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오전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에서 발생한 화재로 불길이 치솟고 있는 모습./사진=뉴스1. |
서울 강남의 '마지막 판자촌' 구룡마을에서 또 불이 났다. 판자촌 화재가 빈번하게 반복된다는 점에서 구조적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화재도 가연성 자재로 지어진 밀집 주거 환경과 취약한 소방 여건이 맞물렸다. 전문가들은 무허가 건물이더라도 최소한의 소방 안전망과 예방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9일 강남구청에 따르면 지난 16일 발생한 구룡마을 화재로 181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들은 현재 인근 숙박시설에 임시로 머물고 있다. 구청 관계자는 "임시 숙소 지원은 한파 기간 등을 고려한 오는 26일까지"라며 "이후엔 SH(서울주택도시공사)가 이재민을 위한 임시 이주 주택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SH 측은 이재민의 주거 안정을 위해 임시 이주 주택에 보증금 전액 면제와 임대료 60% 감면 등을 지원한다. 이미 상당수 이재민은 임시 주택으로 이동했다.
구룡마을 화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3년 1월에도 이번과 마찬가지로 4구역에 불이 난 적이 있다. 지난해엔 7월과 9월에도 불이 났다. 반복된 화재는 구조적 위험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구룡마을 같은 판자촌은 목재 구조물 등 가연물이 많고 임시 배선과 노후 전기설비, 연탄 사용 등이 겹쳐 화재 위험성이 높다"며 "관리도 미흡한 데다 주거지가 붙어 있어 불이 나면 크게 확산된다"고 말했다.
구룡마을엔 겨울철 보온을 위한 '떡솜'과 비닐, 합판 등 가연성이 높은 자재로 지어진 판잣집이 밀집돼 있었다. 난방기기 사용이 늘어나는 겨울철엔 특히 화재에 취약하다.
류상일 동의대 소방방재행정학과 교수는 "구룡마을 같은 무허가 건물은 법적 성능 기준을 충족할 필요가 없어 구조적으로 화재에 취약하고, 스프링클러나 화재경보기 같은 기본 소방시설을 건물 내부에 설치하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약 7분 내 '플래시오버'(섬락 현상)가 발생하면 불이 급격히 확산해 진압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반복되는 화재 위험을 줄이기 위해선 소방시설에 대한 제도가 재정비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류 교수는 "무허가 건물이라 하더라도 최소한의 소방시설은 갖춰야 한다"며 "겨울철에는 안전 수칙 교육과 점검을 상시화하고 소화기 비치 등 공적 지원도 필요하다"고 했다.
지난 16일 오전 5시쯤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 4지구에서 원인 미상의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약 8시간30분 만인 오후 1시28분에 완진됐다.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구룡마을은 강남에 남은 '마지막 판자촌'이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도시미관 정비 사업 과정에서 철거된 달동네 주민들이 구룡산 자락으로 밀려들며 형성됐다.
지난 16일 화재가 발생한 서울 개포동 구룡마을에서 연기가 피어 오르고 있는 모습./사진=뉴시스. |
박상혁 기자 rafand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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