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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모두가 승자’라더니…정부가 만든 ‘패자부활전’

디지털데일리 오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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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모두가 승자’라더니…정부가 만든 ‘패자부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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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오병훈기자] 정부의 ‘독자 AI 파운데이션모델(독파모)’ 프로젝트 1차 결과 발표를 둘러싸고 업계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당초 계획에 없던 ‘추가 정예팀 선발’ 방침이 뒤늦게 제시되면서 공정성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애초 4개 정예팀을 선발해 2차 평가를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네이버클라우드 정예팀의 ‘독자성’ 논란이 제기되자 3개 팀만 2차 평가 진출자로 확정했다. 남은 1개 팀은 추후 추가로 선발하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이미 배정된 예산과 행정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설명한다. 기존에 확정된 자원을 다른 사업으로 전환할 경우 불필요한 행정 소요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 같은 설명에 선뜻 공감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추가 정예팀 선발 방침을 두고 업계에서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추가 선발이냐”는 비판이 적지 않다. 이미 2차 평가에 진출한 LG AI 연구원, SK텔레콤, 업스테이지 입장에서는 경쟁 구도가 흔들리며 ‘부전승’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 반대로 추가 선발될 정예팀은 준비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처음부터 불리한 조건에서 경쟁을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어느 쪽에도 득이 되지 않는 결정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 같은 혼선은 정부의 조급한 정책 추진이 낳은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네이버클라우드 정예팀을 둘러싼 ‘독자성’ 논란은 독파모 프로젝트 기획 단계부터 예견된 문제였다. 당시부터 다수 전문가와 업계 관계자들은 ‘독자적인 AI’의 기준이 모호하다고 지적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확한 기준 정립 없이 사업을 밀어붙인 결과, 평가 단계에서 정책의 허점이 그대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추가 정예팀 선발 역시 기존 공모·평가 계획에 없던 사안으로 공정성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대목이다.


정부는 논란 재발 방지를 위해 평가위원, 참여 정예팀과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선의의 경쟁을 통한 성장’ ‘모두가 승자’라는 구호도 거듭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선의의 경쟁은 구호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정부가 먼저 일관되고 투명한 의사결정을 보여야 한다.

모두가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경쟁의 규칙은 명확하고 공정해야 한다. 정책의 신뢰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서 결정된다. 지금 정부가 집중해야 할 것은 ‘패자부활전’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참여 정예팀과 업계가 납득할 수 있는 공정한 기준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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