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뉴스1 언론사 이미지

안잡히는 환율…달러 수요 잠그는 '3종세트 역이용' 카드 나오나

뉴스1 전민 기자
원문보기

안잡히는 환율…달러 수요 잠그는 '3종세트 역이용' 카드 나오나

속보
코스피, 4900선 재탈환…상승 전환

美 재무장관 발언 후 안정 찾던 환율…하루 만에 다시 1470원대로

2011년 '3종 세트' 역이용…선물환 한도·증거금 등 '우회규제' 가능성



전날인 19일 오후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오후 3시 30분 기준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일 오후 3시 30분 주간종가 대비 0.1원 오른 1473.7원을 기록했다. 2026.1.19/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전날인 19일 오후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오후 3시 30분 기준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일 오후 3시 30분 주간종가 대비 0.1원 오른 1473.7원을 기록했다. 2026.1.19/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의 이례적인 '원화 약세 우려' 발언도 환율 흐름을 바꿔놓지 못하면서, 정부가 거시건전성 조치를 꺼내 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구두개입이나 미세 조정만으로는 현재의 구조적인 쏠림 현상을 제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특히 정부가 금융기관의 외환 건전성 규제를 강화해 시중의 달러 가수요를 억제하는 대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美 이례적 구두개입도 안 먹혔다…정부 언급한 거시건전성 카드 가능성↑

전날(19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1473.7원으로 마감했다. 지난 15일 베선트 미 재무장관이 "한국의 펀더멘털에 비해 원화가 약세"라며 사실상의 구두 개입에 나서자, 환율은 1464원까지 10원 넘게 급락하며 안정세를 찾는 듯했다.

그러나 장중 낙폭을 빠르게 축소하며 1470원 턱밑에서 마감했고, 지난 15일에는 다시 1470원대를 넘어섰다.

외환당국은 현재 상황의 원인을 대외 요인과 수급 요인에서 찾고 있다. 올해 1.9%의 경제성장률 전망과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 등 견고한 기초체력(펀더멘털)을 고려할 때, 현재의 환율 레벨은 설명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역시 지난 15일 기자간담회에서 환율 움직임의 4분의 3은 대외변수에 의해 결정된다고 설명하며 △미국 경제 호조에 따른 달러화 강세 △일본 엔화 약세 △베네수엘라·이란 등 지정학적 리스크 증대 등을 꼽았다. 나머지는 지속되는 서학개미의 해외투자 등 수급 요인에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 총재는 "경제학적으로 어떤 모델을 적용해도 1480원대 환율은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로 설명되지 않는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펀더멘털에 비해 환율이 과도하게 낮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같은 날 정부가 베선트 장관 발언에 대해 설명하며 거시건전성 차원의 조치를 언급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최지영 재정경제부 국제경제관리관은 "거시경제가 균형상태에서 이탈해 가고 있기 때문에 안정성을 회복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거시건전성 차원의 조치들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펀더멘털과 괴리된 쏠림이 위기를 불러오기 전에 자본 흐름의 길목에 있는 금융기관을 통해 수급을 제어한다는 것이다.

지난 1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정리하는 모습. 2026.1.19/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지난 1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정리하는 모습. 2026.1.19/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과거 '3종 세트' 역이용 유력…선물환 한도 축소·증권사 건전성 강화 거론

정부가 언급한 거시건전성 조치의 핵심은 과거 원화가 과도하게 강세였던 2011년 도입한, 이른바 '거시건전성 3종 세트(선물환 포지션 한도·외환건전성 부담금·외국인 채권투자 과세)'의 작동 원리를 역이용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먼저 국내 금융기관의 선물환 포지션 한도를 축소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는 은행이 자기자본 대비 보유할 수 있는 선물환(미래에 달러를 사고파는 계약)의 비율을 제한하는 제도다. 현재 국내은행은 75%를 적용받고 있다.

지난달 정부는 외국계 은행의 한국법인(외은지점)의 선물환 한도를 250%로 대폭 늘린 바 있다. 당시 조치가 본점에서 달러를 들여오는 외은지점의 '공급 수도꼭지'를 튼 것이라면, 반대로 국내 금융기관의 '수요 밸브'를 잠그는 조치인 셈이다.

통상 은행은 고객이 '3개월 뒤에 달러를 사겠다'고 예약(선물환 매수)을 하면, 미리 시장에서 달러(현물환)를 사들이는 방식 등을 통해 환율 변동 위험을 줄인다. 이 과정에서 미래의 수요가 현재의 환율을 끌어올리는 현상이 발생한다. 따라서 선물환 포지션 한도를 줄이면 미래 수요 때문에 달러를 사들이는 '가수요'를 줄일 수 있다.


당국이 고환율의 주원인으로 꼽는 '서학개미'를 겨냥한 증권사 타깃형 규제가 신설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 경우 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느슨했던 증권사의 외화 유동성 비율 규제를 강화하거나, 해외주식 미수 거래 등 레버리지 거래에 대한 증거금률 상향을 유도하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 개인의 거래 자유를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달러 매수에 비용 장벽을 세워 가수요를 억제하는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는 은행이 보유한 외화대출이나 고위험 외화 자산에 대한 '위험가중치'를 상향 조정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위험가중치를 올릴 경우 달러 자산을 많이 가질수록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이 하락하는 불이익이 발생한다. 따라서 은행 스스로 달러 대출을 회수하거나 보유 달러를 시장에 내다 팔도록 유도할 수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거시건전성 조치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며 "검토를 더 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min785@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