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주최·후원 마라톤 대회 가이드라인 통해 시간·규모 조율 방침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142개 대회 중 104개는 '가이드라인' 적용 대상 아냐
서울시 거치지 않고 경찰청 통해 교통통제 받으면 도심 마라톤도 열 수 있어
서울경찰, '서울시 협조 요청' 필요…서울시, 후원이 곧 '교통통제 허가' 아냐

#. 영등포구 주민 노모씨(34)는 마라톤 개최 소식이 들릴 때면 지난해 11월 2일 아침의 '악몽'을 떠올린다. 양평동에 사는 노씨는 일요일이던 그날 오전 세종대로길의 성공회 성당에 가기 위해 차를 끌고 나왔다. 노씨 집에서 성당까지는 차로 25분쯤 걸린다. 노씨 차량은 이날 도심에서 '3시간'을 서 있었다. 세종대로를 포함해 마포대교 남단, 공덕오거리, 아현 삼거리, 충정로 사거리로 이어지는 도심 마라톤이 열린 탓이다. 마라톤 코스는 서울 도심을 남북으로 분단하듯 광화문과 세종대로 도심을 관통했다. 이날 하루 서울시에 마라톤과 관련해 접수된 교통민원만 265건에 달했다.
서울시가 마라톤 개최에 따른 시민 불편을 줄이기 위해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지만 사각지대가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가 주최·후원하는 대회에만 적용이 가능하고 현행법상 지자체에 체육행사를 신고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경찰청의 교통통제 협조만 받으면 서울시 의지와 상관없이 언제든 도심 마라톤을 열 수 있는 상황이다.
19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관내에서 열린 마라톤 대회 142개 중 서울시가 후원하거나 주최한 대회는 38개뿐이다. 서울시는 최근 시민 불편을 줄이기 위해 '서울시 주최·후원 마라톤 대회 가이드라인'을 공개했다. 오전 7시30분에 출발하고 오전 10시 전후로 대회를 끝내며 광화문광장과 서울광장 등을 사용할 때 인원상한선을 두는 것을 골자로 한다. 지난해 기준 해당 가이드라인을 적용할 수 있는 대회는 전체의 26%(38개) 에 불과하다. 나머지 104개 대회 중 43개 대회는 정부기관, 자치구, 공공기관 등에서 개최 또는 후원하는 대회다. 61개 대회는 민간대회다. 지난해 기준으로 서울시 관내에서 열린 마라톤 대회 중 74%는 가이드라인을 적용할 수 없다.
더욱이 현행법 상 1000명 이상이 참여하는 체육행사는 주최자가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해야 하지만, 이를 지자체 등에 제출하거나 이행할 의무는 없다. 관련 근거가 없다보니 서울시도 관내에서 열리는 마라톤 대회의 정확한 현황을 파악할 수 없다. 서울시 관계자는 "개최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동호인들이 모인 마라톤 온라인 커뮤니티를 찾아보고 대회별로 개최 건수를 셀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법적권한이 없어서 신고하라고 요구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도심 마라톤을 위해선 출발 장소, 도착지점 등을 서울시가 관리하는 광화문 광장, 월드컵 공원, 여의도 공원 등지를 사용해야하기 때문에 서울시가 인지하지 못하는 마라톤 대회가 열릴 가능성은 낮다. 다만 서울시가 인지해도 출발 시간이나 코스 수정을 요구할 권한은 없다.
국내 러닝인구가 10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마라톤 동호인들은 '서울 도심 마라톤'을 선호한다. 세종대로를 중심으로 광화문을 통과하는 코스가 가장 인기가 높다. 서울시 관계자는 "한강변에서도 풀코스 마라톤이 가능하지만 도심 마라톤이 인기가 높다"며 "대회 관계자들이 출발 시간을 앞당기는 편이 도심 코스를 포기하는 것보다 낫다는 반응"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142개 마라톤 대회 중 30여개가 도심 마라톤이었다.
이렇다보니 민간 주최 측이나 서울시 외 정부기관, 공공기관 등이 경찰 협조를 받으면 도심에서 마라톤을 열 수 있다. 경찰청은 '도로 위 체육행사 관련 경찰교통관리 표준안'에 따라 △ 올림픽 등 법령에 따른 행사△ 정부, 지차체 또는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라 설립된 기관이 주최·주관한 대회 △ 지역주민의 공감대가 형성된 연례적 행사△ 행사 개최에 대한 공감대가 있고 교통안전을 위한 소통 창구 등이 확보된 행사 등의 기준을 적용해 통제 여부를 결정한다.
서울경찰청은 이런 지침을 준용해 '서울시 허가 또는 후원 행사'에 한해서 교통통제에 협조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그러나 서울시 후원이 없어도 주민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판단한 행사에는 교통통제를 지원한다. 버스 우회 등을 위해 서울시가 협조를 요청한 경우에도 후원으로 간주해 협조한다.
이 같은 혼란을 막고자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을 통해 체육 행사 관리 주체를 지자체로 확대하고 안전관리 미이행 시 제재 조항을 만든다는 방침이다. 현재 극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발의된 법안에는 체육행사는 주최자가 안전관리계획를 수립해 지자체에 제출하고, 지자체는 필요시 보완을 요구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세진 기자 sej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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