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동아일보 언론사 이미지

공공기관 ‘쪼개기 채용’ 꼼수…지역인재 할당 무시했다

동아일보 이윤태 기자
원문보기

공공기관 ‘쪼개기 채용’ 꼼수…지역인재 할당 무시했다

서울맑음 / -3.9 °
가스공사 등 ‘5명 이하’로 채용규모 쪼개

도로공사 등은 직군·직렬로 쪼개기도

국토부 ‘지역 의무채용 42%’ 발표했지만

총정원 기준으론 절반인 20% 채용 그쳐
서울 종로구 감사원 전경. 뉴스1

서울 종로구 감사원 전경. 뉴스1


공공기관 인력운용 전반에서 지역인재 채용과 승진·보상 체계가 제도 취지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왔다. 이전지역 인재 의무채용 비율은 예외 규정을 남발한 결과 실제 채용률이 정부 발표의 절반에도 못 미쳤고, 초급간부 승진은 경쟁률이 0.2대 1까지 떨어질 정도로 MZ세대의 기피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 ‘연 5명 이하’ 예외 규정, 상·하반기 쪼개기 적용 꼼수

감사원은 19일 ‘공공기관 인력운용 실태’ 감사 결과를 공개하고, 공공기관 인력 증가에도 불구하고 인력운용 효율성과 생산성이 저하되고 있다며 구조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번 감사는 2024년 11월과 2025년 2월 두 차례에 걸쳐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 그리고 한국전력공사 등 37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공공기관은 혁신도시법에 따라 신규 채용 인원의 30% 이상을 이전지역 인재로 의무 채용해야 한다. 그러나 ‘시험 분야별 연간 채용 인원 5명 이하’ 등 6가지 예외규정이 과다하고 세부 기준이 미비해, 상당수 기관에서 의무채용 제도가 사실상 유명무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가스공사는 2018년 경영 분야와 2021년 화공 분야에서 상·하반기 각각 4명씩 채용하면서, 개별 시험을 기준으로 ‘연 5명 이하’ 예외를 적용해 이전지역 인재 의무채용을 적용하지 않았다. 상반기에 채용을 진행할 당시에는 해당 분야에서 연 5명 이하 채용 계획을 세웠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수력원자력(2019년), 한국철도공사(2022년)도 유사하게 상·하반기 채용을 분리해 의무채용을 적용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가스공사 등 9개 기관은 이처럼 1년이 아닌 매회 시험을 기준으로 예외규정 적용 여부를 판단해왔다. 그 결과 2018~2024년 기준 연 모집인원 5명이 넘는 채용시험 136회 중 98회(72%)가 의무채용 제도를 적용하지 않았다. 또 한국도로공사 등 3개 기관은 시험 분야를 ‘직군’ 또는 ‘직렬’로 일관성 없이 나눠 의무채용 적용을 피했다.

‘공공기관 인력 운용 실태’. 출처 감사원

‘공공기관 인력 운용 실태’. 출처 감사원


이 같은 운영 방식의 결과로 국토교통부는 2024년 기준 8개 권역 모두에서 지역인재 의무채용 대상 채용률이 41.5%로 의무 채용비율(30%)을 초과 달성했다고 발표했지만, 감사원이 신규채용 총정원을 기준으로 재산정한 실제 이전지역 인재 채용률은 19.8%에 불과했다. 국토부 발표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법정 의무 비율에도 미달하는 수준이다.


● 지역인재 의무채용과 가점제·할당제 중복 적용

반면 한국관광공사 등 12개 기관은 지역인재 채용 목표제와 가점제·채용할당제를 중복운용해 비(非)지역 지원자에게 불이익이 발생하는 ‘역차별’이 발생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지역인재 합격자가 의무채용 비율에 미달하는 경우 ‘정원 외’로 선발하고 합격선 내 일반 지원자에게 불이익을 주면 안 되는데 이 같은 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감사원이 가점제·채용할당제를 배제한 후 채용결과를 모의 분석한 결과, 2021~2024년 4년간 한국관광공사 등 11개 기관에서 가점제로 탈락했던 일반 지원자 4026명이 합격하고, 합격했던 지역인재 563명은 탈락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2018~2024년 7년간 한국부동산원 등 4개 기관에서 할당제로 탈락했던 일반 지원자 1392명이 합격하고, 합격했던 지역인재 481명은 탈락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감사원은 지역인재 채용률 미스매치에 대해 공공기관의 의도적 통계 왜곡이나 위법이라기보다 제도적 허점과 세부 규정 미비에 따른 구조적 문제라고 판단했다. 가점제·채용할당제 중복 운용에 대해서도 관련 규정을 명확히 할 것을 국토교통부에 통보했다.


● 초급간부 승진 기피 심각…한전KPS 경쟁률 ‘0.2대 1’

조직 내부의 인력 정체와 활력 저하도 심각한 수준으로 드러났다. 특히 ‘조직의 중추’인 일선 팀장 및 부·차장 등 초급간부 승진 기피 현상이 두드러졌다.

한국전력공사 자회사인 한전KPS는 초급간부 승진시험 경쟁률이 2020년 0.8대 1에서 매년 하락해 2024년에는 0.2대 1에 그쳤다. 5명이 승진할 수 있는 자리에 1명만 지원한 셈이다. 한국남부발전과 한국철도공사도 최근 2년 연속 승진시험 경쟁률 미달 상태였다.

‘공공기관 인력 운용 실태’. 출처 감사원

‘공공기관 인력 운용 실태’. 출처 감사원


감사원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원들이 승진을 꺼리는 이유로 △업무량 과중(61%) △보상 부족(52%) △거주지 이동 부담(42%) 등이 꼽혔다. 특히 지방 이전 기관의 경우, 승진 시 본사(나주 등) 근무가 강제되거나 노조원 자격 박탈로 인한 복지 축소 등이 MZ세대 직원을 중심으로 큰 거부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임원승진 단계에서도 임금 역전, 성과급 의존 구조, 정년 미보장 등으로 승진 기피가 확인됐고, 임금피크제 역시 성과와 무관한 보수체계와 직무 부여 미흡으로 일부 기관에서 실적 저조 사례가 나타났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감사원은 초급간부 기피 현상이 지속될 경우 인력 운용 비효율과 업무처리 부실, 조직 구조 불균형이 심화될 수 있다고 보고, 업무량 조정과 권한 강화, 순환보직 기준 완화, 금전적·비금전적 보상 개선이 필요하다고 기획재정부 등 통보했다.

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