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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범 칼럼] 환율 상승기 정부가 해야 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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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범 칼럼] 환율 상승기 정부가 해야 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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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4900선 재탈환…상승 전환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많은 변동 요인중 원화약세 이유 더 부각
시장개입 보단 고환율 맞춤형 정책 필요
중립금리 재조정·생산성 제고 나서야

지난해 하반기부터 한국의 환율 움직임이 정책 당국자와 경제학자뿐 아니라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 여름 달러당 1400원을 밑돌던 원화 환율은 가을부터 지속적으로 상승하더니 12월 중순에는 1480원을 상회했다. 국민들의 불만과 우려 때문인지 정부와 통화 당국의 개입으로 12월 말 1430원 수준으로 하락했지만 새해 들어 다시 슬금슬금 오르더니 어느새 1470원대로 복귀했다.

두 국가 통화의 교환 비율인 환율은 경제학자들이 설명하기 곤혹스러운 변수 중 하나다. 덕분에 환율의 움직임을 설명하는 여러 가지 이론이 소개돼왔다. 환율 결정에 있어 양국의 이자율 차이를 강조하는 이자율 평형가설, 양국 통화의 구매력 차이를 중요하게 보는 구매력 평가설, 양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기조에 대한 예상을 바탕으로 한 통화 이론과 같은 전통적인 이론뿐 아니라 외채 수준이 환율과 강한 관계가 있다고 보는 포트폴리오 이론 등이 있다.

2000년대 이후에는 글로벌 리스크와 미국 달러에 대한 유동성 수요가 환율 결정에 중요한 요인임을 강조하는 이론들이 주목받고 있다. 다수의 이론이 소개됐지만 하나의 특정 이론이 꾸준하게 환율의 움직임을 설명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실증 연구에서도 환율 예측에 있어 임의보행가설을 능가하는 예측 능력을 보이는 이론을 찾기 힘들다는 것이 경제학계에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찰스 엥겔 위스콘신대 교수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환율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특정한 하나의 이론에 의존하기보다 그동안 소개된 다양한 이론들을 결합한 경우 환율의 움직임에 대한 설명과 예측이 향상된다고 한다. 엥겔 교수의 연구처럼 하나의 이론에 의존하지 않고 기존의 다양한 이론들을 종합해 최근 한국 환율의 움직임을 살펴보자.

먼저 이자율 평형가설은 2022년 7월부터 지속된 한국과 미국의 이자율 역전을 고려하면 한국 원화가 평가절하되는 것은 당연함을 예측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의 국채뿐 아니라 주식 등 금융자산의 수익률을 고려해도 미국에 비해 한국의 위험 대비 기대수익률이 낮은 상황에서 자금이 미국으로 흘러가고 환율이 상승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또한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글로벌 리스크와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미국 달러 유동성 수요 증가는 환율을 상승시키는 쪽으로 작용한다고 판단된다.

통화 이론에 따르면 통화정책 기조에 대한 예상이 환율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난해 한국의 물가상승률이 2% 내외로 예상되지만 미국은 2% 후반대로 전망되고 있다. 경제성장률의 경우 한국은 2%에 미치지 못하지만 미국은 2%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물가상승률과 경제성장률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면 향후 한국의 통화정책이 미국보다 완화적일 것으로 예상될 수 있고 이는 환율 상승으로 귀결될 수 있다. 다만 미국의 통화정책은 트럼프 대통령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갈등으로 기조가 갑자기 바뀔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지난해 반도체 수출 호조 등에 힘입은 기록적인 무역수지 흑자는 원화 평가절상 쪽으로 영향을 미쳤다. 또 구매력 평가설에 따르면 현재 한국의 실질실효환율은 90을 밑도는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원화는 강세가 되고 환율은 하락해야 한다. 그리고 이론과 무관한 기술적인 요인이지만 4월부터 한국 국채가 세계국채지수(WGBI)에 편입됨과 함께 추가적인 원화 수요가 발생하는데 이는 환율을 내리는 역할을 할 것이다.

요약하면 구매력 평가설, 큰 폭의 무역수지 흑자와 WGBI 편입은 원화 강세로 작용하지만 이자율 격차, 주식 등 자산의 위험 대비 기대수익률 격차, 통화정책에 대한 예상, 글로벌 리스크와 달러 유동성에 대한 수요 등은 원화 약세로 작용한다. 환율을 상승·하락시키는 요인들이 혼재한 상황이기에 현재 환율 상승은 시장에서 원화 약세로 작용하는 요인들을 상대적으로 더 중요하게 보고 있는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시장의 평가가 이렇다면 외환보유액과 국민연금을 동원해서 외환시장에 개입해 인위적으로 환율을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대신 높은 환율을 받아들이고 그에 맞춘 거시정책 조정이 필요하다. 고환율이 물가를 자극할 수 있기에 통화정책은 고환율에 맞게 중립금리를 새로 조정해야 한다. 또 단순한 확장적 재정정책보다는 장기적으로 생산성을 높이는 데 재정을 지원해 한국의 기업들이 투자자들에게 보다 매력적일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여론독자부 opinion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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