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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 재건·해양 동맹 묶어…캐나다형 마스가로 승부를”

이데일리 김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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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 재건·해양 동맹 묶어…캐나다형 마스가로 승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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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와 함께 쓰는 스페셜 리포트]②
캐나다 제조업 핵심, 자동차·철강 협력은 상수
조선업 재건과 해양 산업 동맹으로 차별화
구체적 제안 필요…총리급 수출 통합 TF 필요
[문근식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단일 방위 산업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로 평가받는 캐나다 잠수함 사업 수주전은 단순한 기술 경쟁이 아니라 국가 역량의 총합을 다투는 경쟁이 됐다. 특히 캐나다가 향후 30년 동안 자국의 산업과 안보를 책임질 수 있는 국가와 손을 잡겠다고 나선 만큼 정부 간 산업 패키지 전략이 최대 승부처로 꼽힌다.

이에 따라 한국도 캐나다 산업의 핵심인 자동차와 철강 협력을 최우선 순위로 놓되, 최대 강점인 조선업 경쟁력을 활용한 ‘캐나다형 마스가(MASGA)’, 전략적 강점을 가진 ‘부산 기지 활용’ 등과 같은 차별화가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조선업 기술과 수직통합생태계로 차별화

캐나다 잠수함사업은 3000톤(t)급 디젤 잠수함 12척을 도입하는 프로젝트다. 현재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 컨소시엄과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TKMS)이 최종 경쟁을 펼치고 있다. 캐나다는 오는 3월 최종 제안서를 제출 받은 뒤 올해 상반기 중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독일은 캐나다가 원하는 자동차와 철강을 제안할 것이다. 이 두 사업은 캐나다 제조업과 노동시장의 근간으로, 캐나다 정치와 산업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독일의 제안은 기본적으로 유럽 공급망의 연장에 가깝다.

반면 한국은 독일보다 훨씬 강력한 차별화된 포인트를 갖고 있다. 한국은 국가 동맹 관계 속에서 캐나다에 제2의 산업 축을 만들어 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파트너다. 현대차·기아의 전기차, LG·삼성의 배터리, 포스코·현대제철의 특수강, 그리고 한국 조선·해양 산업은 하나의 수직 통합 생태계를 이룬다.

캐나다의 니켈·리튬·코발트·희토류를 한국의 배터리 산업과 연결하고, 캐나다 철강을 한국의 조선·자동차 산업과 장기 공급망으로 묶는 구조는 단순한 투자 유치가 아니라 전략적 산업 동맹이다.


여기에 한국만이 제시할 수 있는 결정적 카드가 있다. 바로 조선업 재건과 해양 산업 동맹, 즉 ‘ 캐나다형 마스가’다. 캐나다의 조선소들은 군함과 상선을 동시에 건조할 수 있는 역량을 상당 부분 상실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업 역량을 보유한 한국이 캐나다 잠수함 사업과 연계해 조선소 조선산업 재건 패키지를 제시한다면, 이는 캐나다에 새로운 전략 산업을 심어주는 국가급 투자가 될 수 있다.

안보 차원에서도 한국은 독일이 결코 제시할 수 없는 카드를 갖고 있다. 부산을 캐나다 해군의 인도·태평양 전략 거점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이는 한·미·일 연합체계, 오커스(AUKUS), 북극·태평양 억지 구조와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캐나다의 글로벌 해군 위상을 질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한화오션 장보고 III Batch-2 잠수함. (사진=한화오션)

한화오션 장보고 III Batch-2 잠수함. (사진=한화오션)


국가 단위 동맹 계약 설계…수출 통합 TF 필요

한국과 캐나다 간 산업 협력은 단순한 선언이나 구호가 아니라 구조와 숫자, 그리고 실행 메커니즘으로 증명돼야 한다. 캐나다가 이 사업을 바라보는 관점은 이미 ‘함정 몇 척’이 아니라 향후 30년 산업·안보·에너지·북극 전략의 패키지 계약이다. 따라서 한국 역시 이를 단순한 방산 수출이 아닌, 국가 간 산업 동맹 계약(state-to-state industrial compact)으로 설계해야 한다.


먼저 자동차와 철강은 캐나다 정치의 절대 변수라는 점을 고려해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캐나다 연방정부와 온타리오·퀘벡 주정부, 그리고 자동차·철강 노조가 공통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하나다. ‘미국에 종속되지 않는 자국 제조업의 생존 구조’다. 한국이 제시해야 할 것은 단순한 공장 유치가 아니라, 전기차·배터리·철강·조선이 하나의 공급망으로 묶인 캐나다형 산업 플랫폼이다.

조선업 재건은 캐나다가 잠수함 사업을 통해 가장 크게 얻고자 하는 숨은 목표다. 캐나다는 지금 사실상 해군과 해양 산업을 동시에 잃어버린 국가에 가깝다. 한국은 기술 이전에 그치지 않고 조선소 경영·공정·인력·설계의 통합 이전, 즉 ‘운영체제(OS)’의 이전을 제안해야 한다. 한국이 캐나다 조선소의 지분 참여와 설비 투자를 통해 사실상의 공동 조선소를 만들고, 이를 북극 쇄빙선, 수상함, 해경 함정, 특수선까지 생산하는 플랫폼으로 전환시킨다면, 캐나다는 잠수함을 넘어 해양국가로 복귀하게 된다.

또 수상함과 북극 패키지는 캐나다가 이 계약을 ‘국가 전략 계약’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핵심 레버리지다. 캐나다 해군은 잠수함뿐 아니라 북극 순찰함, 쇄빙 지원함, 해경용 특수함정, 미래형 수상 전투함이 동시에 필요하다. 한국이 잠수함·수상함·쇄빙선·북극 특수선의 공동 설계·공동 생산·공동 수출 체계를 제안한다면, 캐나다는 단순한 구매국이 아니라 해양 무기·선박 수출국으로 복귀할 수 있는 사다리를 얻게 된다.


부산 기지는 이 모든 산업·군사 패키지를 하나로 묶는 지정학적 결절점이다. 캐나다 해군이 부산에 정비·보급·훈련 거점을 갖게 되면, 캐나다는 더이상 대서양과 북극에 묶인 해군이 아니라 인도·태평양 억지 체계의 일원이 된다. 이는 캐나다 정치권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미국 모두에게 전략적 의미가 크다. 독일은 이런 해양 거점을 제공할 수 없다.

이 모든 패키지는 한국 내부의 국가 동원 체계 없이는 실현될 수 없다. 방위사업청, 산업부, 외교부, 해수부, 원전·에너지 부처, 조선·자동차·배터리 기업이 따로 움직여서는 캐나다가 요구하는 국가 단위 계약을 만들 수 없다. 총리 수준에서 지휘하는 수출 통합 TF, 그리고 국회 차원의 결의안 선포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