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민 국가유산청장이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종묘 관련 세계유산영향평가 안내 및 추진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허민 국가유산청장이 “평가 요구가 있음에도 평가를 받지 않는 나라는 없다”며 종묘 앞 재개발 논란 속 서울시를 겨냥해 세계유산영향평가(HIA·Heritage Impact Assessment)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국가유산청은 19일 오후 3시 정부서울청사에서 세계유산영향평가의 주요 개념과 현안을 설명하고 향후 적용 방향을 공유하는 언론간담회를 열었다. 세계유산영향평가는 세계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개발사업이나 계획이 실제 유산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도록 사전에 평가하는 제도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세계유산영향평가는 개발에 대한 한계나 규제 강화를 위한 제도가 아닌 세계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보호하면서도 상생 가능한 개발을 도모해 도시 발전을 오히려 지원하는 획기적인 전략적 도구”라고 밝혔다.
최근 현안으로 떠오른 종묘 사례를 언급하며 “종묘의 핵심 가치는 고유한 건축적 특징과 그 기능뿐만 아니라 그 주변을 형성하고 있는 정적이고 경건한 경관이다. 종묘 주변의 개발 사업에 대한 세계유산영향평가 요청은 개발을 막기 위한 압박이 아니다”라며 “유네스코의 권고에 따라 종묘가 가진 탁월한 보편적인 가치, 즉 고유한 분위기와 경관이 훼손되지 않는 최적의 개발 방안을 함께 찾아보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이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종묘 관련 세계유산영향평가 안내 및 추진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세계유산영향평가 실시에 따른 행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시행령 개정 ▲평가 대상 명확화 ▲행정절차 최소화 ▲국제기구와 협력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우선 세계유산 시행령 개정을 통해 근거를 마련해 법적 절차와 근거를 제공하는 동시에 ‘사전 검토’ 제도를 통해 세계유산영향평가 대상을 선별한다. 허 청장은 “세계유산영향평가의 규제를 완화하겠다. 세계유산 주변의 모든 사업이 평가 대상이 되지 않는다. 사전 검토 제도를 통해서 유산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고 확인된 경우는 평가 비대상으로 분류돼 평가를 실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원센터와 영향 평가 기관을 신속히 지정해 평가서 검토 기간을 단축하겠다”고 약속하며 “행정 절차를 최소화해 신속한 처리를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또 “종묘 같은 중대한 사안의 경우 국제기구와 협력해 객관성을 도모하겠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세계유산영향평가는 전 세계인의 유산을 지키는 보호막이자 지역사회 발전을 돕는 나침반”이라며 “국가유산청은 앞으로도 유산의 보존과 지역사회 개발이 조화롭게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지홍 한양대학교 ERICA 건축학부 교수는 “세계유산영향평가를 시행하는 주체는 유산을 배려하고 고려함으로써 도시의 질적 수준이 높아질 수 있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세계유산영향평가는 유네스코의 지침을 존중하면서도 국내 실정에 맞게 절차를 간소화하고 세계유산 보호 관리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충호 서울시립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는 “세계유산영향평가는 선택 사항이 아니다. 세계유산협약 가입국이 이행해야 할 국제적 의무”라고 강조했다.
사전 검토 제도를 통해 최종 유네스코 심사 완료까지의 과정을 약 1년으로 잡았다. 허 청장은 “검토부터 평가까지 유네스코 기구들이 다 들어와서 함께 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겠다”고 부연했다.
다만 서울시는 현재까지도 세운4구역이 세계유산영향평가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윤정 국가유산청 세계유산정책과장은 “2025년에 두 차례 유네스코 권고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가 대상이) 아니라고 하는 입장은 서울시가 국제적인 약속을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은 것”이라며 “세계유산 등재는 등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이후 보존·관리까지 국제사회에 하는 약속이기 때문에 서울시에서는 공식 권고를 받은 상황에서 평가를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과장은 이어 1분기 내로 시행령 개정이 완료되면 세계유산법 법적 근거에 따라 공식적인 세계유산영향평가 실시를 법적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종묘 앞 재개발 논란이 현재 사회적인 비용을 일으키고 있다고 본다”며 “서울시가 전향적으로 세계유산영향평가 절차에 임한다면 1년 안에 완수되도록 행정 절차에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와 국가유산청은 지난해 말 두 차례 사전조정회의를 했고 세 번째 회의를 위해 요청을 한 상황이라고 국가유산청은 설명했다. 허 청장은 “분쟁이나 기후 변화에 의해서 평가를 못 받고 있는 나라는 몇 군데 있지만 평가 요구가 있음에도 평가를 받지 않는 나라는 없다”고 강조했다.
유네스코는 지난해 11월 서울시에 영향평가를 받으라는 권고를 전달했지만 서울시는 영향평가 대상 지역이 아니라며 유네스코의 권고에 답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지홍 교수는 “올해 우리나라가 의장국으로서 세계유산위원회를 개최한다. 유치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그동안 한국이 유네스코에 기여와 국제사회에서 쌓아온 문화유산 보호에 대한 신뢰 덕분”이라며 “한국 정부에서 오히려 권고에 대해 이행을 미루거나 불성실하게 이행할 경우 그동안 쌓아왔던 국제 사회에서의 신뢰가 급격하게 추락할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서울시와 국가유산청은 종묘 앞 개발을 둘러싸고 지난해 말부터 갈등을 겪고 있다. 종묘는 조선과 대한제국의 역대 왕과 왕비, 황제와 황후 신주를 모신 사당으로, 1995년 석굴암·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과 함께 한국의 첫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그러나 서울시가 지난해 10월 세운4구역의 고도 제한을 종로 변은 기존 55m에서 98.7m로, 청계천 변은 71.9m에서 141.9m로 완화하는 재정비촉진계획 변경을 고시했고, 문화체육관광부와 국가유산청은 고층 건물이 들어설 경우 종묘에서 바라보는 경관이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며 서울시 계획에 제동을 걸었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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