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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등록금 내는 ATM 아니다”…2년 연속 인상에 뿔난 대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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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등록금 내는 ATM 아니다”…2년 연속 인상에 뿔난 대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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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국어대학교 서울캠퍼스에서 열린 한국외대 양 캠퍼스 총학생회 기자회견에 학생들이 등록금 인상에 반대하는 내용의 손팻말을 들고 있다. 최현수 기자 emd@hani.co.kr

19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국어대학교 서울캠퍼스에서 열린 한국외대 양 캠퍼스 총학생회 기자회견에 학생들이 등록금 인상에 반대하는 내용의 손팻말을 들고 있다. 최현수 기자 em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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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인 편의시설 개선 요구조차 학교는 외면했어요. 그런데도 또 등록금을 더 내라고 합니다.”



19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국어대 캠퍼스에서 만난 김선우(한국어교육과 3학년)씨는 6층까지 계단으로 오른 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이렇게 말했다. 김씨와 함께 오른 건물은 교수학습개발원이다. 이 건물엔 엘리베이터가 없다. 경사로도 없는 탓에 장애인 학생은 접근조차 어렵다. 김씨는 “지난해 등록금 인상 때 학교는 이 건물에 엘리베이터 설치를 약속했다. (등록금 인상으로) 늘어난 수입 60억원 가운데 대부분이 학생 요구안 이행에는 쓰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등록금을 약 5% 올린 이 학교는 올해엔 약 3%의 인상 폭을 놓고 학생들과 줄다리기를 하는 중이다.



2026학년도 새 학기를 앞두고 전국 대학가가 등록금 인상을 놓고 들끓고 있다. 주요 대학들이 지난해 등록금을 올린 데 이어 올해에도 인상 방침을 밝히면서다. 등록금 인상에 따라 늘어날 경제적 부담만큼이나 학교에 대한 강한 불신을 토로하는 학생들이 적잖다. 한국외대 학생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2025학년도 등록금 인상 당시 학생들과의 합의가 충분히 이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등록금 인상이 또 추진되고 있다. 학교가 약속을 이행할 것이란 믿음을 가질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화여대에서도 비슷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오민서 이화여대 부총학생회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학생들 사이에선 (지난해) 등록금 인상분이 어디에 쓰였느냐고 따져 묻는 목소리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이 요구하지도 않은 대강당은 보수하면서도 학생 편의와 직결된 셔틀버스 정차 지점 확대 등의 학생들의 요구는 이행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학교가 등록금 인상분을 학생들과의 소통 없이 임의적으로 집행했다는 뜻이다. “학생은 등록금을 내는 에이티엠(ATM·현금인출기)이 아니다”란 구호가 대학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배경이다.



한겨레 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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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쪽은 등록금 인상분을 학생들의 교육 여건 개선에 썼다고 강조한다. 학생들의 요구와는 우선순위가 다를 뿐, 결국 학생들을 위해 등록금 수입을 사용했다는 취지다. 한국외대 쪽은 “지난해 등록금 인상에 따른 수입 증가분 약 60억원 중 22억원은 장학금에 썼고, 나머지는 강의실 리모델링과 학생 상담·창업 공간 마련 등에 지출했다”고 밝혔다. 학생들이 요구한 교수학습개발원 엘리베이터 설치는 올해 예정돼 있다고 학교 쪽은 말한다.



대학 등록금은 매년 교육부가 정하는 인상 상한(2026학년도 3.19%)을 토대로 교직원, 학생, 전문가 등으로 구성되는 등록금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결정한다. 서울 주요 사립대 중 서강대(2.5%)와 국민대(2.8%)는 등록금 인상 폭을 확정했으며 연세대·고려대·성균관대·한양대 등은 등록금심의위 심의가 진행 중이다. 올해는 정부가 등록금 동결을 따로 권고하지 않은 터라 예년보다 대학들의 등록금 인상 움직임이 활발한 편이다. 지난해엔 전국 대학(4년제 기준) 중 약 70%인 131곳이 등록금을 올린 바 있다. 등록금을 인상한 대학 대부분은 사립대(120곳)였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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