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호 기자(=기동취재반)(pressiantk@pressian.com)]
▲청도 소 싸움 장면ⓒ청도군 제공 |
최근 녹색당 대구광역시당이 공개한 '청도공영사업공사(청도 소 싸움 운영 주체)'에 대한 비리 보고서에 따르면, 그간 청도 소 싸움장은 공정과 상식이 파괴된 생생한 비위의 현장이었다.
이미 도축된 소가 버젓이 링 위에 올라 경기를 뛰고 승리까지 챙겼으며 심판과 조교사들은 가족 명의로 소를 소유해 승부를 조작하고, 자신들만이 아는 정보로 불법 도박판을 벌여 왔다.
더구나 뼈가 부러진 소에게 진통제를 주사해 억지로 싸움을 시키는 등 동물학대까지 자행되고 있었다.
전 세계가 동물권을 강화하며 투우를 폐지하는 추세지만, 우리 정부는 이러한 비위·학대 사실을 인지하고도 오는 24일 부터 청도 소싸움장의 재개장을 최종 승인하자,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동물 학대 도박판’을 부추기고 있다며 거세게 저항하고 있다.
◇소 바꿔치기와 승부조작
‘소 바꿔치기’의 사례를 들면, 이력 관리 부실을 틈타 이미 도축된 소 ‘영웅’· ‘대운’을 사들인 것처럼 속여 경기에 출전시키거나 체급을 조작해 승리를 따냈다. 심지어 기술적 한계를 핑계로 소의 지문인 비문(코 무늬)이나 마이크로칩 확인조차 없이 오직 육안으로만 식별해 온 것이 드러났다.
내부 관계자들의 도덕적 해이도 불거졌다.
비리 보고서에 따르면 청도공영사업공사 경기사업부장 A씨는 부친 소유의 소가 출전하는 체급에 상금을 올리고, 정보를 미리 빼돌려 헐값에 소를 매입한 후 유리한 대진표에 넣는 등 사익을 챙겼다.
조교사 21명 중 12명은 가족 명의로 일명 ‘차명 소’를 179마리나 운영하며 대진표 정보를 이용해 불법 베팅을 하거나 ‘족보’를 만들어 공유했다. 승률 적중률은 무려 80%에 달했다.
시민단체 반발도 잇따르고 있다. 동물학대 소싸움폐지 전국행동(이하 전국행동)은 성명을 내고 “비리와 학대의 온상이 된 청도 소싸움의 재개장 허가를 즉각 취소하라”며 강력 반발했다.
전국행동 측은 “경기 편성을 주무르는 간부가 자신의 부친 명의 소를 유리한 대진에 넣거나 상금을 조작하고, 내부 직원들이 ‘승리소 족보’를 만들어 사설 베팅에 활용한 정황까지 포착됐다”며 “이는 우리가 알던 민속놀이가 아니라, 동물을 볼모로 한 거대한 ‘사기 도박판’이었다”고 비판했다.
◇동물 학대 정황
출전 소의 86.7%가 다리를 저는 등 근골격계 질환을 앓고 있었고, 뿔이 부러진 채 20분간 경기를 뛴 사례도 확인됐다. 이와 관련 동물자유연대는 “자연 상태의 초식동물은 서열 정리가 끝나면 싸움을 멈춘다”며 “죽을 때까지, 혹은 뿔이 부러질 때까지 싸우는 것은 자연의 섭리가 아니다. 인간이 만든 인위적인 학대의 결과”라고 성토했다.
더구나 주최 측은 이를 감추기 위해 싸움소들에게 강력 소염진통제와 국소마취제, 심지어 향정신성 물질인 카페인까지 투여한 사실까지 밝혀졌다.
시민단체들은 “수의사가 ‘90일 치료’를 권고한 부상 입은 소에게 진통제를 맞혀 한 달 만에 다시 경기장에 세우는 행위가 다반사였다”며 “고통을 느껴야 도망칠 수 있는 동물에게 약물을 주입해 공포와 통증을 마비시키고, 서로를 찌르도록 강요하는 행위를 과연 ‘전통’이라 부를 수 없다”고 분개했다.
이 같은 상황임에도 관리 감독 책임이 있는 농식품부와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이하 사감위)는 침묵하고 있다. 사감위는 지난 10년간 단 28회 단속에 그쳤고, 농식품부는 명백한 규정 위반에도 불구하고 “개선하겠다”는 공사의 말만 믿고 재개장을 허가했다.
녹색당 측은 “청도 소싸움은 전통 계승이 아닌, 부정과 부패가 난무하고 동물학대가 자행되는 도박판일 뿐”이라며 즉각적인 폐지를 촉구했다.
최근 전면 투쟁을 예고한 전국행동 측은 “정부는 그동안 소싸움이 ‘전통 소싸움 경기에 관한 법률’에 근거한 합법적 경기라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지만 법이 불법과 비리, 학대까지 보호해 주지는 않는다”며 “관리·감독 기관으로서 총체적 부실과 불법 행위를 인지하고도 재개장을 승인한 것은, 사실상 이러한 범죄 행위에 면죄부를 준 것이나 다름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도 소싸움이 동물 학대라는 지적이 거세게 제기되자 농림축산식품부는 청도공영사업공사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이고 소싸움 운영의 관리를 강화할 것이라면서 싸움소 등록 정보 전수 조사, 비문채취 시스템 도입, 싸움소 복지 증진을 위해 외부 전문가 위원회 운영, 우권(소싸움 경기에 돈을 걸고 사는 표)발매의 건전화 등 개선책을 청도군과 함께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약물 과다 주입, 부상 싸움소 경기 출전 등 동물 학대 행위에 대해서는 동물보호법에 따라 강력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물에 도구·약물 등 물리·화학적 방법을 사용해 상해를 입히는 행위는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최근 녹색당 대구광역시당은 성명에서 상당수 싸움소가 다친 채 진통제 등 약물을 맞고 출전한다면서 싸움소에 대한 잔혹한 학대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19일 낮 12시 세종시 농림축산식품부 앞에서 녹색당 김찬휘 공동대표가 청도 소싸움장 재개장 저지를 위한 1인 시위에 나섰다ⓒ녹색당 제공 |
동물복지단체들은 소싸움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진보당 손솔 의원은 '전통소싸움경기에 관한 법률 폐지법률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이 법안은 소싸움 관련 사행행위를 금지하고 싸움소도 동물보호법을 적용받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현행 동물보호법은 '도박·공고·오락·유흥 등의 목적으로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동물 학대로 규정하지만, 전통소싸움법에 따른 소싸움은 예외로 하고 있다.
한편 경북 청도군은 지역 관광경기 활성화를 명목으로 소 싸움 경기 운영을 위해 매년 50억~60억 원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올 해는 1월24일 부터 연말 까지 51회차에 걸쳐 1천224경기를 진행하고, 경기가 열리는 토·일요일에는 12경기씩 배정해 놓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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