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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를 탄 10살 탐험가 "매일, 일상으로 나아간다"

뉴스1 권진영 기자 강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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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를 탄 10살 탐험가 "매일, 일상으로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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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력 저하' 듀센근이영양증 환우 도겸이, 아빠와 일상 탐험

익숙한 집 밖, 누군가의 일상 속에서 발견하는 새로운 풍경



지난해 9월 9일 김도겸 군이 KT 위즈 경기에서 시구 후 하이파이브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KT 위즈, 보호자 제공)

지난해 9월 9일 김도겸 군이 KT 위즈 경기에서 시구 후 하이파이브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KT 위즈, 보호자 제공)


(서울=뉴스1) 권진영 강서연 기자 = 열 살 도겸이의 집 현관에는 둔덕이나 중문 벽이 없다. 신발은 깔끔하게 신발장에 정리돼 있었다. 세상 밖으로 수월하게 나아갈 수 있도록 앞을 가로막는 것은 모두 치워뒀다. 뻥 뚫린 현관을 통해 도겸이는 휠체어 바퀴를 굴린다. 바퀴에 그려진 색색의 고래들과 함께, 탐험의 시작이다.

탐험지는 '일상'이다. 근육 소실이 특징인 듀센근이영양증 환우인 도겸이는 밖으로 나갈 때마다 도전을 마주한다. 이를테면 스스로 일어서는 것과 계단을 오르내리는 일 등이다. 그럼에도 길 위의 둔덕과 경사로를 넘어서, 때로는 우회로를 둘러둘러 목적지에 도달한다. 뉴스1은 도겸이와 아빠 김준덕 씨의 탐험기를 직접 들어보았다.

마운드 위에 선 승리 요정

도겸이가 가장 부단히 탐험한 곳은 야구장이다. KT 위즈의 팬인 그에게 홈구장 수원KT위즈파크는 '제2의 집'이나 다름없다. 최애 박영현 선수와 경사로가 적은 안전한 휠체어석이 도겸이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시즌 중에는 경기를 빼놓지 않고 보는 도겸이, 지난가을은 유독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았다. 도겸이가 시구자로 직접 마운드 위에 섰기 때문이다.

"설렜어요."

시구 소감을 묻는 취재진에게 도겸이는 살짝 입꼬리를 올리며 즉답했다. 최애 선수를 묻는 말에는 "박영현" 이름 석 자를 댔다. 응원가를 따라 부르고 야구 배트를 콩콩콩 치며 응원한 2025년 9월 9일, KT 위즈는 두산베어스를 8-1로 이겼다. 구단 공식 채널에는 도겸이가 '승리 요정'으로 소개됐다. 자타공인 '성덕(성공한 팬)'이 된 날이다.


아버지 김준덕 씨는 그때를 회상하며 "원래 (아이가) 팬인 걸 알고 있으니까, (주변에서) 알아봐 주시고 많이 축하해 주셨다. 이렇게 하루를 축하받는 게 되게 크더라"라며 "에너지를 얻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지금도 도겸이의 휠체어 뒷면에는 KT 위즈 유니폼을 입은 미키 마우스와 각종 굿즈 배지, 박영현 선수의 이름표가 장식돼 있다.

돌아갈수록 확장되는 풍경

승리 요정 도겸이의 가족은 그렇게 마운드를 넘어, 국경을 넘었다. 야구장 말고도 캠핑장·싱가포르·일본 등을 누벼온 도겸이 가족이다.


그렇다고 매일이 시구날처럼 설레고 짜릿한 건 아니었다. 때로는 10분만 걸으면 도착할 곳까지 한 시간이 걸리기도 했다.

싱가포르 탐험에서 지하도를 맞닥뜨린 도겸이와 아빠는 다른 길을 찾아 땀을 뻘뻘 흘리며 분투했다. 에스컬레이터나 엘리베이터를 찾아보았지만 눈에 띄지 않았다. 더운 날씨와 속절없이 흘러가는 시간에 탐험가들의 불쾌지수가 조금씩 올라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럴 때면 마음을 다잡았다.

"힘든 상황들이 생기는데, 항상 마음먹게 돼요. '이것 때문에 감정이 소요되지는 말자'고요. 그러면 그냥 다 부정적으로만 볼 것 같아서."


김 씨는 도겸이에게 "그래도 그렇게 가서 보니까 기분 좋았지?"라고 물으며 찡긋 웃었다.

두 사람이 싱가포르의 상징 머라이언을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은 여섯 배 더 걸렸지만 그만큼 다양한 풍경을 볼 수 있었다. 본디 쉽기만 하다면 탐험이 아니다.

도겸이 가족은 19일, 또 한 차례의 탐험을 떠났다. 이번 목적지는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이다. 이번에도 상상치 못한 여정이 펼쳐질 테다. 그럼에도 도겸이는 다시 한번 휠체어 바퀴를 굴려 본다. "친구" 같은 아빠와 고래들과 함께, KT 위즈 배지를 달고서.

realk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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