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 폭등에 ‘AAA급 리스크’ 현실화…엔씨소프트 매출 대비 인건비 비중 50.2% 달해
넥슨·크래프톤 등 ‘선택과 집중’ 전략 가속화
넥슨·크래프톤 등 ‘선택과 집중’ 전략 가속화
엔씨소프트 판교 R&D 센터. 엔씨소프트 제공 |
겉보기에는 여전히 ‘AAA급’ 대작들이 시장에 등장하고 있지만 국내 게임사 내부 경영 전략은 과거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일 대작에 모든 자원을 집중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리스크를 분산하고 비용 구조를 정밀하게 관리하는 ‘포트폴리오 경영’이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다.
19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게임사들은 막대한 규모의 AAA(트리플A)급 대작 프로젝트를 가동하는 동시에 내부적으로는 개발부터 마케팅까지 전 과정에 걸친 비용 통제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대작 하나로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올인 베팅’이 아닌 신작 게임을 전체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하나의 축으로 재정의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급격히 높아진 고정비 부담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특히 팬데믹 시기 과도하게 펼쳐진 인력 확보 경쟁이 이제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당시 주요 게임사들은 연봉 일괄 인상 등 공격적인 보상 정책을 펼쳤지만, 엔데믹 이후 매출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인건비 부담이 구조적인 문제로 부상했다는 지적이다.
실제 엔씨소프트의 지난해 3분기 기준 누적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은 50.2%에 달했다. 벌어들인 돈의 절반 이상이 사람 비용으로 지출되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엔씨는 창사 이래 가장 강도 높은 인력 감축을 단행하고 있다. 500명 규모의 희망퇴직을 실시한 데 이어 6개의 자회사 분사를 통해 본사 인력을 3000명대 수준으로 축소한다는 구체적인 로드맵을 확정했다. 엔씨는 “회사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과도한 본사 집중도를 완화하기 위해 전문 스튜디오 체제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조직 슬림화는 단순한 인력 감축을 넘어, 독립 법인화를 통한 구조 재편으로 확장되고 있다. 넥슨이 ‘데이브 더 다이버’를 개발한 민트로켓을 독립 법인으로 분사하기로 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는 표면적인 비용 절감을 넘어 스타 개발자의 이탈을 방지하고 거대 조직의 관료주의에서 벗어나 창의적인 소규모 개발 환경을 유지하기 위한 리스크 관리 전략이다.
비용 관리의 또 다른 축은 지급수수료를 포함한 비용 구조 조정이다. 넷마블은 최근 실적 개선 과정에서 지급수수료와 인건비를 포함한 주요 비용 항목을 전년 대비 축소하며 수익성 회복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2025년 3분기 기준 넷마블의 인건비는 4939억원, 지급수수료는 754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9%, 4.2% 줄었다. 같은 기간 매출은 2조375억원으로 1.1% 늘었음에도 비용을 통제한 점을 감안하면 고정비 관리에 성과를 낸 셈이다. 자체 지식재산권(IP) 비중 확대와 PC 플랫폼 매출 증가로 외부 로열티 부담이 완화된 점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이와 함께 프로젝트 관리 방식도 변화하고 있다. 크래프톤은 ‘스케일업 더 크리에이티브’ 전략을 통해 초기 단계에서 소규모로 프로젝트를 시작한 뒤 성과 가능성이 확인된 경우에만 투자를 확대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매몰 비용을 최소화하고 실패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같은 기조는 실제 의사결정에서도 확인된다. 넥슨은 수년간 인력과 자본을 투입했던 워헤이븐 서비스를 종료했고, 웨이크러너 역시 테스트 이후 과감히 정리했다. 넷마블도 최근 약 2년 동안 20여 개 프로젝트를 중단하며 선택과 집중 전략을 강화했다. 막대한 개발비가 투입됐더라도 시장성이 낮다고 판단되면 즉시 손을 떼는 것이 장기 생존에 유리하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많은 시간과 인력을 들이는 트리플 A급을 위주로 개발을 진행하는 게임사가 많았다면, 요새는 방치형 게임 등 손이 덜 가고 편하게 게임할 수 있는 작품들도 성장하고 있다”며 “단일 타이틀 의존도를 낮추고 다양한 이용자층을 겨냥하는 전략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