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홍 기자] 투자 혹한기라는 말이 무색하게 벤처캐피탈(VC) 업계에서 가장 위험한 곳으로 꼽히는 시드(Seed) 단계에 공격적으로 자금을 댄 곳이 있다. 바로 카카오벤처스다. 단순히 돈을 뿌린 것이 아니라 먼저 씨앗을 뿌리고 거둬들이는 농사의 정석을 보여주며 1000억 원이 넘는 회수 성과까지 올렸다. 이는 시장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극초기 발굴이라는 VC 본연의 업에 집중하는 것이 생존을 넘어선 성장 공식임을 입증한 사례로 분석된다.
카카오벤처스는 20일 2025년도 투자 성과와 2026년 경영 방향을 발표했다.
발표된 내용 중 가장 주목해야 할 지표는 90%라는 숫자다. 카카오벤처스는 2025년 총 19건의 신규 투자를 집행했는데 이 중 17곳에서 첫 기관 투자자로 이름을 올렸다. 전체 신규 투자의 약 90%가 남들이 아직 발견하지 못했거나 확신을 갖지 못한 초기 스타트업에 집중된 것이다.
카카오벤처스는 20일 2025년도 투자 성과와 2026년 경영 방향을 발표했다.
발표된 내용 중 가장 주목해야 할 지표는 90%라는 숫자다. 카카오벤처스는 2025년 총 19건의 신규 투자를 집행했는데 이 중 17곳에서 첫 기관 투자자로 이름을 올렸다. 전체 신규 투자의 약 90%가 남들이 아직 발견하지 못했거나 확신을 갖지 못한 초기 스타트업에 집중된 것이다.
통상적으로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 투자사들은 검증된 후기 단계 기업으로 눈을 돌리며 안전한 선택을 하려 한다. 하지만 카카오벤처스는 정반대의 길을 택했다. 전체 207억 원의 투자금 중 136억 원을 신규 투자에 쏟았고 그 대상은 대부분 시드 단계(18곳)였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에 가장 먼저 깃발을 꽂는 퍼스트 펭귄 전략을 고수한 셈이다.
이러한 모험적인 투자가 가능했던 배경에는 탄탄한 회수 실적이 뒷받침되었다. 카카오벤처스는 지난해 약 1300억 원을 회수하는 데 성공했다. 2016년 결성한 카카오 성장나눔게임펀드는 멀티플 3배라는 성과를 기록하며 청산을 마쳤다.
이는 초기 기업 발굴(투자)과 성장 지원(밸류업) 그리고 수익 실현(회수)으로 이어지는 벤처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가 완성되었음을 의미한다. 벌어들인 돈은 다시 440억 원 규모의 11번째 신규 펀드(스타트업 코리아 카카오 코파일럿 펀드) 결성으로 이어져 미래를 위한 실탄으로 장전됐다.
카카오벤처스의 시선은 이제 국내를 넘어 기술의 최전선인 글로벌 딥테크 시장을 향하고 있다. 지난해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양자컴퓨팅과 차세대 배터리 그리고 피지컬 AI 등 당장의 수익보다는 미래 산업의 근간을 바꾸는 기술 기업들이 대거 포함됐다.
특히 전략적으로 추진한 고잉 글로벌(Going Global) 기조에 맞춰 북미 현지 투자사와 협업해 인공위성 개발 자동화 스타트업인 올리고스페이스와 다중 AI 에이전트 기업 자폰 등을 발굴한 점이 눈에 띈다. 이는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돕는 것을 넘어 해외 유망 기술 기업을 직접 소싱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는 방증이다.
올해 카카오벤처스는 이러한 기조를 이어받아 투 트랙 전략을 가동한다. 한국이 전통적으로 강점을 가진 제조와 반도체 및 이차전지 분야에서 초격차 기술을 가진 팀을 찾고 동시에 우주와 양자컴퓨팅 등 글로벌 미래 원천 기술을 보유한 팀을 선제적으로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김기준 카카오벤처스 대표는 "2025년 성과는 가장 불확실한 시기에 한 걸음 먼저 나아가 깃발을 꽂는 모험 자본의 본질을 지켰기에 가능했다"며 "거센 기술 변화의 파도 속에서 치열하게 고민한 시간을 지나 맞이한 2026년은 한국이 가진 확실한 경쟁력과 미래를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기회들을 살피고, 창업가들이 가장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첫 번째 동반자로서의 자리를 지키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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