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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산 3g 금반지, 사실 1.6톤의 배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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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산 3g 금반지, 사실 1.6톤의 배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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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미나이로 생성한 이미지. 최우성 제공

제미나이로 생성한 이미지. 최우성 제공


편의점 계산대 앞에 선 아이들의 눈동자가 분주하게 움직인다. 손에 든 간식과 용돈 사이에서 치열한 계산이 오간다. “가진 돈만큼 딱 맞춰 사고 싶은” 아이들에게 수학은 더 이상 지루한 교과서 속 숫자가 아니다. 당장 손에 쥐어질 초코바 개수를 결정하는 실존적 도구가 된다.



수학에서 방정식은 미지수 x의 값, ‘근’ 또는 ‘해’를 구하는 과정이다. 해를 구하기 위해서는 ‘등식’, 즉 등호(=)를 중심으로 좌변과 우변이 평형을 이루는 관계라는 개념을 이해해야 하는데, 이것이 바로 세상의 질서를 설명하는 수학의 기본 원리다.



예를 들면, 400원짜리 연필 x자루와 500원짜리 지우개 1개를 샀을 때 총액이 1700원이라면 400x+500=1700이라는 식을 세울 수 있다. 아이들은 연필 3자루라는 명확한 답을 찾아내는 순간 수학이 일상생활을 지탱하는 유용한 나침반임을 깨닫는다.



제미나이로 생성한 이미지. 최우성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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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성 | 다산고 교장
·‘수포자도 수학 1등급 받을 수 있어’ 저자



지금 손에 낀 금반지는 몇 g일까? 금 한 돈(약 3.75g)을 얻기 위해 지구는 얼마나 많은 희생을 치러야 할까? 놀랍게도 금 3g을 채굴하기 위해 자연에서 파헤쳐지고 버려지는 물질은 무려 1620kg에 달한다.



이처럼 어떤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투입된 물질의 전체 무게에서 완제품의 무게를 뺀 값을 ‘생태적 배낭’이라고 부른다. 독일의 부퍼탈 연구소에서 처음 정의한 이 개념은 우리가 소비하는 물건이 지구에 지우는 보이지 않는 짐의 무게를 수치화한 것이다.



이를 방정식 관점에서 보면, ‘생태적 배낭의 무게=(사용된 물질의 전체 무게)-(제품의 무게)’라는 등식이 성립한다. 만약 6g짜리 반지를 위해 3240kg의 자원이 소비되었다면, 금 1kg을 얻기 위해서는 무려 54만kg이라는 어마어마한 양의 지구 자원이 깎여 나가야 한다. 우리가 누리는 물질적 풍요 속에 숨겨진 ‘지구의 고통’이 그만큼 막대하다.



생태적 배낭의 수치는 물질의 희소성과 직결된다. 철 1kg의 생태적 배낭은 약 20kg이다. 철광석을 캔 뒤 제련해 완제품을 만들기까지 제품 무게의 20배가 소요된다는 뜻이다. 만약 무게가 x인 철 제품이 있다면 그 배낭의 무게는 20x가 된다. 철 제품 3kg짜리가 60kg의 배낭을 메고 있는 셈이다. 참고로 알루미늄, 니켈, 은, 다이아몬드 1kg의 생태적 배낭은 각각 35kg, 141kg, 7500kg, 526만kg이다. 다이아몬드 1kg을 얻기 위해 지구는 5260톤의 속살을 내줘야 한다.



왜 하필 이름이 ‘배낭’일까? 등산객이 메는 배낭은 본인이 감당할 만큼만 챙기면 그만이다. 하지만 ‘생태적 배낭’은 우리가 아니라 자연과 지구, 미래 세대가 대신 짊어지고, 그 무게는 후진국에서 훨씬 더 무겁게 나타난다. 금광, 탄광, 거대 공장들이 환경 규제가 느슨한 개발도상국에 밀집해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화려한 장신구 뒤에는 이름 모를 나라 노동자들의 땀과 오염된 토양이라는 아픈 ‘해’가 숨어 있다.



편의점에서 가진 돈만큼 물건을 사고 싶은 아이들에게 “네가 산 물건의 가격표에는 적혀 있지 않지만, 지구가 대신 지불한 무게가 있다”고 말해주면 어떨까. 그러면 아이들도 수학이 차가운 숫자 나열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가치를 발견하게 하는 따뜻한 시선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오늘 여러분이 몸에 걸친 소품들, 손에 든 스마트폰의 생태적 배낭은 몇 kg일까? 삶의 방정식에서 ‘환경'이라는 미지수를 무시한다면, 머지않아 지구라는 등식은 영원히 깨져버릴지도 모른다. 이제는 우리 모두가 배낭의 무게를 줄이기 위한 공동의 해법을 찾아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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