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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헤지’ 늘리는 외국인 투자자에…원화 약세 ‘악순환’

이데일리 이정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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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헤지’ 늘리는 외국인 투자자에…원화 약세 ‘악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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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고공행진, 원화는 약세…주가·환율 엇갈림
외국인 순매수일에도 환율 하락 비율 50%대로 낮아져
환오픈에서 환헤지로…달라진 외국인 투자 방식
한은 “외화자금은 풍부, 현물환 달러는 부족”
[이데일리 이정윤 기자] 외국인의 주식 순매수가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이어지는 과거의 ‘환율 공식’이 흔들리고 있다. 외국인 자금의 국내 증시 유입에도 원화 가치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며 약세를 이어가는 모습을 나타내면서다.

시장에서는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에 투자하면서 ‘환헤지’ 비중을 확대하고 있는 영향이 크다고 보고 있다. 원화 가치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도가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외국인 순매수에도 ‘환율 하락’ 빈도 낮아져

19일 엠피닥터에 따르면 지난해 말 이후 이날까지 코스피 지수는 약 16% 상승해 4900포인트를 넘어섰다. 같은 기간 환율은 1439.0원에서 1473.65원으로 2% 이상 오르며 주가와 환율이 동반 상승하는 이례적인 모습을 지속했다. 이날도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7000억원 이상을 순매수를 기록했지만, 환율은 1473.65원으로 상승 마감했다.

과거 데이터와 비교하면 변화는 더욱 뚜렷하다. 최근 10년간 일별 데이터를 기준으로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순매수한 날 원·달러 환율이 하락한 경우는 평균 58.3%에 이른다. 글로벌 유동성이 풍부했던 2020~2023년에는 이 비율이 60%를 웃돌며 외국인 주식 매수와 원화 강세 간의 연결고리가 비교적 명확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2024년 들어 이 비율은 50%대 초반까지 낮아졌다. 외국인의 주식 순매수에도 환율이 동반 하락하지 않는 날이 늘어나며 상관관계가 눈에 띄게 약화했다.

시장에서는 외국인의 투자 행태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과거에는 외국인이 주식을 매수할 때 환율 변동 위험을 그대로 떠안는 ‘환오픈’ 방식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환헤지를 병행하는 비중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환오픈 투자에서는 현물환 시장에서 달러 매도가 수반돼 환율 하락 압력이 발생하지만, 환헤지를 병행할 경우 주식 매수와 환율 거래가 분리되면서 환율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된다.

이런 흐름에 대해 한국은행은 최근 외환시장에서 외화자금시장과 현물환 시장 간 괴리가 커지는 ‘풍요 속의 빈곤’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경상수지 흑자와 외국인 채권 투자 확대로 달러 자금 조달 여건이 완화했지만 환헤지를 수반한 자금 유입이 늘면서 현물환 시장에서는 환율을 끌어내릴 만큼의 달러 매도가 충분히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환헤지 비중 확대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여전히 원화 약세 리스크를 경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원화의 중장기 방향성에 대한 확신이 낮은 상황에서 주식 투자와 환율 노출을 분리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외국인이 환헤지 비중을 늘리는 배경에는 원화가 더 약해질 수 있다는 예상이 깔려 있다”며 “향후 외국인 주식 순매수가 환율 하락으로 다시 연결되려면 원화 약세 기대가 꺾이면서 환헤지 비중도 줄어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율 상승 기대 심리 완화 관건”

19일 인천공항에 있는 은행 환전창구에서 내·외국인이 환전 등을 문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9일 인천공항에 있는 은행 환전창구에서 내·외국인이 환전 등을 문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주식 순매수가 다시 환율 하락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원화 약세에 대한 기대가 완화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최근 원화 환율을 결정적으로 움직일 만한 재료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시장의 기대 심리 자체가 원화 약세 쪽으로 쏠려 있다”며 “그동안 높았던 주식 순매수와 환율 간 상관관계가 약화된 것도 이런 심리 요인이 크게 작용한 결과”라고 말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와 같은 신흥국 주식 투자는 환을 오픈한 상태로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며 “주식 투자에 환헤지를 병행하는 것은 예외적인 경우”라고 했다.

다만 그는 “원화가 계속 약한 상태에서 주가만 상승하는 흐름이 장기적으로 지속되기는 쉽지 않다”며 “반도체처럼 원화 약세가 실적에 유리한 일부 업종을 제외하면, 원화 강세 국면에서 이익이 개선되는 산업 구조가 여전히 대부분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도 외환시장 안정조치, 구두개입, 외환 수급 개선 정책 등을 통해 기대 심리를 완화하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윤경수 한은 국제국장은 “중장기적으로 펀더멘털을 개선하면서 단기적으로는 수급 불균형을 완화해 일방향의 기대 형성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며 “외환당국이 일관된 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