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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 얼룩진 침묵' 이란… "사망 5000명" 증언 속 '사실상 계엄령'

아시아투데이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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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 얼룩진 침묵' 이란… "사망 5000명" 증언 속 '사실상 계엄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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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면 쏜다"… 테헤란 거리, 시위대 대신 총구가 점령
이란 관리 "최소 5000명 사망"
목격자 "시신 2~3겹 쌓여 있었다"
트럼프 '개입' 경고에 이란 "가혹한 보복"
시위 멈췄지만 위기 지속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17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진행된 모임에서 연설하고 있다./이란 최고지도자실 제공·AFP·연합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17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진행된 모임에서 연설하고 있다./이란 최고지도자실 제공·AFP·연합



아시아투데이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 이란 전역을 뒤흔든 반정부 시위가 당국의 강경 진압으로 급속히 잦아들면서, 테헤란과 주요 도시는 '표면적 안정'과 '공포 통치'가 공존하는 국면으로 넘어갔다.

주요 외신들은 18일(현지시간) 현재 이란의 상황이 '사실상의 계엄령' 상태라고 진단했다. 표면적으로는 학교가 문을 열고 인터넷이 일부 복구되는 등 일상을 되찾는 듯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수천 명에 달하는 사망자와 체포자, 그리고 정부의 조직적인 은폐와 공포 통치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정권 교체 필요성을 거론하며 개입 가능성을 시사해, 이란 사태는 단순한 내정을 넘어 여전히 국제적인 화약고로 남아 있다.

이란 반정부 시위 지지자들이 1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의 백악관 인근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AFP·연합

이란 반정부 시위 지지자들이 1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의 백악관 인근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AFP·연합



◇ 거리의 공포, 시위대가 사라진 자리를 채운 총구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뉴욕타임스(NYT) 등은 테헤란의 거리가 시위대 대신 중무장한 보안군과 바시즈(Basij) 민병대로 채워졌다고 전했다. 오토바이 부대와 진압 장비를 갖춘 보안군은 주요 거점을 장악하고 검문검색을 강화하며 시민들의 이동을 통제하고 있다.

WSJ는 "테헤란 거리를 가득 메웠던 시위대는 사라졌고, 보안군과 정권 종식을 요구하는 전국적인 봉기를 진압하기 위해 정권이 행사한 폭력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지 주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바시즈 민병대는 거리를 순찰하면서 "나오지 마라! 쏘겠다!"라면서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경찰이 확성기를 통해 창문에서 떨어지라고 경고 방송을 하는 등 전시 상황을 방불케 하는 통제가 이루어지고 있다.

NYT도 테헤란 시민들의 말을 인용해 평소 붐비던 거리가 텅 비어 마치 계엄령 치하처럼 느껴진다고 보도했다. 상점과 식당들도 오후 6시 이후에는 문을 닫고 있다. 한 주민은 "엄청난 실망과 환멸(massive disappointment and disillusionment)이 퍼져 있다"며 무력 진압에 꺾인 시민들의 절망감을 전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테헤란이 '순찰(patrols)·선전(propaganda)·절망(despair)'의 구조로 굳어지는 양상이라며 "시위는 일단 끝났지만, 상흔이 도시 전역에 남아 있다"고 보도했다.


반정부 시위로 불에 탄 버스가 16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 거리에 방치돼 있다./로이터·연합

반정부 시위로 불에 탄 버스가 16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 거리에 방치돼 있다./로이터·연합



15일(현지시간)찍은 이란 테헤란의 그랜드 바자르 모습./로이터·연합

15일(현지시간)찍은 이란 테헤란의 그랜드 바자르 모습./로이터·연합



◇ 사망자 규모 '수천~수만' 혼재…로이터 "최소 5000명"..."시신, 2~3겹으로 쌓여"

피해 규모는 △ 이란 관리 증언 △ 인권단체 확인치 △서방 언론의 고(高)추정치가 혼재한다. 로이터통신은 한 이란 관리를 인용해 "전국적인 시위로 최소 5000명이 사망했으며, 이 중 약 500명은 보안요원"이라고 전했다. 이 관리는 쿠르드 분리주의자들이 활동하는 이란 북서부 지역에서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미국 기반 인권운동가통신(HRANA)은 이날 3919명이 사망했고, 2만5000명 가까이가 체포됐다고 집계했다.


영국 선데이타임스는 '공식 확인은 어렵다'면서도 사망자 1만6500~1만8000명, 부상자 33만명이라는 의사 보고서 기반 추정치가 있다고 보도했다.

진압 이후 정보 공백은 시신·실종 문제에 대한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탐사보도 매체 이란와이어는 테헤란 베헤슈트-에 자라 묘지 안치실에서 시신을 목격했다는 증언을 전하면서 검은 지퍼 백에 담긴 시신들이 2~3겹으로 쌓여 있었고, 트럭들이 창고 뒤편으로 들어와 시신 더미 위로 짐을 부리듯 시신을 내려놓았다고 전했다.

13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SNS)에 게시된 영상에서 14일 캡처한 사진으로 테헤란주 카흐리자크의 법의학 진단 및 실험 시설 내부에 수십 구의 시신이 놓여 있다./AFP·연합

13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SNS)에 게시된 영상에서 14일 캡처한 사진으로 테헤란주 카흐리자크의 법의학 진단 및 실험 시설 내부에 수십 구의 시신이 놓여 있다./AFP·연합



◇ 이란 정부의 '양동 작전', 책임 전가와 공포 통치

시위를 무력으로 잠재운 이란 정권은 두 가지 전략을 동시에 구사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시위의 책임을 미국과 이스라엘 등 외부 세력에게 돌리고, 대내적으로는 '일상 회복'을 연출하면서도 사법 처리를 통한 공포 통치를 강화하는 것이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전날 이번 사태의 원인을 '미국과 이스라엘, 그리고 그들의 사주를 받은 폭도들'의 탓으로 돌렸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범죄자로 지칭하며 강하게 비난했다.

이란 사법부는 체포된 시위대 중 일부를 '모하레브(Mohareb·신을 대적하여 전쟁을 벌이는 자)'로 규정하며 사형 집행 가능성을 시사했다.

◇ 트럼프의 '개입' 경고와 이란의 '가혹한 보복' 맞불…확전 리스크, 상존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이란 정권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미국 매체 폴리티코 인터뷰에서 하메네이를 '병든 사람(sick man)'이라고 부르며 "이제 이란에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이란의 '정권 교체'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그러나 실제 군사 행동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WSJ는 미군 참모진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란 정권에 실질적인 타격을 입히고 보복 공격에 대응하기에는 현재 해당 지역의 미군 전력이 충분하지 않다"고 조언했다고 보도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미국의 어떠한 공격도 가혹하고 후회할 만한 대응을 불러올 것"이라며 맞불을 놓았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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