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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계 거장’ 伊 발렌티노 별세…향년 93세

이데일리 김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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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계 거장’ 伊 발렌티노 별세…향년 93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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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색 드레스 유명한 오트 쿠튀르의 '황제'
아르마니·라거펠트와 함께 이전 세대 대표 디자이너
재클린 여사 재혼 당시 드레스도 그의 작품
"아름다움 사랑…여성들이 원하는 것 안다"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오트 쿠튀르(고급 여성복)의 ‘황제’로 불린 이탈리아 패션 디자이너 발렌티노 가라바니가 19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93세.

이탈리아 패션 디자이너 발렌티노 가라바니(사진=AFP)

이탈리아 패션 디자이너 발렌티노 가라바니(사진=AFP)


이날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발렌티노 가라바니·지안카를로 지암메티 재단은 그가 이날 이탈리아 수도 로마에 위치한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그는 화려한 붉은색 드레스로 유명했다. 모든 컬렉션마다 최소 한 벌의 붉은색 드레스를 반드시 포함시킬 정도였다. 카민과 스칼렛을 섞고 여기에 오렌지빛을 살짝 더한 특유의 붉은 색은 ‘발렌티노 레드’로 불리며 이탈리아 패션 그룹 발렌티노의 상징이 됐다. 그는 2022년 출간된 저서 ‘로쏘’에서 “빨간 옷을 입은 여성은 언제나 훌륭하다. 그녀는 여주인공의 완벽한 이미지다”라고 말했다.

사진=AFP

사진=AFP


발렌티노는 조르지오 아르마니, 칼 라거펠트와 함께 패션이 고도의 산업화가 되기 이전 세대를 대표하는 마지막 거장 디자이너로 꼽힌다. 하이패션의 정점에 오른 그는 파리의 독점적인 오트 쿠튀르 무대에 오른 최초의 이탈리아 디자이너였다.

그는 정관계 인사들과 스타 배우들과 협업했다.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 재클린 케네디 여사가 1968년 그리스의 선박왕 아리스토텔레스 오나시스와 재혼할 당시 입었던 크림색 레이스 드레스, 이란의 마지막 국왕 샤 팔레비가 1979년 축출됐을 당시 그의 부인인 파라 디바 왕비가 이란을 탈출할 때 입었던 정장 등이 그의 작품이었다.

발렌티노는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웨딩드레스를 디자인했고, 샤론 스톤과 페넬로페 크루즈를 포함한 수많은 아카데미상 수상자들의 드레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그의 디자인은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했지만 섬세한 디테일로 가득 차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나는 아름다움을 사랑한다. 그건 내 잘못이 아니다. 그리고 나는 여성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안다. 그들은 아름답고 싶어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탈리아 패션 디자이너 발렌티노 가라바니(왼쪽)과 지안카를로 지암메티.(사진=AFP)

이탈리아 패션 디자이너 발렌티노 가라바니(왼쪽)과 지안카를로 지암메티.(사진=AFP)


발렌티노는 1932년 이탈리아 밀라노 남쪽 보게라의 유복한 가정에서 외아들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전기 자재 회사를 운영했다. 어린 시절부터 그림을 그리고 고급 의상에 관심을 가졌던 그는 밀라노와 파리에서 의상을 공부했다. 그는 1960년 로마 중심부에 자신의 이름을 딴 회사 발렌티노 하우스를 열었다. 그해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영화 ‘스파르타쿠스; 시사회에서 흰색 발렌티노 드레스를 선택했다.

그는 그해 로마의 한 카페에서 비즈니스 파트너이자 인생의 동반자가 된 지안카를로 지암메티를 만났다. 이후 지암메티는 경영 전반을 맡았고, 창작은 발렌티노가 전적으로 맡았다. 그는 지암메티에 대해 “한 사람과 모든 순간, 기쁨, 고통, 열정, 실망 등 모든 인생을 함께 나눈다는 것은 말로 정의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2007년 사업 일선에서 물러났으며, 그의 마지막 패션쇼는 2008년 1월 파리에서 열렸다. 이후 발렌티노와 지암메티는 예술 후원을 계속해왔으며, 이들 재단은 지난해 로마 중심부 발렌티노 본사 옆에 갤러리를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