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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청소년 SNS 중독, 이용 금지 입법만이 답일까

아시아경제 박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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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청소년 SNS 중독, 이용 금지 입법만이 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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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보다 어려운 질문, 플랫폼은 얼마나 책임지고 있나
한 달여 전 세계 최초로 호주가 16세 미만 청소년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 보유와 이용을 전면 금지하는 법을 시행하자 세계 각국에서 유사 입법 논의가 확산하고 있다. 청소년의 SNS 과몰입이 정신 건강 악화로 이어진다는 연구결과까지 쏟아지다 보니 한국에서는 "왜 우리는 아무 규제가 없느냐"라는 정부를 향한 비판과 질타가 나온다.

문제의 해결 열쇠를 SNS의 이용을 제한하는 입법에서 찾아야 하는 게 맞을까. 최근 만난 SNS 플랫폼 관계자는 한국 사회가 청소년의 SNS 과몰입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플랫폼들의 노력은 보려 하지 않고, 호주처럼 강력한 사용금지 법안 유무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강제적인 이용 금지 조치가 청소년의 SNS 과몰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느냐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는데 정부가 강제성 있는 조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주기만을 바라고 있다는 것이다.

호주에서는 청소년의 SNS 계정 차단 관련 법 시행 이후 지금까지 규제 대상인 10개 소셜미디어가 약 470만개에 이르는 16세 미만 계정을 삭제·차단했다. 그런데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소규모 SNS 다운로드 수가 급증했고, 부모 명의 계정 사용, 연령 허위 기재, VPN 우회 접속 등도 잇따랐다. 강한 규제가 오히려 더 취약한 플랫폼으로 이용자를 밀어내는 일종의 규제 풍선효과가 나타난 셈이다. 규제는 청소년을 둘러싼 디지털 환경을 바꾸지 못했다.

한국 사회는 과거 게임 셧다운제로 비슷한 경험을 했다. 청소년의 심야 게임 접속을 법으로 차단했지만 실제로는 계정 공유와 해외 서버 우회가 만연했다. 제도는 10여년 만에 사실상 폐지됐고, 강제적인 사용 제한은 실효성이 없다는 결말을 맺었다.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청소년의 SNS 접근을 차단할 게 아니라 더 건강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플랫폼의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다. 이미 여러 나라들이 청소년의 SNS 이용을 금지하는 입법 규제보다 플랫폼의 설계 구조를 바꾸는 방식으로 문제 해결을 위한 접근을 하고 있다.

뉴욕주를 비롯한 미국에서는 SNS 플랫폼에 청소년 정신건강 위험 경고 표시를 의무화해 중독성 있게 설계된 플랫폼 구조에 변화를 꾀하고 있다. 프랑스도 청소년의 SNS 사용을 금지하기에 앞서 15세 미만은 보호자의 명시적 허락 없이는 SNS 계정을 만들 수 없도록 하되, 책임의 축을 가정과 플랫폼으로 분산시키는 방식을 택했다. 영국은 연령별 유해 콘텐츠 차단과 안전 설계 기준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해 7월 유해 콘텐츠 접근에 안면 인식과 신분증 검사 등 엄격한 연령 확인 제도를 도입한 게 대표적인 예다.

청소년의 SNS 이용 금지를 강제하는 것은 플랫폼의 정상적인 혁신과 투자 인센티브를 훼손할 위험이 있다. 더 안전한 이용 환경을 만들기 위해 기술적 개선이나 설계 혁신에 나설 동기도 약해진다. 플랫폼은 청소년 이용자가 SNS 중독으로 피해를 보는 구조가 기업을 지속 성장시킬 수 없다는 판단을 기반으로 자발적인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 최소 기준을 제시하고, 투명성을 요구하며, 청소년 보호 성과를 측정·공개하게 하는 방식이 선행돼야 한다.

박선미 IT과학부장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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