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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159조원 맞불 관세 ‘만지작’··· 대서양 무역전쟁 발발하나

서울경제 조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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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159조원 맞불 관세 ‘만지작’··· 대서양 무역전쟁 발발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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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에 아첨·유화전략은 실패”
‘그린란드 관세’ 위협에 강경 대응
'무역 바주카포' 등 반격 카드 검토
트럼프 "노벨상 안줘서 그린란드에"




유럽연합(EU)이 그린란드 파병을 이유로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 159조 원 규모의 보복관세로 맞대응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덴마크가 그린란드에서 러시아의 위협을 몰아내지 못했지만 이제는 그렇게 될 것이라며 미국으로 병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7월 양측이 체결한 무역 합의가 파국 위기를 맞으면서 다음 달 대서양 무역전쟁이 발발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8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EU는 미국이 다음 달 예고한 대로 10%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경우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한 소식통은 항공기와 자동차·철강 등 930억 유로(약 159조 3400억 원)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매기는 방안이 포함됐다고 FT에 전했다. 이는 EU가 지난해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에 대한 보복 조치로 마련한 것으로, 같은 해 7월 양측이 무역 합의에 도달하면서 시행 시기를 유예한 상태다. EU는 또 강력한 무역 규제인 반강제조치(ACI)를 발동할지 여부도 논의하고 있다. ‘무역 바주카포’로 불리는 ACI는 EU나 회원국을 경제적으로 위협하는 제3국에 서비스, 외국인 직접투자, 공공 조달, 지식재산권 등의 무역을 제한하는 조치다. ACI 역시 지난해 미국 상호관세에 맞대응 수단으로 EU에서 검토됐다. 다만 2023년 도입된 ACI가 실제로 발동된 적은 없다. 블룸버그통신은 EU가 이 밖에도 다양한 대응 조치를 염두에 두고 있으며 이르면 이달 22일 EU 정상들이 EU 집행위원회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긴급 정상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EU가 강경하게 맞서는 것은 미국의 일방적인 협상 태도를 겪으면서 얻은 학습 효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EU는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복귀 직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대한 국방비 증액과 관세 등 쉴 새 없이 공세를 몰아치자 유화책을 우선으로 삼았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지난해 7월 트럼프 대통령이 골프 라운딩을 위해 방문한 스코틀랜드로 직접 날아가 관세 협상을 매듭지은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지난해 나토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공습을 두고 “아빠의 꾸중”이라고 아첨해 비난을 샀다.

그러나 그린란드 파병을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위협을 가하면서 강경 대응 쪽으로 기울었다는 지적이다. 가디언은 “트럼프의 위협은 EU의 아첨과 유화 전략이 실패했음을 시사한다”고 짚었다.

이처럼 EU 내부에서 강경론이 분출되고 있지만 무역·안보에 대한 미국 의존이라는 현실론에 부닥쳐 결국 협상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현재로서는 지배적이다. EU 외교관은 “EU는 격앙된 상태이기는 하지만 외교 채널을 총가동해 미국과 대화에 나서고 있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아울러 강경론이 스위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대면 논의 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포석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한편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노벨평화상 수상이 불발된 것을 그린란드를 통제할 명분과 연결 짓는 취지의 편지를 요나스 가르 스퇴레 노르웨이 총리에게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편지에서 “내가 8개 이상의 전쟁을 중단시켰는데도 귀국이 나에게 노벨평화상을 주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점에서 나는 더 이상 순수하게 ‘평화’만을 생각해야 한다는 의무를 느끼지 않는다”고 쓴 것으로 전해졌다.


조양준 기자 mryesandn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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