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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달러 쌓인다는데 환율 오르는 이유? 한은 블로그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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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달러 쌓인다는데 환율 오르는 이유? 한은 블로그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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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지속되는 가운데 한국은행이 ‘풍요 속의 빈곤’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진단을 내놨다. 달러를 빌려주는 외화자금시장에는 달러가 넘쳐나는데, 달러를 사고 파는 현물환 시장에선 반대로 달러가 부족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윤경수 한은 국제국장은 19일 한은 블로그에 올린 ‘외화자금시장에 달러는 많은데 환율은 왜 오르는 것일까?’라는 제목의 게시글에서 “외환시장에 달러가 풍부한데도 환율이 오르는 다소 모순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그 배경과 이유를 분석했다.



외화자금시장은 은행 등 금융기관이 달러를 빌려주고 이자를 주고받는 시장이다. 주로 원화 담보로 달러를 빌려 쓰고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달러를 돌려주고 다시 원화를 받는 외환스와프가 주된 거래다.



현재 한국에서 원화를 빌릴 때 금리는 연 2.4%(3개월물 기준) 수준으로, 미국에서 달러를 빌릴 때 금리(연 3.6%)보다 낮다. 원화 담보로 달러를 빌리려면 최소한 이 금리 차이(연 1.2%) 이상 이자를 줘야 한다. 일반적으로 미국은 기축통화국이기 때문에 금리차 이상의 프리미엄(가산금리)이 붙는다.



달러에 붙는 가산금리 레벨은 수요-공급에 따라 달라진다. 달러 공급이 많으면 낮아지고, 차입 수요가 많으면 높아진다. 최근 가산금리는 지난 15일 0.004%포인트(3개월물 기준)까지 낮아졌다. 지난해 6월말 0.041%포인트에서 작년 말 0.022%포인트로 축소됐고 최근에는 사실상 제로(0%)에 가까운 수준까지 낮아진 것이다. 한-미 금리차 이상 이자를 주지 않아도 될 만큼 달러를 빌리기 쉬워진 셈이다.



이처럼 외화자금시장에 달러 공급이 계속 늘어나는 이유는 △경상수지 흑자 유입이 지속되고 △수출기업들의 달러 잔고(미환전)가 늘고 있으며 △외국인의 국내 채권투자가 증가(달러 환헤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현물환 시장에선 ‘달러 품귀’로 원-달러 환율 상승 흐름이 꺾이지 않고 있다. 마치 자동차 시장에서 렌트는 남아 도는데 팔겠다는 차주는 별로 없어, 렌트비는 떨어지고 매매가는 오르는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주 기자설명회에서 외환시장 수급과 관련해 “환율이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현물 시장에서 달러를 팔지 않고 빌려만 주는 것이 문제”라고 토로한 바 있다.



한은은 최근 몇 년간 환율이 추세적으로 높아진 것은 한미 간 금리 및 성장률 격차, 국내 금융자산의 상대적으로 낮은 수익률 등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지난해 4분기 이후 원-달러 환율 움직임은 외환 수급에 따른 변동 요인이 크다고 본다.



문제는 환율 상승으로 우리 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윤 국장은 “지금은 달러를 역사적으로 가장 저렴하게 빌릴 수 있는 상황이라 위기와는 거리가 멀다”며 “환율 상승이 곧 경제 펀더멘털 악화를 의미한다는 기대가 확산하면 자본 유출과 환율 상승을 부추기는 자기실현적 악순환이 생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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