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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스테이지 논란, 韓 AI의 자정과 기술을 남겼다"[only이데일리]

이데일리 김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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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스테이지 논란, 韓 AI의 자정과 기술을 남겼다"[only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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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롬 스크래치' 이슈 첫 제기한 고석현 사이오닉AI 대표
업스테이지 의혹 분석하면서 '레이어 노멀라이제이션' 학술적 단서 포착
"소버린AI 핵심은 통제 역량, 네이버 국대 AI 탈락 아쉬워"
[이데일리 김아름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를 둘러싼 ‘프롬 스크래치(from scratch·기존 모델 가중치나 구조를 가져다 쓰지 않고 데이터 수집·학습·검증을 처음부터 자체 수행하는 방식)’ 논란의 출발점에 섰던 고석현 사이오닉AI 대표가 공개 사과 이후 처음으로 이데일리와 인터뷰했다.

고 대표는 지난해 말 독파모 정예팀 주관사인 업스테이지의 모델 구조를 둘러싼 기술적 의혹을 공개적으로 제기했다. 이후 추가 분석 과정에서 일부 판단을 정정하며 사과했고, 업계에선 “문제 제기부터 정정까지 기술 근거를 공개한 드문 사례”라는 평가가 나왔다. 논란은 중국계 오픈소스 활용 시 출처 표기, 외부 가중치 활용 여부 등으로 쟁점이 확장되며 ‘국가대표 AI’의 독자성 기준에 대한 관심도 키웠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고석현 사이오닉AI 대표 인터뷰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고석현 사이오닉AI 대표 인터뷰


의혹 제기 과정서 “학술적 단서” 포착

고 대표는 “문제 제기와 검증 과정에서 학계에서도 명확히 정리되지 않았던 기술적 함의가 드러난 점은 성과”라고 말했다. 그는 “논란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학술적 단서가 포착됐다”며 “국가적으로는 AI 생태계가 검증을 통해 건전하게 작동한다는 신호였고, 학술적으로는 업계가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던 기술적 지점을 드러낸 계기”라고 설명했다.

그가 핵심으로 꼽은 지점은 ‘레이어 노멀라이제이션(Layer Normalization)’이다. 모델 전체 비중은 0.012% 수준으로 작지만, 4000차원에 달하는 고차원 벡터를 다루는 과정에서 높은 정밀도가 요구되는 연산이라는 설명이다.

“0.012%지만 32비트가 필요했다”

고 대표는 “레이어 노멀라이제이션은 수치 흔들림을 잡아 학습과 추론이 무너지지 않게 하는 정규화 장치”라며 “양자화를 폭넓게 쓰는 흐름 속에서도 8비트·16비트 처리가 까다로워 GPU 친화적이지 않은 32비트를 써온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형 모델을 깊게 학습하는 과정에서 특정 방향으로 크게 치우친 성분과 패턴 성분이 함께 포함되는 현상이 관찰됐다”며 “왜 고정밀이 필요한지 설명할 단서가 될 수 있고, 더 큰 모델 학습이나 학습 효율 개선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커졌다”고 덧붙였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고석현 사이오닉AI 대표 인터뷰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고석현 사이오닉AI 대표 인터뷰


외국 모델 논쟁, ‘사용’보다 ‘통제’가 핵심


외국 모델 활용 논쟁에 대해선 ‘사용 여부’로 재단하는 이분법을 경계했다. 핵심은 도입 자체가 아니라 ‘통제 가능성’이라는 주장이다. 고 대표는 네이버클라우드가 독파모에서 탈락한 데 대해 아쉬움을 드러내며 “주권 측면에서 문제가 없다면 굳이 배제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네이버(NAVER(035420))는 모델의 지식이나 학습을 막는 핵심 영역을 재사용한 것이 아니라 이미지를 처리하는 모듈을 활용한 것”이라며 “필요하면 자체 데이터로 언제든 조정·재학습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핵심 파라미터가 아닌 모듈 단위 활용은 소버린 AI 범주에 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 반면 “외국 모델을 가져와 튜닝하는 건 가능하지만, 파인튜닝으로는 바꿀 수 없는 지식이 존재한다”며 “무엇을 학습했고 무엇을 학습하지 않았는지, 그 방향을 우리가 통제할 수 없다면 소버린 AI로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독파모 유형 혼재…독자성 기준 더 명확해야”

그는 독파모 사업 구조 자체가 혼재돼 독자성 기준이 불명확해졌다고도 지적했다. 고 대표는 “독자 아키텍처를 만드는 유형과 기존 모델을 업그레이드·튜닝·추가 학습시키는 유형이 공존한다”며 “참여 형태가 다른 만큼 기준이 더 명확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이오닉AI는 ‘독자 아키텍처’ 개발 트랙으로 지난해 7월 독파모에 지원했다. 그는 “패자부활전은 탈락 시 부담도 크고, 기존 정예팀과의 시간 격차도 상당해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고석현 사이오닉AI 대표 인터뷰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고석현 사이오닉AI 대표 인터뷰


기업용 AX ‘스톰’…일본 진출 본격화


한편 사이오닉AI는 에이전트, 검색증강생성(RAG), 파싱·광학문자인식(OCR)·임베딩·검색, 단일 진실 공급원(SSOT) 구축 등의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기업용 AX 솔루션 ‘스톰(STORM)’을 내놨다. 그는 ‘스톰 파스(STORM PaaS)’가 구글 제미나이 파일서치 대비 20% 높은 성능을 보인다고 설명하며, 이를 기반으로 국내 국책은행과 금융사, 대기업 제조사들의 AI 전환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라고 밝혔다.

최근 25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해 누적 투자금 300억원을 돌파했고, 이를 바탕으로 GPU 확보와 일본 진출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고 대표는 “일본 소프트웨어 시장은 한국의 약 10배 규모로 크고, 레거시 소프트웨어의 SaaS 전환 속도도 빠르다”며 “미국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깊게 들어가지 못한 시장이라는 점까지 고려하면 전략적으로 중요한 무대”라고 말했다.


“AI는 결국 제품…고객 가치가 남는다”

고 대표는 차별화 포인트로 ‘대형 모델을 처음부터 만들어본 경험’과 ‘고객 중심 제품 문화’를 꼽았다. 그는 B2B AI 기업 컴페니닷AI CTO를 거쳐 네이버에서 하이퍼클로바 개발에 참여했고, 이후 토스에서 AI 신용평가 업무를 맡다 2023년 사이오닉AI를 창업했다.

그는 “모두가 AI 회사가 되는 순간 ‘AI’라는 단어는 의미가 옅어지고, 남는 건 고객에게 실제 가치를 주는 제품”이라며 “원천기술과 고객 중심 DNA로 승부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