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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있어야할 곳은 여기”···유례없는 ‘신라 금관 오픈런’에 경주서 ‘존치 서명운동’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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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있어야할 곳은 여기”···유례없는 ‘신라 금관 오픈런’에 경주서 ‘존치 서명운동’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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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경주박물관 ‘신라 금관 특별전’ 연일 매진
분산 소장 6점 최초 한자리···끝나면 다시 흩어져
“신라 금관, 경주 보존·전시 역사적 당위 있다”
경주 시민·사회단체 중심 존치 목소리 커져
경북 경주에서 1921년 금관총 발굴 이후 처음으로 신라 금관 6점이 한 자리에 모이는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 특별전에 전시된 신라 금관. 이준헌 기자

경북 경주에서 1921년 금관총 발굴 이후 처음으로 신라 금관 6점이 한 자리에 모이는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 특별전에 전시된 신라 금관. 이준헌 기자


“방학이라 일부러 경주까지 왔는데···. 금관을 못 본 게 너무 아쉬워요.”

지난 16일 오후 국립경주박물관 특별전시관. 104년 만에 신라 금관 6점이 한자리에 모인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 특별전 전시실 앞에서 노후찬군(15)이 관람객 통제선 너머로 어렴풋이 보이는 금관을 까치발로 바라보며 말했다.

방학을 맞아 부모와 함께 서울에서 경주를 찾았다는 노군은 이날 특별전 입장표를 구하지 못했다. 노군의 아버지는 “오전 일찍 숙소를 나서 입장표를 받으려고 박물관 앞에 줄을 섰는데, 이미 매진이었다”며 “평일이라면 여유가 있을 줄 알았다”며 당혹스러워 했다.

104년 만에 신라 금관 6점이 한자리에 모인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 특별전이 일반 공개된 첫날인 지난해 12월2일 국립경주박물관 앞에 금관을 관람하려는 관람객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104년 만에 신라 금관 6점이 한자리에 모인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 특별전이 일반 공개된 첫날인 지난해 12월2일 국립경주박물관 앞에 금관을 관람하려는 관람객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신라 금관 특별전’이 새해 들어서도 연일 매진되고 있다. 전시 열기를 계기로 경주에서는 신라 금관을 고향에 남기자는 ‘금관 존치 운동’도 벌어지고 있다.

국립경주박물관에 따르면 지난해 박물관을 찾은 관람객은 197만6313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보다 45% 늘어난 수치로, 역대 최다 관람객을 기록했던 1996년(202만6008명)에 근접한 규모다.

박물관은 “신라 금관을 처음으로 모두 모아 공개한 이번 특별전과 APEC 정상회의를 전후해 경주를 찾은 국내외 방문객이 늘어난 점이 관람객 증가의 주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특별전은 지난해 11월2일 일반 공개 첫날부터 전 회차가 매진되고 있다. 금관 보호를 위해 일일 관람 인원을 2550명으로 제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관람객이 몰리자 전시 기간을 당초 지난해 12월14일까지에서 올해 2월22일까지로 연장했다.

신라 금관 6점을 한자리에서 다시 보기는 어렵다는 점이 특별전을 향한 ‘오픈런’의 배경이다.

1921년 금관총에서 출토된 신라 금관을 시작으로 현존하는 금관 6점은 유물의 안전과 보존을 이유로 그동안 분산 소장돼 왔다. 금령총·황남대총 금관은 국립중앙박물관(서울), 금관총·천마총·교동 고분 금관은 국립경주박물관, 서봉총 금관은 국립청주박물관에 각각 전시돼 왔다. 이번 특별전이 끝나면 이들 금관은 다시 각 소장처로 돌아갈 예정이다.


특별전이 큰 인기를 끌자 어렵게 한자리에 모인 신라 금관을 전시 종료 후 다시 돌려보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경주 지역에서 나오고 있다. 경주문화원과 경주상공회의소를 중심으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신라 금관 경주 존치 범국민운동본부’도 지난해 12월28일 공식 출범해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 2월12일 국립경주박물관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 특별전 전시실에 평일임에도 많은 관람객이 줄지어 금관을 관람하고 있다. 김현수 기자

지난 2월12일 국립경주박물관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 특별전 전시실에 평일임에도 많은 관람객이 줄지어 금관을 관람하고 있다. 김현수 기자


박임관 경주문화원장은 “‘발굴지-전시장 일체 원칙’에 따라 신라 금관은 경주에 보존·전시돼야 할 법적·역사적 당위가 있다”며 “경주시민들은 일제강점기 시절에도 문화유산을 지키기 위해 뜻을 모은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1921년 금관총에서 신라 금관이 출토되자 조선총독부는 이를 서울로 옮기려 했다. 이에 반발한 경주 지역민들은 청원서를 작성해 제출하고, 자발적으로 모금해 금관을 보관할 ‘금관고’를 지었다. 당시 금관고가 설치된 곳은 현재 경주문화원 향토사료관 부지다.


전문가들은 더 많은 국민이 신라 금관의 가치를 접하고 향유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한 국립박물관 학예사는 “신라 금관은 여러 점이 남아 있는 만큼 전시 방식을 다양화해 국민들이 그 우수성을 폭넓게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한 전문가는 “금관의 소장처를 경주로 하되 순환 전시하는 방식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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