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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0원 환율도 안 무섭다”… 250조 묻어둔 서학개미, 국장 ‘유턴’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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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0원 환율도 안 무섭다”… 250조 묻어둔 서학개미, 국장 ‘유턴’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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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학개미 미국 주식 보관액 사상 최대
19일 오후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딜링룸에 지수가 표시돼 있다. 뉴시스

19일 오후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딜링룸에 지수가 표시돼 있다. 뉴시스


고환율이라는 거대한 파고도 ‘서학개미’들의 미국행 열차를 멈추지 못했다. 원/달러 환율이 1470원을 넘어서며 환전 부담이 극에 달했지만 투자자들은 오히려 달러 자산 비중을 늘리며 미국 시장으로의 쏠림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

20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액은 1705억 달러(약 251조 2448억 원)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1636억 달러였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보름 남짓한 기간에 약 10조 원이 넘는 자금이 추가로 유입된 셈이다. 2022년 말 442억 달러 수준이었던 보관액은 2024년 말 1121억 달러로 폭발하며 1년 사이 두 배 가까이 덩치를 키웠고 새해에도 그 기세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서학개미들의 장바구니 상단은 역시나 ‘빅테크’가 점령했다. 서학개미의 영원한 대장주 테슬라(276억 달러)를 필두로 엔비디아와 알파벳 그리고 팔란티어와 애플이 ‘톱 5’를 형성하며 미국 AI와 기술 혁신의 과실을 따내고 있다. 아울러 QQQ나 SPY와 같은 대표 지수 ETF는 물론 나스닥 100 지수를 3배로 추종하는 고위험·고배율 상품인 ‘TQQQ’에도 수조 원의 자금이 몰려 있는 상태다.

국내 증시가 소외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우려가 커지자 금융 당국도 서학개미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파격적인 승부수를 던졌다. 핵심은 ‘상품성 강화’와 ‘강력한 세제 혜택’이다. 우선 그동안 국내 증시에서 금기시됐던 ‘3배 레버리지’ 상품 도입이 검토된다. 현재 국내 상품은 지수 등락의 2배까지만 추종할 수 있도록 제한되어 있지만 서학개미들이 고배율 수익을 찾아 미국으로 떠나자 규제 문턱을 낮춰 국내 시장으로 수요를 흡수하겠다는 구상이다.

가장 강력한 유인책은 지난달 발표된 ‘국내시장 복귀계좌(RIA)’다. 해외 주식을 판 돈을 RIA 계좌에 넣어 국내 주식에 1년간 투자하면 해외주식 양도소득세(20%)를 한시적으로 면제해 주는 방안이다. 수익의 5분의 1을 세금으로 내야 했던 서학개미들에게는 실질적인 수익률을 높여주는 확실한 당근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환류(Flow-back) 정책’이 단순히 증시 부양을 넘어 외환 시장 안정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 자산이 국내로 돌아오면 달러를 팔고 원화를 사는 수요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 염동찬 연구원은 “RIA 정책이 불러올 환입 자산 규모를 예측하긴 어렵지만 환율 안정과 자본 시장 전반에 우호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메리츠증권 이수정 연구원 역시 “자금이 대형주와 지수형 ETF로 쏠릴 경우 체감 효과는 더 강력해질 것”이라며 서학개미의 귀환이 환율보다 더 유의미한 증시 모멘텀이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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