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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관세 폭탄 피하려다 재무 폭탄 맞을라… K-반도체 ‘투자 딜레마’

한국금융신문 김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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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관세 폭탄 피하려다 재무 폭탄 맞을라… K-반도체 ‘투자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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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끌’ 집행 중인 70조 CAPEX, 트럼프 압박에 자본 효율성 빨간불
삼성전자, SK하이닉스 / 사진출처= 각사

삼성전자, SK하이닉스 / 사진출처= 각사


[한국금융신문 김희일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글로벌 메모리 업황 회복에 맞춰 단행 중인 천문학적 설비투자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자국 우선주의’라는 거대한 변수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미국의 추가 투자 압박이 현실화할 경우, 이미 한계치에 근접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설비투자(CAPEX)가 성장의 지렛대가 아닌 ‘자본 비효율의 덫’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증권가에서 커지고 있다.

합산 70조 ‘영끌’ 투자의 역설… 추가 미국행 땐 재무 구조 ‘비상’

1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관련 설비투자 규모는 시장 컨센서스 기준으로 합산 70조 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약 35조 원, SK하이닉스가 HBM(고대역폭메모리) 증설 등을 중심으로 약 34조 원을 투입할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이 막대한 자금이 이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평택 P4·P5 등 국내 핵심 생산기지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추가 투자 여력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관세 압박을 피하기 위한 대미 투자가 더해질 경우 재무 구조와 투자 회수 구조가 동시에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음이 커진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증권사 반도체 담당 수석연구원은 “국내 기업들은 이미 차입까지 염두에 둔 ‘영끌 투자’ 국면에 진입했다”며 “이 상태에서 미국의 고율 관세를 피하기 위해 무리하게 현지 투자를 늘릴 경우, 재무 건전성 훼손은 물론 기존 국내 투자에 대한 회수 기간(Payback period)이 길어지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메모리마저 美 생산?… “관세 아끼려다 제조 원가에 등 휘어”

업계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요구하는 ‘미국 내 메모리 생산 확대’를 사업 논리상 수익성이 현저히 낮은 선택지로 평가한다.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건설 중인 공장은 시스템 반도체(파운드리) 전용이다. 이를 메모리 생산 라인으로 전환하려면 설계 단계부터 전면 수정이 불가피해 사실상 현실성이 떨어진다. 설령 추가 부지에 신규 메모리 공장을 건설하더라도, 미국 현지의 높은 인건비와 숙련 인력 부족, 원자재·장비 공급망 미비는 제조 원가를 구조적으로 끌어올릴 수밖에 없다.

B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메모리는 파운드리보다 공정 경쟁 못지않게 원가 절감이 핵심 경쟁력”이라며 “미국 내 생산 비중이 높아질수록 영업이익률 하락은 불가피하고, 이는 결국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 멀티플(배수)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TSMC가 높여놓은 ‘투자 문턱’… K-반도체엔 감당하기 힘든 ‘청구서’

최근 대만 TSMC가 수백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을 지렛대로 미국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확보한 점도 국내 기업들에겐 부담 요인이다. 미국이 TSMC 사례를 일종의 ‘기준점’으로 삼아 한국 반도체 기업들에게도 그에 준하는 추가 투자를 요구할 명분이 생긴 탓이다.


정부와 업계는 최혜국 대우 원칙과 상호 관세 협정을 근거로 방어 논리를 펼치지만, 시장의 시선은 냉정하다. 한 통상 전문가는 “트럼프 행정부는 논리보다 숫자, 즉 투자액과 일자리를 중시한다”며 “개별 기업 차원의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정부 차원의 보다 공격적인 통상 패키지 협상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기업들의 투자 딜레마는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투자자 주의사항: “실적보다 ‘정책 리스크’가 상수”

증권가는 당분간 국내 반도체 종목의 주가 흐름이 실적 개선보다 미국발 정책 뉴스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폴리틱스 드리븐(Politics-driven)’ 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본다.

C증권사는 보고서를 통해 “HBM 수요 확대라는 구조적 호재에도 불구하고 주가 탄력이 제한적인 것은 트럼프 리스크로 인한 비용 불확실성 때문이다” 며 “미국 내 메모리 생산 여부와 이에 대한 보조금·관세 면제 조건이 구체화되기 전까지는 보수적인 접근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결국 K-반도체의 최대 변수는 기술도, 수요도 아니다. 정책 앞에서 계산기가 멈춰버린 투자 환경 그 자체다. HBM(고대역폭메모리)는 팔리지만 CAPEX(설비투자)는 남는다. 이 불균형이 해소되지 않는 한, 반도체 주가는 실적보다 정치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김희일 한국금융신문 기자 heuyil@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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