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비온 프로필 사진. 라이브네이션코리아 제공 |
“제 곡은 다 진짜 얘기에 기반해요. 실제로 느꼈던 감정을 담은 노래들이죠. 그런 곡을 부르는 일을 사랑하지만, 때론 그 곡이 나를 그때의 감정으로 데려가서 힘들기도 합니다.”
미국의 R&B 싱어송라이터 기비온(GIVĒON·31)이 18일 서울 영등포구 명화라이브홀에서 열린 콘서트 <디어 비러브드 더 투어(Dear Beloved, The Tour)>에서 말했다. 2018년 데뷔 이후 차세대 R&B 스타로 주목 받은 그가 한국을 찾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북미 투어에 이어 일본·중국·태국 등으로 이어지는 아시아 투어의 시작점이 바로 한국이다. 스탠딩석 등 1700석이 18·19일 양일 공연 모두 일찌감치 매진됐다.
이번 투어의 중심은 지난해 7월 발매된 기비온의 두 번째 정규 앨범 <비러브드(BELOVED)>다. 공연은 1번 트랙 ‘머드(MUD)’로 막을 올렸다. 기비온이 묵직하고 부드러운 바리톤 음색으로 노래를 시작하자 곳곳에서 탄성이 나왔다. 밴드와 코러스 둘, 그리고 기비온. 소울풀한 목소리는 단출한 구성으로도 공연장을 풍성히 채웠다. 고음에서도 그의 목소리는 공간감과 부드러움을 잃지 않았다. 기비온의 저음만큼이나 낮고 강렬한 베이스, 드럼의 강세 표현에 맞춰 바뀌는 조명 연출이 보고 듣는 즐거움을 더했다.
서울 영등포구 명화라이브홀에서 18일 열린 <디어 비러브드 더 투어(Dear Beloved, The Tour)> 한국 콘서트에서 가수 기비온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 전지현 기자 |
R&B 가수로서 기비온의 강점은 ‘공감할 수 있는 젊음’에 있다. 그는 자신과 주변의 이야기로 곡을 쓰되, 가사에 욕설 등 비속어를 쓰지 않기로 유명하다. 곡에서 사랑의 설렘과 불안을 자주 얘기하는 그는 “최근 몇 년간 사랑에 빠지기도 했다”고 하는 등 곡 사이사이에 경험담을 풀어냈다.
기비온은 “인스타그램에서 관심 갖던 여자에게 남자친구가 있더라”는 얘기를 하다가도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깊은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70년대 소울 감성을 간직하면서도 21세기적 감수성을 담고 있다”는 세간의 평이 이해되는 대목이었다. 그는 최소한의 움직임만으로도 일인극의 주인공처럼 보였다. 헤어진 연인에 대한 미련을 노래하는 ‘스톡 온 유(Stuck On You)’를 부를 때에는 실연당한 남자처럼 무대 위를 터덜터덜 걷는 식이다.
서울 영등포구 명화라이브홀에서 18일 열린 기비온의 <디어 비러브드 더 투어(Dear Beloved, The Tour)> 한국 콘서트에서 ‘Heartbreak Anniversary’ 무대 전 스태프가 기비온이 든 잔에 막걸리를 채우고 있다. 전지현 기자 |
20대에 마음을 다 바친 사람에 대해 노래하는 ‘트웬티스(TWENTIES)’를 지나, ‘하트브레이크 애니버서리(Heartbreak Anniversary)’로 공연은 90여 분의 막을 내렸다. 매년 이별한 날이 돌아올 때 찾아오는 그리움을 노래한 이 곡은 기비온의 대표곡이다.
와인잔을 쓸쓸히 들고 부르는 게 이 곡의 상징과도 같은 퍼포먼스인데, 이날 공연에는 한국의 막걸리가 등장했다. 스태프가 투박한 막걸릿병이 잘 보이게 들고 기비온의 잔을 채우자 관객석에서는 재미있다는 듯한 호응이 나왔다. “사랑해요!” “괜찮아요?”라는 한국말을 연습해 온 그가 한국 공연을 위해 준비한 센스 있는 변주였다. 이 곡을 부르며 기비온은 앞줄의 관객들 한 명 한 명의 손을 잡아주고는, 앵콜 없이 무대를 떠났다.
2018년 데뷔한 기비온은 래퍼 드레이크와 협업한 ‘시카고 프리스타일(Chicago Freestyle·2020)’과 저스틴 비버 곡 ‘피치스(Peaches·2021)’에 피처링으로 참여하며 목소리를 알렸다. <비러브드> 앨범은 올해 2월 열리는 제68회 그래미 어워드 ‘베스트 R&B 앨범’ 후보에 오르는 등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그는 한국 공연을 시작으로 아시아·유럽 투어에 나선다.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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