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우진 기자) 미국 메이저리그(MLB)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손에 쥐었던 특급 마무리 투수 김병현이 이제는 전혀 다른 무대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1999년부터 2007년까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보스턴 레드삭스, 콜로라도 로키스 등을 거치며 한국인 최초로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두 차례(2001년, 2004년) 거머쥐는 등 강렬한 잠수함 투수로서 MLB를 흔들었던 그가 은퇴 후 선택한 새로운 도전은 다름 아닌 '독일식 소시지'였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은 지난 19일(한국시간) '김병현, 월드시리즈 우승 투수에서 소시지 명장으로'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김병현의 현재 삶을 조명했다. 해당 매체는 "김병현이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서 독일식 소시지 전문 레스토랑 '메츠 한남'을 운영하며 인생 2막을 써 내려가고 있다"고 주목했다.
MLB닷컴은 김병현이 손님들에게 가장 먼저 추천한 메뉴인 독일 전통 요리 슈바인학세를 소개하며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식감에 김병현이 강한 인상을 받았다"고 전했다. 김병현은 해당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처음 슈바인학세를 먹었을 때 완전히 다른 세계를 경험한 느낌이었다. 한국은 치킨이 유명하지만, 이 요리는 인생을 바꿀 만큼 충격적이었다"고 회상했다.
그의 음식에 대한 관심은 야구 커리어와도 맞닿아 있다.
김병현은 인터뷰를 통해 1995년 미국에서 열린 18세 이하(U-18)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참가 당시 처음으로 패스트푸드를 접한 경험을 언급하며 "그때의 문화적 충격이 음식에 대한 시각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김병현은 "버거킹에서 처음 먹은 햄버거를 통해 내가 알던 햄버거가 전부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은퇴 이후 그는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스시 레스토랑을 운영했고, 이후 한국에서 버거와 핫도그 매장을 잇달아 열며 '야구장에서 먹는 음식 문화'에도 깊이 관여했다. 특히 고척 스카이돔과 창원 NC파크에 입점한 매장은 메이저리그 시절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홈구장 체이스 필드의 명물 음식들에서 영감을 받은 결과였다.
MLB닷컴은 김병현이 독일식 소시지를 본격적으로 배우기 위해 한국 최초의 소시지 마이스터로 알려진 임성춘에게 1년 가까이 기술을 전수받았다는 점을 소개했다.
김병현은 "햄과 소시지가 건강하지 않다는 인식을 바꾸고 싶었다"며 "천연 재료 위주의 소시지를 통해 충분히 건강한 음식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철학은 국제 무대에서도 인정을 받은 바 있다. MLB닷컴은 "김병현이 한국식 부대찌개를 독일 소시지로 재해석한 메뉴로 독일 정육업자 협회 심사에서 총 7개의 상을 수상했다"고 소개했다.
야구 인생의 정점에서 월드시리즈 우승을 경험했던 김병현은 이제 주방에서 또 다른 승부를 이어가고 있다. MLB닷컴은 "야구가 젊은 시절 그의 전부였다면, 이제는 음식이 새로운 열정의 대상"이라고 평가했다.
야구공과 글러브 대신 조리기구들을 들었지만, 완벽을 향한 집요함과 자신만의 색깔을 지켜온 태도만큼은 변하지 않았다. 메이저리그 마운드에서 세계 정상에 섰던 김병현은, 이제 독일식 소시지라는 또 하나의 무대에서 자신만의 '월드클래스'를 증명하고 있다.
사진=MLB닷컴 / 엑스포츠뉴스DB
이우진 기자 wzyfooty@xports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