한다.

또 사업자는 이런 권리를 행사한다고 해서 노동자에게 불이익 조치를 해선 안 되고, 일방적인 계약 해지·변경도 금지되는 등 각종 책무가 명시됐다. 법이 규정한 사업자 대상에는 ‘플랫폼 사업자’도 포함된다.

일하는 사람과 사업자 간 경제적 권리 관련 분쟁이 발생했을 때는 노동위원회가 조정 역할을 수행한다. 일하는 사람의 성희롱·괴롭힘 피해 시 법률 구제를 지원할 수 있는 ‘일하는사람 권리지원재단’도 설립한다. 정부는 5월 1일 노동절에 맞춰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다.

세종=박소정 기자(so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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