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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미래, 한옥]①공사 비싸도 해외서 찾는 이유

비즈워치 [비즈니스워치 정지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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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미래, 한옥]①공사 비싸도 해외서 찾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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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콘텐츠 인기 속 7개국 수출된 한옥
현지 자재 활용하면 시공비 줄일 수도
국토부, 한옥 건축 활성화 방안 추진 중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 제재소를 찾은 적이 있다. 가는 길에는 침엽수림이 울창했다. 1m 간격으로 아름드리나무가 일자로 곧게 서 있었다. 보자마자 욕심이 났다"

러시아 우랄산맥의 광활한 삼림지대를 방문했던 남해경 전북대학교 건축공학과 교수는 당시를 떠올리며 눈을 반짝였다. 목조 건축물인 한옥의 뼈대로 삼기에 부족함이 없는 나무가 그곳에 빼곡했기 때문이다. 알제리와 베트남, 뉴질랜드, 호주 등으로 한옥 수출을 이끌었던 그다.

지난 15일 전북대학교 한승헌 도서관에서 국토교통부 출입기자들을 대상으로 한옥 건축 해설과 수출 현황 등에 대한 설명에 나선 남 교수는 "러시아의 한 부부로부터 현지에서 별장처럼 쓸 수 있는 한옥 건축 의뢰를 받아 설계 진행 중이다. 3월에는 설계 작업을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연화정 도서관 전경./사진=정지수 기자

연화정 도서관 전경./사진=정지수 기자


5개 대륙에 수출한 한옥

한옥을 수입한 나라는 의외로 많다. 전북대학교에 따르면 그동안 알제리와 베트남, 필리핀, 미국, 캐나다, 호주, 프랑스 등에 한옥이 지어졌다. 주거 목적은 물론이고 한국 정원과 호텔, 정자 등 다양한 형태의 건축물이 외국에 들어섰다.

최근 K-콘텐츠의 인기로 한옥 명소에 관한 관심과 함께 관광객이 늘어나고 있다는 게 국토교통부의 설명이다. 한옥 고택이나 빈집을 활용한 카페와 숙박업소는 물론 주말주택이나 별장과 같은 '세컨드 하우스' 수요가 있다.

이번 러시아 한옥 수출도 이 같은 수요에 따른 것이다. 러시아의 한 고객은 지난 2003년 개봉한 고 김기덕 감독의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을 보고는 새로 지을 별장의 양식으로 한옥을 택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모스크바에서 남쪽으로 193㎞ 떨어진 곳에 있는 툴라에는 전용면적 59㎡(18평)의 민가 주택이 한옥 양식으로 1채 지어질 예정이다. 목자재 조달의 이점도 기대할 수 있다. 이 한옥의 모형은 전주 한옥마을 내 마련한 한옥마을 산업관에서 만날 수 있었다.

한옥은 지금까지 7개국에 수출됐으며 또 10여개국에서 20여개의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남 교수의 말에 따르면 올해에 해외에서 2~3개의 한옥 사업 관련 수주가 있을 예정이다.

남 교수는 "한옥 수출은 지금은 수익이 거의 남지 않는 구조지만 한국의 우수한 주거 문화를 알리는 데 일조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툴라에 수출할 한옥 설계 조감도(왼쪽)와 모형./사진=정지수 기자

러시아 툴라에 수출할 한옥 설계 조감도(왼쪽)와 모형./사진=정지수 기자


표준화 어렵고 공사비 비싸지만…

국내에서는 한옥 주택이 1년에 약 1000채 지어진다. 주택건설실적(77만채)에 비하면 0.13% 수준이다. 비싼 공사비와 까다로운 유지 및 보수가 한옥 대중화에 걸림돌로 꼽힌다.

특히 한옥의 공사비는 자재부터 표준화돼 있지 않아 어림잡기가 어렵다. 시공 기간과 비용도 조건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이와 관련해 남해경 교수는 "한옥은 평(3.3㎡)당 공사비가 얼마라고 규정하기 어렵지만 건축비용만 따지면 약 1500만원 정도"라면서 "공사기간도 일단은 6개월을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공사 기간 자체는 길지 않으나 한옥 시공을 위한 부속 자재에 소요되는 시간이 적지 않다. 특히 지금은 국내에서 재료를 가공하고 건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후 공사현장으로 운송하고 나서야 시공에 들어간다. 특히 목재 훈증(더운 연기에 찌면서 살충·살균 작용을 하는 것) 작업에만 수년이 걸릴 수 있다.


남 교수는 "호주와 뉴질랜드는 기후만 놓고 보면 한옥을 짓기에 최적의 환경이다. 하지만 나무를 갉아 먹는 흰개미가 많아 훈증에 더 신경써야 한다"면서도 "미국과 같은 곳에서 현지 자재를 조달해 쓸 수 있게 된다면 20~25%는 공사비를 절감할 수 있을 것 같고 향후 비용 문제가 해결되면 3D(3차원) 프린팅 기술도 사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옥 대중화를 위해 국토교통부는 한옥 건축을 지원하고 결구 방식을 응용한 모듈러(조립형) 방식의 한옥 연구에 나선다. 또한 자재 표준화 수준을 높여 건축비를 절감할 수 있도록 한다.

아울러 한옥 통계 현실화 및 경북·광주·서울 등 일부 지자체에서 운영 중인 한옥 등록제를 확산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내화와 내진, 무장애와 녹색건축 등 현행 한옥건축기준도 현실에 맞게 재편할 수 있도록 한다. 이 같은 내용을 '제3차 건축자산 진흥 기본계획(2026~2030년)'에 한옥 건축 활성화 방안으로 담을 수 있도록 논의 중이다.

덕진공원 내 한옥 양식의 카페./사진=정지수 기자

덕진공원 내 한옥 양식의 카페./사진=정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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