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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에 양보는 무의미’ 확인한 EU, 이제 ‘눈에는 눈’으로···160조원 보복 카드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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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에 양보는 무의미’ 확인한 EU, 이제 ‘눈에는 눈’으로···160조원 보복 카드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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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란드 위기’에 무역 합의 사실상 무력화
항공기·자동차 등 대미 보복 관세 재가동에
금융·지재권 등 ‘무역 바주카포’ ACI도 거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그린란드 영토 장악 구상에 맞서던 유럽이 고율 관세 압박에 직면한 가운데, 미국의 관세 부과 대상으로 지목된 유럽 8개국의 국기와 트럼프 대통령의 3D 프린팅 미니어처 모델이 함께 놓여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그린란드 영토 장악 구상에 맞서던 유럽이 고율 관세 압박에 직면한 가운데, 미국의 관세 부과 대상으로 지목된 유럽 8개국의 국기와 트럼프 대통령의 3D 프린팅 미니어처 모델이 함께 놓여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덴마크령 그린란드 영토 장악 구상에 맞서던 유럽이 고율 관세 압박에 직면하면서 최대 930억유로(약 160조원) 규모의 보복 관세를 포함한 무역 대응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유럽연합(EU)이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하며 체결한 미·EU 무역 합의가 이번 관세 위협으로 사실상 무력화되자 유럽 내부에서는 ‘눈에는 눈’식 맞대응 외에는 선택지가 많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BBC와 로이터통신 등 보도에 따르면 EU는 18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27개 회원국 대사가 참석한 긴급회의를 열고 미국의 관세 위협에 대한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EU산 수입품에 내달 1일부터 10%, 6월1일부터는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한 이후 소집됐다. 관세 대상은 EU 6개국과 영국, 노르웨이다.

폴리티코 유럽판은 여러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약 3시간 동안 이어진 이날 회의에서 참석자들이 미국과의 협상이 신속한 해결로 이어지지 않을 때를 대비해 실질적이고 즉각적인 대응 수단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회의 내용에 정통한 한 외교관은 “분명히 선이 그어졌고 더는 참을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했다”며 “현재는 선택지를 논의하는 단계지만 관세가 실제로 부과된다면 그때는 어떤 선택지가 있는지를 논의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선택지를 사용할 것인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U가 검토 중인 930억유로 규모의 보복 관세는 지난해 7월 미국과의 무역 합의 이후 보류했던 조치를 재가동하는 방안이다. EU는 지난해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결렬될 경우를 대비해 항공기, 자동차, 버번위스키 등 미국의 주요 수출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마련했다가 협상 타결로 시행을 중단했다. 이 카드는 다른 선택지들에 비해 비교적 신속하게 시행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EU의 통상위협대응조치(ACI) 발동도 거론되고 있다. ‘무역 바주카포’로 불리는 ACI는 EU나 회원국을 경제적으로 위협하는 제3국에 대해 서비스, 외국인 직접투자, 금융시장, 공공조달, 지식재산권 분야에서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ACI가 발동될 경우 미 거대 기술 기업들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이 제도는 2023년 도입됐으나 사용된 적은 없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ACI 발동을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이번 사태로 유럽이 그간 미국에 취해 온 유화적이고 관계 관리에 치중하는 전략이 실질적인 보호막이 될 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디언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지난 15일 미국을 ‘우리의 동맹이자 파트너’라고 표현한 지 불과 며칠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폭탄을 예고했다”면서 EU가 미국을 ‘친구’로 규정해 온 관성을 비판했다. 특히 미국과 ‘특별한 관계’로 분류되온 영국마저 관세 대상에 포함된 점은 트럼프 대통령을 달래고 추켜세우는 전략이 실패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EU는 지난해 무역 합의에서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대폭 철폐했지만 자국 수출품에는 15%, 철강에는 50%의 고율 관세를 수용하며 통상 주권을 스스로 약화시켰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합의는 미국이 우크라이나 지원을 지속하도록 붙잡아 두려는 계산과 맞물려있지만 결과적으로 전략적 실패라는 평가에 힘이 실린다.

다만 ACI 등 강력한 수단을 쓸 경우 보복의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 외교관은 폴리티코에 “유럽이 대응해야 한다는 인식은 분명하지만 말에 말로 맞서는 보복의 악순환에 빠질 필요는 없다”며 “다음 단계를 정하기 위해 추가 논의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도 “EU 관계자들은 보복보다 협상을 선호하고 있다”고 전했다.


19일부터 닷새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을 계기로 유럽 정상들과 트럼프 대통령 간 회동이 예상된다. 이번 만남이 미·EU 관계의 향방을 가늠하는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역대 최대 규모의 대표단을 이끌고 포럼에 참석한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 등 주요 국제기구 수장들도 참석한다.

EU의 대응 방향은 22일쯤 브뤼셀에서 열릴 긴급 정상회의에서 최종 조율될 것으로 전망된다.


☞ ‘그린란드 위기’ 속 전운 감도는 다보스···트럼프, 역대급 규모 대표단 이끌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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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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