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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들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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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들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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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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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교 | 홈스쿨링생활백서 대표·작가



20대 중반에 쓴 첫 책이 제법 좋은 평가를 받았다. 작가로서 비교적 젊은 축에 속해서인지, 강단에 오를 때마다 늘 같은 질문을 받는다. “어떻게 하면 책을 좋아하고, 글을 잘 쓰는 아이로 키울 수 있을까요?”



디지털 기기가 보급되면서, ‘스마트폰 원주민’과 기성세대의 소통이 자꾸만 삐걱거린다. 그 논쟁에 한 번 더 불을 지핀 것은, 2022년 방영된 EBS의 교양 프로그램 ‘당신의 문해력’이었다. 당시 전국 중학교 3학년 학생 2405명을 대상으로 문해력 검사를 진행했는데, 문해력 미달이 27%에 달했다.



청소년과 활자 사이가 빠르게 멀어지는 한편, 대학 교육에서 글쓰기의 중요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서울대학교에서는 매년 신입생을 대상으로 글쓰기 교육을 진행해 왔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희망자만 시험을 보는 형태였는데, 매년 평균 점수가 가파르게 떨어지자 결국 글쓰기 진단을 선택이 아닌 필수로 전환했다.



해외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스탠퍼드대와 MIT는 2000년대 초반부터 이미 ‘작문 교육 이수’를 학위 취득 필수 조건으로 명시해 왔다. 하버드대는 19세기부터 글쓰기 프로그램을 운영한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지난 2018년 이후 글쓰기 교육 운영 기조를 한층 강화했다.



이렇듯 교육 현장에서는 너 나 할 것 없이 글쓰기를 강조한다. 학부모 사이에서도 독서와 글쓰기는 언제나 뜨거운 감자다. 문제의식을 느끼는 이가 이렇게 많은데, 어째서 우리는 계속 같은 벽과 마주할까?



디지털을 넘어 인공지능(AI) 원주민이 탄생하고 있는 이 시대, ‘책벌레 멸종 위기’는 어쩔 수 없는 흐름일까? 이런 질문을 받으면, 나는 꽤 확신에 찬 말투로 ‘아니’라고 답한다. 나에게도 하루에 10시간씩 스마트폰을 보느라 책에는 손도 대지 않던 시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컴퓨터 자판보다 스마트폰 타자를 먼저 익힌 세대다. 웬만한 업무는 모두 스마트폰으로 처리한다. 여전히 통화보다는 문자가, 문자보다는 카카오톡이, 카카오톡보다는 인스타그램 DM이 편하다. 스마트폰에 중독됐던 청소년에서 매일 책을 읽고 쓰는 작가가 되기까지, 다양한 시행착오를 거쳤다.



‘청소년을 위한 글쓰기 첫걸음’은 바로 그 과정에 초점을 맞춘 시리즈다. AI가 있는데 왜 굳이 직접 써야 하는가? 매일 똑같은 일상을 보내는 청소년들이 도대체 어떤 글을 쓸 수 있는가? 청소년기에 글을 쓰는 것이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청소년이 스스로 독서의 중요성이나 글쓰기의 필요성을 깨닫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면, 어떤 환경이나 요령을 제공해야 할까?



“글쓰기란 넘을 수 없는 벽에 문을 그린 후, 그 문을 여는 것이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작가, 크리스티앙 보뱅이 남긴 문장이다. 글쓰기에 관해 이보다 명쾌한 정의를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청소년들에게 글을 써야 하는 이유나, 쓰는 방법을 알려주는 건 아주 중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앞에 두어야 할 것은, ‘쓰고 싶은 마음’을 선물하는 일이다. 나는 더 많은 이가 벽에 문을 그려내는 장면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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