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더스쿠프 언론사 이미지

남들 다 내는 세금 앞에서 이혜훈 당신은 평등하셨나요? [추적+] 

더스쿠프
원문보기

남들 다 내는 세금 앞에서 이혜훈 당신은 평등하셨나요? [추적+] 

서울맑음 / -3.9 °
[김정덕 기자]

# 공직자는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재산을 공개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선 재산형성 과정을 소명해야 할 때도 있다. 공무 집행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공직후보자도 마찬가지다. 당연히 의혹이 있으면 안 된다. 국가의 살림을 책임질 기획예산처 장관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 그런데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의 재산이 공개되자 숱한 의혹과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이혜훈 의문의 경제학' 1편에서 증여세 탈루 의혹을 짚어보자. [※참고: 19일 열릴 예정이던 이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현재 국민의힘이 개최 불가를 선언한 탓에 열리지 못하고 있다. 자료 제출이 부실하다는 이유다.]



175억6952만원.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본인과 배우자, 자녀 명의로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한 재산 총액이다. 이 후보자가 2020년 5월 국회의원직을 그만두기 직전에 신고한 재산은 62억9116만원이었다. 6년이 채 안 되는 기간에 재산이 112억7836만원(1.8배)이나 불어난 셈이다.


그래서인지 이 후보자의 재산이 공개되자 다양한 의혹과 논란이 터져 나오고 있다. 재산 증식 과정에서의 증여세 미납 의혹, 분양가상한제에 반대한 국회의원의 아파트 '로또 청약' 당첨 논란, 영종도 땅 투기 의혹이 대표적이다.


쟁점은 이 후보자가 옳지 못한 방법으로 재산을 증식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다만, 이런 의혹과 논란엔 어려운 이야기가 적지 않다. 그러다 보니 문제가 무엇인지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이 후보자를 다룬 기사에 '정치인이라고 해서 돈 벌지 말라는 법이 있느냐'거나 '부자라고 해서 무조건 비판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등의 댓글이 달리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이 후보자의 의혹과 논란은 좀 더 쉽게 풀어볼 필요가 있다. 더스쿠프가 '이혜훈 의문의 경제학'을 풀어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 첫번째 편에서 살펴볼 건 증여세 탈루 의혹이다.


의혹의 배경은 별다른 게 아니다. 이 후보자가 재산 내역을 공개하면서 증여세 납부 내역을 제출하지 않은 게 불씨가 됐다.[※참고: 증여세는 '타인(증여자)으로부터 재산을 증여받은 경우, 그 재산을 증여받은 자(수증자)가 부담해야 하는 세금'이다. 증여는 '타인에게 직ㆍ간접적으로 유ㆍ무형의 재산이나 이익을 무상으로 이전(현저히 낮은 대가를 받고 이전하는 경우 포함)하거나 타인의 재산 가치를 증가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야당 국회의원들의 인사청문회 자료 제출 요구에도 이 후보자는 말로만 "증여세를 정상적으로 납부했다"며 인사청문회를 통해 상세히 소명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납부 내역 없이 어떻게 정상적인 증여세 납부를 입증하겠다는 건지 의문이다"는 뒷말이 나돌 수밖에 없다.


■ 부동산 증여세 의혹 = 이 후보자가 받는 증여세 의혹은 크게 두가지다. 하나는 부동산 관련 증여세다. 먼저 국회의원 신분이던 2020년 이 후보자의 재산신고 내역을 보자. 이 후보자 본인 명의의 부동산 재산은 하나도 없다. 남편(김영세 연세대 교수) 명의로 된 34억561만원의 부동산이 전부다.


그런데 이 후보자가 최근 제출한 재산신고 내역엔 본인 명의의 부동산이 등장한다. 다름 아닌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펜타스 아파트(전용 138㎡ㆍ약 42평) 지분 35.3%(12억9834만원)다. 2024년 8월 청약에 당첨된 것으로, 당첨 2개월 만에 공급 금액인 36억7840만원 전액을 완납했다.[※참고: 해당 아파트의 현재 시세는 70억원 안팎이다. 대략 35억원의 시세 차익을 얻은 셈이다. 이 이야기는 파트2에서 자세히 다뤘다.]



의혹의 핵심은 이 후보자가 12억9834만원어치의 지분을 어떻게 취득했느냐다. 6년 새 이 후보자 명의의 예금이 7억8106만원에서 4758만원으로 줄었으니 예금 일부(7억3348만원)를 지분 취득에 사용했을 가능성은 있다. 그렇다고 해도 나머지 5억64 86만원(12억9834만원-7억3348만원)을 어떻게 충당했는지 의문이 남는데, 만약 이 돈을 배우자로부터 증여받았다면 어떻게 될까.


현행법상 배우자로부터 '10년 이내 6억원'까지는 공제를 받을 수 있다. 공교롭게도 이 후보자에게 모자란 액수는 6억원 이하다. 결국 이 후보자가 예금을 아파트 지분 매입에 사용했는지, 10년 이내에 배우자로부터 재산 증여를 받은 게 있는지가 관건이다. 예금을 지분 매입에 사용하고 10년간 배우자로부터 증여받은 재산이 없다면 증여세는 발생하지 않는다. 인사청문회에서 살펴볼 이슈다.


■ 주식 증여세 의혹 = 다른 하나는 주식 증여세다. 이 후보자의 재산 증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항목은 바로 주식이다. 6년 전 3억원(배우자 명의)에 불과했던 주식 재산은 현재 121억7935만원으로 40.6배나 불었다. 본인이 14억4593만원, 배우자가 71억7384만원, 세명의 아들이 35억5958만원어치의 주식을 갖고 있다.


주식 재산의 대부분은 투자를 통해 불어난 게 아니다. 전체 주식 재산 중 76억3841만원(62.7%)어치가 케이에스엠이라는 비상장 회사 주식이다. 이 후보자 일가가 보유한 케이에스엠 주식은 총 5863주(2024년 기준 전체 주식의 3.9%)로 주당 가치는 130만원가량이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관련 장비 부품을 제조하는 이 기업의 소유주는 이 후보자의 남편인 김영세 교수의 작은아버지다. 10년 전인 2016년에도 김 교수는 케이에스엠 관련 주식을 4266주 갖고 있었는데, 당시 평가액은 총 4266만원이었다. 주당 1만원꼴이다. 10년 새 주식 수가 일부 늘었고, 주당 가치는 130배 가까이 상승했다.


이 후보자는 주당 가치가 오른 것을 두고 이렇게 해명했다. "국회의원이던 시절 '백지신탁(이해충돌 방지를 위해 주식을 대리인에게 잠깐 맡기는 것)'으로 묶여 있었다. 그러다 2020년 국회의원 퇴직과 함께 백지신탁이 끝나 다시 신고 대상이 됐다. 그해 6월 비상장주식의 평가액을 실거래가로 신고하도록 공직자윤리법 시행령이 개정돼 지금과 같은 평가액이 됐다."


눈여겨볼 건 케이에스엠 주식이 세 아들(800주씩 2400주)에게 2016년 10월과 2021년 2월, 두번에 나눠서 증여됐다는 점이다. 이 후보자는 "2021년 5월 세 아들이 각각 4300만원씩 총 1억2900만원의 증여세를 납부했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자가 주장하고 싶은 건 대략 이런 거다. '2016년에 증여된 주식은 당시 평가액을 기준으로 했을 때 증여세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2021년 세 아들에게 증여한 주식의 증여세는 적법하게 계산해서 냈다.'


하지만 주식 가치가 극명하게 갈리는 이 상황이 과연 상식적인지 의문이다. 더구나 세 아들에게 증여한 주식은 고무줄처럼 가치가 오락가락하는 '비상장주'다. 실제로 현재 가치대로라면 직계존속 공제한도 최대치(5000만원)와 누진공제(6000만원), 30%의 세율(10억원 이하)과 기한 내 납부 할인(3%)까지 적용할 경우, 이 후보자의 아들은 1명당 2억5110만원가량의 증여세를 내야 한다. 오로지 케이에스엠 주식만 따졌을 때다.


또다른 맹점도 있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2021년 당시 세 아들은 모두 직장에 다니기 전이었기 때문에 수천만원의 증여세를 낼 여력이 없었다. 특히 이 후보자의 장남과 차남은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상가를 2021년 이들의 할머니(이 후보자의 시어머니)인 이모씨로부터 2억800만원(절반 공동명의)에 매입했다. 직업도 없는 이들이 큰돈을 들여 상가를 매입하고, 수천만원의 증여세도 냈다는 건데 이는 상식적이지 않다. 불법 증여 의혹이 불거지는 건 바로 이 지점이다.



일부에선 이 후보자 가족이 차용증을 쓰고 억대(최대 2억원)의 돈을 무이자로 빌려주는 일이 비일비재했다는 점에 착안, 경제학을 전공한 이 후보자가 세금을 피하려 꼼수를 부린 거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 이혜훈식 조세 평등 = 이쯤에서 생각해볼 점은 일반 서민의 경우라면 어떻겠냐는 거다. 우선 평범한 직장인은 증여해줄 만한 여유 재산 자체가 거의 없다. 국세통계포털의 증여세 결정 현황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증여세 결정 건수는 총 17만8660건이었다. 증여재산은 '3억원 이하'가 82.2%, 과세표준도 '3억원 이하'가 86.5%였다.


수억원씩 차용증을 쓰고 빌려주는 것도 일반 국민에겐 '그림의 떡'이다. 증여는 살던 집을 물려주는 경우가 보통이기 때문에 꼼수로 증여세를 낮출 방법도 거의 없다. 게다가 수입과 지출은 거의 공개돼 있어 '유리지갑'이라고도 불린다.


이 후보자는 2014년 출간한 자신의 저서 「우리가 왜 정치를 하는데요」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세금 앞에서 모든 국민은 평등해야 한다." 이 후보자는 지금도 이렇게 생각할까. 인사청문회에서 그는 과연 어떤 답을 내놓을까.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저작권자 Copyright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