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 입증에도 국제표준선 '외면'…6조원 블루카본 시장 진입 제한
부처 칸막이에 전략 부재…'해양판 피터스버그 대화'로 규범 주도해야
보성만 갯벌.(보성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News1 김동수 기자 |
(세종=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한국의 비식생 갯벌이 연간 승용차 11만 대 배출량에 맞먹는 탄소를 흡수하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정작 국제 기후 규범에서는 '가치 없는 땅' 취급을 받고 있다. 독보적인 과학적 성과를 거두고도 이를 국제 표준으로 만들지 못한 정책적 공백 탓에 수조 원대 블루카본 시장에서 한국이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20일 외교부 기후변화외교과가 최근 외부 자문기구 카이트엔지니어링을 통해 수행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해양협력 추진 관련 신규 이니셔티브 개발'에 따르면, 해양은 산업화 이후 인류가 배출한 이산화탄소의 약 25%를 흡수했고, 지구 시스템에 축적된 초과 열의 90% 이상을 흡수해 왔다. 기후변화의 충격을 완충해 온 핵심 축이지만, 이러한 과학적 역할 중 일부는 국제 기후 규범에 편입되지 못한 상태다.
특히 한국의 갯벌이 그렇다. 이 보고서는 한국 갯벌을 과학과 제도의 간극이 가장 뚜렷한 사례로 제시했다. 국내 연구 결과로 확인된 갯벌의 흡수 능력은 국제 인벤토리 기준에서 공식 블루카본으로 인정되지 않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산정이나 국제 탄소시장에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국제 기준은 여전히 맹그로브와 염습지, 해초지 등 식생 기반 연안 생태계에 한정돼 있다. 과학적 성과가 규범과 시장으로 이어지지 않는 공백이 반복되고 있다는 평가다.
시장 전망과의 괴리도 수치로 확인됐다. 2023년 약 2억 달러였던 글로벌 블루카본 시장은 2030년 50억 달러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자발적 탄소시장 성장과 맞물린 급증세지만, 비식생 갯벌과 같은 신규 흡수원은 국제 표준 밖에 머물러 시장 진입 자체가 제한된 상황이다. 감축 잠재력은 크지만, 제도 미비로 경제적 가치로 전환되지 못하는 구조가 고착됐다는 지적이다.
다부처 거버넌스의 취약성도 한계로 제시됐다. 기후·해양·외교·재정이 부처별로 분절돼 대응하면서 통합 전략 수립이 어렵고, 국제 협상에서 일관된 메시지를 내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출범으로 기후·산업·재정(기후부 기후에너지재정과) 등 기능이 묶였지만, 디지털 해양 관측과 측정·보고·검증(MRV) 기술, 녹색기후기금(GCF) 유치국이라는 재정적 지위를 갖추고도 국제 규범 형성과 의제 설정에서 주도권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보고서는 대안으로 한국 주도의 신규 해양·기후 고위급 대화체 출범을 제안했다. 법적 구속력보다는 정치적 합의와 실행력을 중시하는, 이른바 '해양판 피터스버그 대화'(가칭 해양 기후대화) 모델이다.
피터스버그 기후대화는 2010년 독일 앙겔라 메르켈 당시 총리 주도로 시작된 비공식 고위급 회의체다. 한국에선 외교부 기후변화대사와 당시 환경부, 기후부 기후변화정책관이 참석해 왔다.
해양 요소를 각국 NDC에 체계적으로 통합하도록 유도하고, GCF와 공적개발원조(ODA), 민간 투자를 연계해 개도국의 재정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기술과 제도의 연결도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디지털 해양 관측과 MRV 기술을 공유해 기후 취약국의 적응 역량을 높이고, 비식생 갯벌을 포함한 신규 블루카본을 국제 표준으로 인정받도록 다자 협력을 주도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단순한 정책 대화가 아니라 기술 이전과 재원을 묶은 실행 패키지를 제공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해양 기후대화는 올해 기반을 조성하고, 2027년엔 시범 운영하며, 2028년엔 유엔해양총회 연계 공식 출범의 3단계로 제시됐다. 상설기구 설립을 피하고 범정부 TF와 국책 연구기관 협업으로 운영 비용과 행정 부담을 최소화하는 구상이다.
외교부는 이 보고서를 참조해 해양과 갯벌의 과학적 감축 잠재력을 국제 규범과 NDC, 기후 재정 체계로 연결하는 역할을 강화하고, 표준화와 재원 연계를 병행하는 이행 중심 협력을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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