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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약이 무효… 규제가 성벽 쌓았다" [강남 집값 안잡나 못잡나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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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약이 무효… 규제가 성벽 쌓았다" [강남 집값 안잡나 못잡나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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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안 잡는 게 아니라 구조적으로 못 잡는 단계에 진입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규제가 반복될수록 강남은 오히려 '안전자산'이란 믿음만 두터워졌고 사실상 무너뜨리기 어려운 단단한 성을 쌓은 것과 마찬가지란 것이다. 이번 정부를 포함해 역대 정부는 줄곧 강남 집값을 잡겠다고 공언해 왔다. 하지만 결과는 번번이 실패였다. 가격을 강하게 누를수록 중장기적으로 더 큰 반등이 나타나는 패턴이 계속됐다.

19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 지역은 현재 투기과열지구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는 데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분양가상한제까지 동시에 적용받는 고강도 규제 지역이다. 사실상 동원 가능한 규제가 대부분 투입된 상태다.

정부가 강남을 겨냥해 가장 직접적으로 활용해온 수단은 대출 규제다. 최근에도 주택 가격 구간별로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차등 축소하고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고가주택 수요를 관리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집값 급락을 유도하기보다는 가계부채 증가와 과열 확산을 차단하는 선에서 시장을 관리하는 것이 현실적인 선택이라는 판단이다. 강남 집값이 크게 흔들릴 때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미칠 파장을 고려하면 정부로서도 초강경 처방에 나서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역대 정부가 과감한 규제 대신 집값 불안이 커질 때마다 강도를 한 단계씩 끌어올린 배경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강남은 규제의 최우선 타깃이었다. 출범 첫해인 2017년 6·19 대책에서 조정대상지역을 추가 지정하고 서울 전역의 분양권 전매 제한을 강화한 데 이어, 이듬해 9·13 대책에서는 조정대상지역 2주택 이상 보유자의 종합부동산세 최고세율을 3.2%까지 인상하며 수요 억제를 본격화했다.

2019년에는 12·16 대책을 통해 투기·투기과열지구 내 15억 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택 구매 목적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금지하는 초강수까지 동원됐다. 당시로써는 사실상 ‘마지막 카드’로 평가됐다.


규제는 단기적으로 효과를 냈지만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KB부동산의 강남 3구 월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를 보면 문재인 정부 기간 중 뚜렷한 하락 구간은 두 차례에 불과하다. 9·13 대책 이후인 2018년 12월부터 2019년 6월까지 7개월 연속 하락했고 12·16 대책 직후인 2020년 4~5월에도 두 달간 조정을 받았다.


그러나 조정보다 이후 회복 속도가 빨랐다. 강남 3구 평균 매매가격지수는 2019년 중반 이후 다시 반등해 2020년 들어 80선을 회복했고 2021년 말에는 99.58까지 치솟았다. 단기 조정 이후 1~2년 만에 다시 고점 부근을 형성한 셈이다. 이재명 정부 들어서도 6·27 대책, 10·15 대책 등 강한 부동산 규제 카드를 내세웠지만 규제 효과는 1~2개월 남짓이었다.

전문가들은 강남 집값이 쉽게 꺾이지 않는 이유에 대해 정책이 작동하는 방식이 다른 지역과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대출 규제는 시장 전반의 거래량을 줄이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강남의 가격을 형성하는 핵심 거래는 애초 대출 의존도가 낮아 정책 충격이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강남 집값을 ‘안 잡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못 잡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본지 자문위원인 양지영 신한은행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강남권은 대출 규제가 강화돼도 실수요와 자산가 수요가 두터워 대기 수요가 크게 줄지 않는다“며 “거래 구조만 바뀔 뿐”이라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자금 조달 여력이 큰 수요층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지도록 할 뿐 가격을 내릴 만큼 수요가 위축되지는 않는다는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수요 억제책이 오히려 시장 왜곡을 심화시킨다는 비판도 나온다. 대출 규제는 현금 부자에게는 장벽이 되지 않는 반면 대출이 필요한 고소득 무주택자나 ‘갈아타기’ 수요자에게만 진입 장벽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은 “강남 핵심지에 진입하려는 수요는 이미 수십억 원대 주택을 보유한 갈아타기 수요자이거나 초고소득 자산가가 대부분”이라며 “이들에게 대출 규제는 결정적인 변수라기보다 오히려 규제가 강화될수록 매물이 잠겨 가격 하방 경직성만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매물이 없으니 신고가 한 건이 전체 시세가 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으며 이는 향후 공급 부족과 맞물려 2027년경 더 큰 폭등을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투데이/천상우 기자 (1000tkdd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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