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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보다 힘이 앞서는 시대…기업 외교가 생존 전략"(종합)

이데일리 성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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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보다 힘이 앞서는 시대…기업 외교가 생존 전략"(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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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마크롱 평화위 가입 거부에 佛와인에 200% 관세
[트럼프 2기, 격동의 1년]
임성남 前외교차관·최병일 이대 명예교수 인터뷰
미국, 유연한 현실주의로 中·러와 세력 균형 추구
3500억불 투자로 관세 인하…"지속 가능성 의문"
중간선거서 하원 잃어도 행정명령으로 동력 유지
"경제 안보 시대…컨트롤타워·기민한 전략 필요"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1년을 맞이한다. 관세와 군사력을 앞세운 트럼프 미 대통령의 집권 2기 1년간의 정책은 국제 질서를 근본부터 흔들었다. 법과 원칙보다 힘이 앞서고 동맹은 거래의 대상이 됐다. 경제와 안보의 경계도 사라졌다. 이데일리는 지난 1년간 추진한 트럼프의 대내·외 정책과 그에 따른 한국과 전 세계의 변화와 전망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국제관계에서 이제 법보다는 힘이, 국제법보다는 국가 이익이 앞서는 시대가 됐다. 경제 논리에 안보가 깊숙이 들어온 지금, 우리 기업은 국제적 흐름과 안보 동향에 관심을 둬야 한다.”

법무법인 태평양의 임성남 글로벌미래전략센터장(전 외교부 제1차관)과 최병일 통상전략혁신허브 원장(이화여자대학교 명예교수)은 19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재집권 1년을 돌아보며 이같이 평가하고 조언했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트럼프 행정부가 추구하는 ‘유연한 현실주의’와 ‘세력 균형’ 원칙에 따라 중국·러시아의 세력권을 일정 부분 인정하는 흐름이지만, 미국으로서는 서반구가 1순위, 인도·태평양이 2순위인 만큼 한국 등 동맹국이 급격한 충격을 받을 가능성은 작다고 봤다.

우리나라가 3500억 달러(약 515조원) 투자로 관세 인하를 얻은 가운데 미국의 이 같은 ‘거래적 동맹’ 방식에 대해서는 지속가능성에 물음표가 붙었다. 오는 11월 미국의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하원을 가져가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를 버리지 않을 것이고 행정명령을 통해 동력을 유지하려 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음은 두 전문가와의 일문일답이다.

-베네수엘라 작전 이후 트럼프의 ‘돈로주의’가 나토(NATO) 등 기존 동맹 체제 및 국제법 체계에 미칠 영향은.

△임성남(임)=거시적 관점에서 보면, 1949년 창설된 나토가 본격적인 진화 단계로 접어드는 신호탄이 이번 그린란드 사태일 수 있다. 다만 국제기구는 ‘관성의 법칙’을 따른다. 일단 만들어진 체제는 하루아침에 붕괴되지 않고 상당한 시간에 걸쳐 진화한다.

베네수엘라 사태는 국제법의 본질적 한계를 드러냈다. 트럼프가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국제법은 불필요하다”고 말했듯이, 국제관계에서 법보다는 힘이, 국제법보다는 국가 이익이 앞서는 시대가 됐다. 힘과 원칙이 공존해온 국제관계에서 이제 원칙보다 힘이 더 분명한 위치를 차지하게 됐다.

-트럼프가 중국·러시아의 세력권을 일정 부분 인정하는 듯한데, 이것이 한국 등 인도·태평양 동맹국들에 안보적 불확실성을 줄 가능성은.

△임=작년 11월 발표된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안보전략(NSS) 보고서를 보면,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원칙이 있다. 첫째, ‘유연한 현실주의(Flexible Realism)’다. 중국·러시아와도 필요할 경우 협력하겠다는 것이다. 둘째, ‘세력 균형(Balance of Power)’이다. 미국이 더 이상 세계 경찰 역할은 하지 않지만, 다른 국가가 미국 자리를 대신하는 것도 놔두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미국이 중국·러시아와 일정 부분 서로를 인정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은 일리가 있다. 다만 트럼프가 지역적으로 가장 중시하는 곳은 1순위가 서반구, 2순위가 인도·태평양이다. NSS 보고서에도 동맹을 하루아침에 버리겠다는 얘기는 없다. 오히려 동맹의 효용성을 지적하는 언급이 많다. 우리는 동맹의 급격한 충격을 너무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지만, 미국 안보 전략 중심축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 앞으로 미중 양쪽 시각을 잘 보면서 변화 추이를 파악하고 민첩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미 연방 대법원이 상호관세의 근거인 IEEPA 활용을 위법으로 판결한다면, 트럼프의 ‘플랜B’가 세계 경제에 줄 충격은.

△최병일(최)=트럼프는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상호관세를 매겼는데, 1·2심에서 모두 패소했다. 연방대법원에서도 비슷한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만약 트럼프가 패소하면 지금까지 징수한 관세를 환급해야 한다. 트럼프는 빨리 플랜B를 가동해서 환급을 막으려 할 것이다. 플랜B로는 무역확장법 232조, 무역법 301조, 관세법 338조 등이 거론된다. 이 경우 세계 경제는 또 다른 혼란에 빠지겠지만, 시장이 이미 작년에 여러 관세에 적응했기 때문에 작년만큼의 충격은 아닐 것이다. 시장은 이 충격 자체에 이미 익숙해졌다.

-엔비디아 H200 중국 수출 승인과 ‘수출 통행세’ 부과 사례에서 트럼프식 거래 기술을 봤다.

△최=미·중 전략 경쟁의 핵심은 기술 경쟁이다. 중국의 딥시크 충격 이후, 미국은 중국이 완전히 독자 생태계를 만드는 것보다 미국 기술을 계속 쓰게 하면서 격차를 유지하는 전략을 택했다. 하지만 중국은 희토류가 얼마나 무기가 될 수 있는지 확인했기 때문에 앞으로 미국 중심 생태계와 중국 중심 생태계가 거의 양분될 것이다. 한국처럼 반도체 핵심 기술을 가진 나라는 중국 투자의 지속 가능성과 질서 있는 철수를 고민해야 한다. 미국은 중국에 투자하는 제3국 기업의 미국 거래에 색안경을 끼고 보고 있어, 한국 기업도 예외가 되기 어렵다. 이 분야가 ‘거래적 동맹’ 시대 한미 관계의 큰 숙제다.

-한국이 3500억 달러 투자로 관세 인하와 핵잠수함 동의를 얻었는데, 이런 ‘거래적 동맹’ 방식은 지속 가능한가.

△최-트럼프의 거래적 동맹에는 예외가 없다. 한국은 조선 1500억 달러를 제외하면 2000억 달러를 10년간 매년 최대 200억 달러씩 투자해야 한다. 표현하자면 ‘현찰을 받고 어음을 준’ 것이다. 관세는 한미 FTA로 없던 것을 가공해서 다시 내린 것이라 억울한 측면이 있다.


문제는 두 가지다. 첫째, 우리 투자는 첨단 분야에 하고 싶은데 미국은 노동력·전기·에너지·인프라 등 여건이 조성돼 있지 않다. 작년 조지아 사태가 이를 극명하게 보여줬다.

트럼프 MAGA 정책의 두 축이 ‘국경 봉쇄(불법 이민 차단)’와 ‘관세 무기화’인데, 이 둘이 서로 충돌한다. 이 문제를 풀지 않으면 투자처 선정과 집행 과정에서 끊임없이 불협화음이 날 것이다. 둘째, 최근 환율 상황을 보면 과연 초기에 200억 달러를 투자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가 있다. 지속 가능한 모델이 될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물음표를 달 수밖에 없다.

최병일 법무법인 태평양 통상전략혁신허브 원장이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최 원장은 국제협상, 국제통상 분야에 35년 이상 몸담아온 실무와 이론을 겸비한 전문가이자 학자다. 1992년 한미 통신협상, 1993년 우루과이라운드 서비스협상, 1994~1997년 WTO 기본통신협상의 주역으로 잘 알려져 있다. 지난해 ‘트럼프 어게인’을 출간했다. (사진=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최병일 법무법인 태평양 통상전략혁신허브 원장이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최 원장은 국제협상, 국제통상 분야에 35년 이상 몸담아온 실무와 이론을 겸비한 전문가이자 학자다. 1992년 한미 통신협상, 1993년 우루과이라운드 서비스협상, 1994~1997년 WTO 기본통신협상의 주역으로 잘 알려져 있다. 지난해 ‘트럼프 어게인’을 출간했다. (사진=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K자형 경제’로 미국 서민층 불만이 커지고 있다. 올해 최대 이벤트인 11월 미국 중간선거 전망은.

△임=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트럼프 지지율은 약 40%대인데 경제 관련 긍정 평가는 약 35%다. 트럼프 부정 평가는 약 55%이고, 무당층이 약 45%다. 상원은 대부분 공화당 강세 지역이어서 결국 하원에서 민주당이 다수당을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다. 개인적 예측으로는 그 가능성이 51%다.


만약 민주당이 하원을 확보하면 청문회와 각종 조사로 트럼프 행정부를 압박할 것이고 입법 동력은 상실된다. 하지만 트럼프는 미국 우선주의를 버리지 않고 행정명령으로 동력을 유지하려 할 것이다. 경제 상황이 좋지 않으면 2028년 대선을 위해 국민 관심을 이민 문제나 대외 군사 행동으로 전환할 수 있다.

△최=미국에서 지금 심각한 이슈는 ‘어포더빌리티(affordability·구매 여력)’다. 트럼프는 확장 재정·감세·금리 인하로 붐을 조성하려 할 것이고 AI 투자로 지표는 좋게 나올 수 있다. 하지만 물가 이슈가 특히 젊은층·여성·비(非)백인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다.

-남은 임기 3년 동안 트럼프가 추구할 세계 질서 전략은.

△임=새로운 질서가 태동하기 전 지금은 일종의 암흑기로 불안정하다. 새로운 질서가 태동하려면 ‘미·중 관계가 어떻게 되는가’가 정의해야 한다. 작년 10월 부산 미중 정상회담에서 트럼프와 시진핑이 전략적 휴전을 했다. 미국은 NSS 보고서에서 ‘유연한 현실주의’를 택하며 중국과 공존 의사를 밝혔다. 그동안 ‘디커플링’이라는 말이 많았지만 이제 워싱턴에서 안 쓴다. 베선트 재무장관도 디커플링을 원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했다.

앞으로 미국은 ‘선택적 팽창주의(Selective Expansionism)’를 택할 것 같다. 두 가지 의미에서 선택적인데, 첫째 ‘지역’을 선택한다. 서반구·그린란드·중남미는 확실하게 장악하되 유럽의 중요성은 떨어지고 있다. 둘째, ‘방법’도 선택적이다. 이라크·아프간 때처럼 지상군을 주둔시키지 않는다. 미국도 자기 패권이 재확립될 때까지 무력 행사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 2024년 7월 공화당 전당대회 안보 플랫폼의 핵심은 ‘Prevent World War Three(제3차 세계대전을 막겠다)’였다.

-미·중 경쟁 격화와 동맹의 거래화 속에서 한국이 살아남기 위한 핵심 전략은

△최=이제는 경제 안보의 시대다. 예전에는 안보 따로, 경제 따로였지만 지금은 경제 논리에 안보가 깊숙이 들어왔다. 안보 전문가도 경제를 알아야 하고, 경제 전문가도 안보와 협의해야 한다. 한국은 중국을 제외하면 모든 제조업 전 단계를 할 수 있는 대국이다. 국내 경제 성장 잠재력이 떨어져 해외 지향 투자를 할 수밖에 없는데 이제는 경제 안보 논리에 따라 투자가 결정된다. 컨트롤타워가 필요하고 이 문제는 오래 간다. 우리는 이 게임에서 일단 살아남아야 한다. 아주 기민하고 영민한 외교 전략이 필요하다.

△임=‘Corporate Diplomacy’, 기업 외교의 시대라는 화두를 던지고 싶다. 웬만한 규모의 기업이라면 국제적 흐름과 안보 동향에 관심을 둬야 한다. 대기업은 이미 하고 있지만, 중견기업과 세계 시장 진출을 노리는 중소기업도 이런 문제에 계속 호흡을 같이해야 한다.

임성남 법무법인 태평양 글로벌미래전략센터장이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 센터장은 외교부 제1차관을 역임한 직업 외교관 출신으로, 주아세안 대표부와 주영국 대사관의 특명 전권 대사로도 근무했다. 그는 주중국 대사관, 주미국 대사관, 주타이베이 대표부, 주유엔 대표부 등에서도 근무하는 등 약 40년 동안 외교 현장에서 다양한 국제 문제를 처리했다. (사진=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임성남 법무법인 태평양 글로벌미래전략센터장이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 센터장은 외교부 제1차관을 역임한 직업 외교관 출신으로, 주아세안 대표부와 주영국 대사관의 특명 전권 대사로도 근무했다. 그는 주중국 대사관, 주미국 대사관, 주타이베이 대표부, 주유엔 대표부 등에서도 근무하는 등 약 40년 동안 외교 현장에서 다양한 국제 문제를 처리했다. (사진=이데일리 김태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